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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

예술인 부부의 선물, 문화예술공간 ‘예술의 기쁨’ 예술은 천천히 오래 함께할 기쁨
지난 7월 용산구 효창원로에 개관한 ‘예술의 기쁨’은 원로시인 김남조 선생이 자신이 60년 가까이 살던 자택을 허물고 새롭게 마련한 공간이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모두 제 몫의 기쁨을 발산하며 사람들과 함께하길 바라는 예술가의 마음은 곧 이름만큼 아름다운 공간이 되었다.

1 10월에 진행된 전시 <xs: YOUNG STUDIO COLLECTION>이 진행 중인 우정국 1층 공간.

서울 용산구 효창원로70길 35. 효창공원앞 역에서 선린중학교로 향하는 지름길 골목에 접어들면 일반 주택과는 다른 외관에 눈이 가는 이층집이 하나 있었다. 흰 외벽에 모서리는 곡면으로 둘러져 있고 아치형 창문과 현관이 조금은 이국적인 느낌을 주기에, 골목을 지나다 보면 그 너머 누가 사는지 한 번쯤 궁금해질 만한 집이었다. 한때 서울시가 선정한 미래유산이기도 했던 이 집은 3년 전부터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가 올해 7월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을 마쳤다. 정원과 담장과 대문이 없어지고, 모두가 드나들 수 있는 큰 출입문이 생겼다. 개인 소유의 주택에서 공공건물로 탈바꿈한 것이다. 공간의 이름은 ‘예술의 기쁨’. 이 아름다운 이름을 지은 이는 원로시인 김남조 선생이다.
예술의 기쁨은 예술가들의 창작 및 교류 활동의 증진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이 자리에 있던 집은 김남조 시인이 1955년부터 60년 가까이 살았던 자택. 1986년까지는 남편 김세중(1928~1987) 조각가와 함께였다. 김 시인은 김세중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업적을 기리고 후배 미술인을 지원하기 위해 김세중기념사업회를 설립하고 김세중 조각상과 김세중 청년조각상, 한국미술저작·출판상을 시상해왔다. 그리고 그는 8년 전 효창동 자택마저 김세중기념사업회에 기증했다. 조각상 및 출판상 수상자들에게 그들이 모이고 만날 둥지를 마련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만 미술에 한정된 공간이 아니라 문학과 연극,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오는, 예술 전반에 대해 열려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모든 장르의 예술에 열린 공간

예술의 기쁨은 1층 공연장, 2층 대형 전시실과 소형 전시실, 담소 공간, 옥상 자갈공원으로 구성돼 있다. 1층 공연장은 아담한 공간에 후면으로 계단식 객석을 갖춰 작은 규모의 음악 공연이나 낭독·낭송 공연이 열리기에 적합하고, 2층 대형 전시실은 150석 정도의 좌석을 배치할 수 있는 규모로 시상식 등의 행사나 중대형 전시를 열기 좋다. 삼각형의 높은 천고와 바깥 풍경이 내다보이는 통창이 인상적인 곳이다. 2층 바깥에 별도로 마련된 소형 전시실은 조각가들의 전시가 전문적으로 열리는 공간. 이전 자택에서 김세중 작가의 작업실이 있던 위치였기에 특별히 중견 조각가들을 꾸준히 지원하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옥상 자갈공원 역시 조각 작품을 소규모로 전시하거나 작은 이벤트를 열기에 적합해 보인다.
지난 7월 제29회 김세중조각상 시상식을 개최하며 개관한 이래 대형 전시실에서는 예술의 기쁨 개관 기념전으로 12월 24일까지 <김세중조각상 수상작가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스케줄이 꽉 짜인 공간은 소형 전시실 한 곳. 조각가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목적이 뚜렷하기에 김세중기념사업회의 운영위원 중 일부가 추천한 중견 작가들로 1년간의 전시 스케줄을 잡았고, 10~11월에는 젊은 작가들에게 저렴하게 대관할 계획이다. 다른 공간은 올해까지 자체 전시나 행사 위주로 움직이며 천천히 기지개를 켜려고 한다. 운영 인력과 자원이 넉넉하지 않은 만큼, 욕심부리지 않고 길게 보며 공간의 활용 가능성을 다양하게 열어두겠다는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이 찾아오기에는 한계가 있을 거예요. 인사동과 같이 갤러리가 밀집된 지역과 달리 여긴 주택가이니까요. 전시나 행사가 1년 달력을 빼곡하게 채우진 않겠지만, 이곳에서 작품을 선보인 작가나 찾아왔던 관객들로부터 어느 정도 반응이 좋으면 점점 정기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일반 주택 사이에 문화 공간이 있다는 데서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도 있겠고요.”(김호준 예술의 기쁨 아트디렉터)

1 2층 대형 전시실. 2 대형 전시실 입구에 전시된 김세중 조각가의 작품 <콜롬바와 아그네스>. 아주 최근에야 들여놓은 것이다. 3 2층 대형 전시실 옆에 마련된 담소 공간.1 2층 대형 전시실.
2 대형 전시실 입구에 전시된 김세중 조각가의 작품 <콜롬바와 아그네스>. 아주 최근에야 들여놓은 것이다.
3 2층 대형 전시실 옆에 마련된 담소 공간.

조금씩 천천히 다양한 장르의 가능성이 자라길

김세중 조각가는 광화문 이순신 동상으로 유명한 작가다. 김남조 시인 역시 50년 이상 1000편이 훌쩍 넘는 시를 쓰며 참회와, 용서, 사랑 등을 아름다운 시어로 풀어낸 우리 시단의 거목이다. 그런데 공간에는 이들의 작품이나 작품집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김 시인의 뜻이다. 사람과 장르 어느 것에도 이 공간과 공간을 찾는 이들이 영향 받지 않고, 그가 강조했듯 모든 영역의 예술이 오가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실제 이곳은 김세중기념사업회에서 운영하는 공간으로, 김 시인과 그의 가족은 소유나 법적 권리와는 무관하다. 영리적인 목적이 없는 만큼 예술의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곳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김 시인은 예술의 기쁨 개관을 앞두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작은 음악회, 특히 연극 쪽으로 마음을 많이 썼”다면서 “시집이나 소설은 책으로도 나오지만, 아주 어려워서 무대를 못 가지는 연극인”이 이곳에 모여 “몇 십 명이라도 여기 함께 앉고, 그 앞에서 공연하도록” 신경 썼다고 이야기했다.(<서울문화투데이> 2015년 7월 13일 기사) 김호준 실장은 “아직은 시설 등 여러 부분에서 정비해가는 중”이라며 긴 호흡을 가지고 공간을 찾아달라고 전했다. 기부나 후원 유치를 겸할 행사를 진행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는 귀뜸은, 조심스럽지만 공간의 순수성에 대해 낙관하게 한다. 예술인 부부가 조용히 뿌린 씨앗이 긴 겨울을 지내며 천천히 싹틀 것 같다. 봄 지나 여름쯤이면 창작자와 향유자 모두에게 순수한 ‘기쁨’이 되는 예술이 조금 더 자라 있지 않을까.문화+서울

글 이아림
사진 제공 예술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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