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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

오토마타 아티스트 전승일 과학적 원리와 예술적 상상력의 만남
대중에게 아직 낯선 ‘오토마타’는 ‘기계장치로 움직이는 인형’이다. 과학적인 원리를 이용해 인형에게 표정과 동작을 부여하는 것이다. 전승일 작가는 애니메이션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 ‘실제 움직이는 것’을 찾는 과정에서 오토마타를 만났다. 홀로 독학하고 연구하며 ‘오토마타 아티스트’로 우뚝 서기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1 오토마타 작품 <mechanical Human>.2 오토마타 작품 <날아오를테야>.3 2010년 <꼭두가 움직여요>展 전시 작품.1 오토마타 작품 <Mechanical Human>.
2 오토마타 작품 <날아오를테야>.
3 2010년 <꼭두가 움직여요>展 전시 작품.

오토마타를 만나다

나는 85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했고 1992년 미술대학 졸업작품으로 <기억>이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을 계기로, 그 후 20여 년 넘게 ‘독립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다. 나의 애니메이션 작품은 대개 2D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로 만들어졌는데, 2004년 무렵부터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들 기회를 찾고 있었다. 즉, 컴퓨터 안에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를 스톱 모션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인형으로 직접 제작하고 무대와 세트에 조명을 설치해, ‘빛’에 의해 형성된 공간을 촬영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고 싶어진 것이다.
기회는 찾아왔다. 당시 ‘Cold Blood’를 타이틀 곡으로 하는 앨범 <Non-Linear>로 데뷔를 준비하던 2인조 모던록 밴드 ‘못(MOT)’ 측으로부터 ‘Cold Blood’의 뮤직 비디오 제작 의뢰가 들어온 것이다. 어떤 상처와 상실감의 서정을 담은 ‘Cold Blood’는 보컬, 연주, 믹싱 등에서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빼어난 음악으로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은 처음 만들어보는 것이었지만, 내가 받은 음악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모든 장면마다 ‘미장센’의 구성에서 정교한 합성작업을 시도했고, 특히 음악의 가사와 애니메이션 이미지를 매칭하기 위해 매우 치밀하게 작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형은 애니메이션의 영상 속에서만 스톱 모션 방식으로 움직였다. 연속적인 스틸 사진이 수백 컷 촬영됐을 뿐 실제로는 인형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고, 나는 고민하며 인형을 ‘직접’ 움직일 수 있는 예술의 길을 찾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기계장치로 움직이는 인형, 즉 ‘오토마타(Automata)’였다.
그 후 오토마타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오토마타의 원리나 제작방법에 대한 정보를 국내에서는 찾기 어려웠기 때문에 주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오토마타 예술에 대한 이해를 도모했고, 해외에서 출간된 오토마타 관련 예술 서적은 거의 빼놓지 않고 구입했다. 그러한 스터디 과정을 통해 나는 오토마타가 기원전 고대 그리스의 ‘물시계’에서 시작되었고,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수많은 과학적 기록과 기계장치 발명의 역사와 함께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서 오토마타는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폴 스푸너(Paul Spooner) 같은 예술가들에 의해 기계장치로 움직이는 인형 및 장난감으로 새롭게 자리 잡으면서 창의성과 운동성 그리고 과학적 원리와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된 총체적이고 독립적인 장르의 예술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놀이와 예술로서의 오토마타

4 밴드 MOT의 ‘Cold Blood’ 뮤직 비디오 중에서.4 밴드 MOT의 ‘Cold Blood’ 뮤직 비디오 중에서.

2008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오토마타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국내에는 오토마타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예술가가 거의 없었다. 해외 오토마타 작가들의 사이트나 유튜브 등에 있는 오토마타 작품 사진과 동영상들을 꼼꼼히 살펴보며 오토마타의 구동장치와 인형 간의 연결 구조를 분석하고 구체적인 제작 방법을 거의 독학하다시피 연구했다.
오토마타는 움직이는 인형이나 캐릭터를 통해 예술로서의 완결 구조를 갖지만, 구동 기계장치 부분은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견고하게 만들어야 한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캠(Cam), 크랭크(Crank), 링키지(Linkage) 같은 기계장치는 낯설지 않았지만, 이를 오토마타라는 일종의 ‘과학예술’로 재탄생시키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종이를 사용했고, 점차 나무와 금속을 사용하면서 오토마타 제작에 필요한 각종 전동공구와 장비가 하나씩 늘어나 작업실에 세팅되었다.
나의 오토마타 작품도 하나씩 늘어가면서 <꼭두가 움직여요>(2010), <오토마타 온 필름>(2010), <오토마타, 영화와 만나다>(2011), 여수 엑스포 인도양관 오토마타(2012), 부천로보파크 특별전 <움직이는 오토마타 놀이터>(2013), 포천아트밸리 <목인과 함께 하는 오토마타 체험전>(2015) 등 연이어 전시 기회가 찾아왔다. 나의 오토마타들이 조금씩 세상과 만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단지 하나의 오토마타 작품을 관람하고 구동시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오토마타가 사람들에게 좀 더 친근한 ‘놀이와 문화예술’로 다가가길 희망했다. 그 일환으로 KT&G 상상마당 아카데미에서 ‘움직이는 장난감: 오토마타 공작소’라는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호모 루덴스(Homo Ludens)이며,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고 한다. 즉 인간은 재미있는 놀이를 추구하고 인간의 문화는 그 자체가 놀이이며, 동시에 본질적으로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면서 자기 자신도 만든다는 뜻이다. 오토마타의 예술적 본질과 상통하는 의미다. 그래서 나에게 오토마타는 상상력을 만드는 예술놀이이다. 이를테면 자동차에 사용되는 기계장치는 단지 물리적인 회전 운동을 발생시키는 것이 목적이지만, 오토마타의 기계장치와 인형을 만드는 과정은 단계별로 그 하나하나가 놀이이며 예술적 상상력을 구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국내에서도 오토마타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나는 오토마타가 대량생산되는 정형화된 상품으로서의 장난감이 아니라, 자신의 감성과 상상력을 담은 ‘나만의 움직이는 장난감’으로 문화예술 영역에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오토마타가 놀이와 예술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즐길 때 우리 삶은 좀 더 풍부해질 것이기 때문이다.문화+서울

글·사진 전승일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독립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고, 2008년부터 오토마타 작가로 창작, 교육, 전시 활동을 하고 있다.
(오토마타 공작소 블로그 www.iloveautomat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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