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은 날 옥상에서 책을 읽고, 커피 마시며 친구와 수다 떨고, 예술영화도 감상하고, 각종 ‘굿즈’도 구매하고, 전시도 보면서 심리 상담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독은 말 그대로 복합문화공간이다.
카페 스페이스독 2층 내부
당신의 소우주를 환영합니다
스페이스독…. 곧이곧대로 직역하면, 공간개? 우주개? 무슨 생각으로 이름을 지었는지 궁금해 스페이스독(SPDG) 이한재 대표를 만났다. “회사 철학을 반영해 말씀드리면, 인간이 바라보는 지구 밖을 대우주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우주의 일부분인 인간은 소우주라고 말하고요. 조그만 인간도 무한한 우주를 이뤄 끝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는 거죠. 스페이스독을 사람과 사람, 소우주와 소우주가 연결되는 정거장으로 만들고 싶어요. 삶의 여정에서 잠시나마 머물기 좋은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독’은 두 가지로 읽혀요. 개(dog)와 독(dock). 개는 우리가 아는 친숙한 동물이잖아요. 친숙한 느낌을 풍기는 공간이 되고 싶었고, dock은 도킹(docking)으로 이어져 아까 말했듯이 소우주와 소우주를 연결·결합하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스페이스독은 지하부터 4층을 지나 옥상까지 각 층에서 ‘도킹의 가치’를 실천했다. 예술영화관 ‘라이카시네마’(지하), 음료를 판매하고 여유를 제공하는 카페(1·2층), 공유 오피스 스튜디오(3·4층), 옥상 ‘스페이스독 테라스’로 구성된다. 이곳은 단순히 공간을 운영하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사람 혹은 팀과 협업해 시너지를 발휘한다.
라이카시네마는 자체 기획을 통해 단순 영화만 상영하는 공간으로 머물지 않는다. 개봉 작품뿐만 아니라 직접 주제를 정해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선정한다. 사랑을 주제로 고르거나 배우를 주목해 하루 종일 그의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이다. ‘양조위 기획전’으로 배우 양조위가 출연한 영화 <해피 투게더> <화양연화> 등을 상영한 바 있다. 상영이 끝나면 국내 영화인과 만나는 시간을 마련하거나 영화에 따라 엽서나 A3 크기 포스터를 나눠주기도 한다. 지난 2월에는 <윤희에게>로 제41회 청룡영화상 감독상·각본상을 수상한 임대형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서울 예술영화관 중 유일하게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음향 시스템을 구비했다. 영화에서 비행기가 지나가는 장면이 나오면, 실제로 비행기가 지나가듯 음향이 앞에서 뒤로 흐른다. 입체적이다. 덧붙여, 라이카시네마의 ‘라이카’는 1957년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생명체 최초로 지구 밖을 떠난 모스크바의 떠돌이 개 라이카를 기리며 지은 이름이다. 라이카는 지구로 돌아오지 못했다.
라이카시네마 방문을 환영하는 마스코트
창작이 흐르는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독은 ‘창작이 흐르는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한다. 라이카시네마에서 창작물을 소비·경험·공유하듯, 1층과 2층 카페도 마찬가지다.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즐길 뿐만 아니라 창작의 교류가 이루어진다. 작년 10월에는 디자이너 브랜드와 협업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2층에는 물이 흘러요. 행사 기간에는 물을 빼고, 디자이너가 옷을 설명했죠. 물론 판매도 하고요. 저희는 외부 업체가 공간 대여를 요청하면 함께 기획해서 저희와 어울리는 조합을 만들고자 해요. 간단한 예로 당시에 저희가 디자인 컬렉션 주제를 재해석해 칵테일 메뉴를 제조했어요. 이처럼 여러 브랜드와 협업해 기획을 더하면서 공간을 활용하고 싶어요.” 1층에서는 반려동물용품 디자인 브랜드 포유니온(PAW UNION)과 협업해 ‘SPDG’를 새긴 반려견 옷을 판매한다. 오는 4월에는 스페이스독 준공 1주년을 기념해 일러스트 작품을 전시하고 캐릭터 ‘굿즈’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가 열릴 예정이다.
3층은 창작자가 사용하는 스튜디오다. 뮤지션·사진작가 등이 방에 들어와 자신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한 방에서는 호시담심리상담센터가 청소년·성인·커플·가족의 상담을 진행한다. 이들 역시 스페이스독과 함께 일을 꾸린다. 뮤지션은 스페이스독이 낸 음원에 작곡가로 참여하고, 사진작가는 카페 메뉴나 공간을 촬영했다. 호시담은 상반기에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4층은 이한재 대표가 콘텐츠총괄이사로 있는 21STUDIO와 함께 SPDG 사무실로 사용한다.
다음은 스페이스독 공식 소개 글 중 일부다. “동네 주민들이 문화생활을 편하게 향유할 수 있길 바랐고, 청춘들의 창작 활동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길 바랐습니다. (…) 동네와 창작자들에게 영감과 쉼이 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라며.” 더불어 이한재 대표는 말했다. “이곳에만 있어도 하루를 재미있게 보냈으면 좋겠어요. 책도 읽고, 수다 떨고, 영화 보면 서너 시간 금방 흐르잖아요. 복합문화공간으로 잘 이뤄졌구나 느낀다면 만족합니다. 창작자에게는 이곳에서 무언가 해보고 싶다, 저희에게 무언가 제안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끔 영감을 드리고 싶어요.” 스페이스독은 지하에서 2층으로, 2층에서 옥상으로, 그리고 다시 아래로 창작의 기운이 흐르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주소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로8길 18
이용 시간 카페: 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9시 | 영화관: 매일
누리집 www.spacedog.co.kr | 문의 0507-1360-2135
- 글 장영수_객원 기자 사진 제공 스페이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