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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와 <노트르담 드 파리> 명작의 귀환에 뜨거운 겨울 극장, 그중 최고의 선택
이제 ‘클래식’이라 불러도 좋겠다.
명작들의 귀환으로 어느 때보다 뜨거운 올겨울 극장에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와 <노트르담 드 파리>는 최고 중 최고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11월 먼저 관객을 맞이한 <노트르담 드 파리>는 장엄한 무대의 위용과 노래·안무의 강렬함을 이야기할 때 대적할 작품을 찾기 어렵다. 한국 초연 15주년 기념 프렌치 월드투어 내한 공연. 12월 중순 개막하는 <맨 오브 라만차>는 특히 배우 조승우가 ‘세르반테스/돈키호테’로 다시 무대에 선다. 불가능한 꿈을 좇는 한 남자와 그로 인해 변화하는 여인을 그리는 깊이 있는 서사, 감미로운 음악으로 열광적 반응을 얻어온 작품이다.

※해당 공연 일정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변경 또는 취소될 수 있습니다.

“이 미친 세상에 가장 미친 짓은 꿈꾸기를 포기하는 것” <맨 오브 라만차> | 2020. 12. 18~2021. 3. 1 | 샤롯데씨어터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포스터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현실에선 주막집 비천한 하녀 ‘알돈자’이지만 자신의 눈엔 세상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여인 ‘둘시네아’ 앞에서 ‘돈키호테’는 노래한다. 단어 하나 음표 하나가 가슴을 파고드는 이 노래 ‘불가능한 꿈(Impossible Dream)’은 한번 들으면 잊기 어렵다.
무대 위 지하 감옥에서 극작가 ‘세르반테스’이자 극중극에서 자신을 기사로 착각하는 노인 ‘돈키호테’를 맡은 배우는 류정한·조승우·홍광호. 돈키호테가 세상의 모든 비겁하고 악한 자들과 싸워 쓰러뜨리겠다며 좌충우돌할 때, 관객은 때로 박장대소하고 때로 가슴 졸이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초연 때부터 돈키호테였던 류정한은 마니아들 사이에 ‘류느님’으로 불리는 흡인력 강한 배우. 미친 노인의 엉뚱한 모험담에 설득력을 부여하려면 특히 돈키호테를 맡는 배우의 연기가 중요한데, 자타 공인 한국 대표 배우로 성장 중인 조승우보다 맞춤한 이는 많지 않다. 5년 만의 돈키호테 복귀다. 한국 관객이 가장 사랑하는 감미로운 목소리를 가졌다고 평가받는 뮤지컬 배우 홍광호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연기도 깊어지고 있다.
오래 사랑받는 고전 작품은 대개 관객 저마다 선 자리에서 달리 바라볼 수 있는 서사와 주제의 다양한 결을 품고 있다. <맨 오브 라만차> 역시 그렇다. 표면적으로 주인공은 돈키호테지만, 이야기 속으로 한 꺼풀 더 들어가면 ‘알돈자/둘시네아’에게 마음이 간다. 이번 공연에선 윤공주·김지현·최수진이 맡은 역할. 아버지도 모른 채 하수구에 버려졌던 비루한 태생, 돈에 팔려 낯선 남자들 품을 오가는 서글픈 운명…. “날 짓밟고 가는 건 참을 수 있지만 꿈꾸게 하지는 마”라고 노래하는 2막의 솔로 넘버 ‘알돈자’는 감정적으로 가장 날카롭고 강렬하다. 까마득해 극복할 수 없는 절벽 같았던 그 모든 비극적 운명을 딛고, 알돈자는 고귀한 숙녀의 이름으로 자신을 불러준 돈키호테를 만나며 마침내 자신을 존중하는 떳떳한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돈키호테와 알돈자의 이야기를 통과하는 동안 쌓아 올린 감동의 단차는 극 중 인물들이 모두 함께 부르는 마지막 ‘불가능한 꿈’에 이르러 객석의 눈물로 폭발한다. 솜씨 좋은 건축가가 쌓아 올린 우아한 구조물처럼, 이 이야기는 종국에 이르러 평범한 사람들의 삶 하나하나를 아우르는 우화가 된다.
극 중 돈키호테는 말한다. “이 미친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은 꿈꾸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거친 세파와 현실을 탓하며 포기하는 데 익숙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희미하나 끈질긴 불씨처럼 잊혔던 아련한 것들을 되살려낸다.

아름다운 도시 파리, 전능한 신의 시대,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 <노트르담 드 파리> | 2020. 11. 10~2021. 1. 17 |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프렌치 월드투어 팀이 공연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1998년 프랑스 초연 뒤 23개국에서 약 1500만 명이 이 뮤지컬을 만났다. 한국 초연 15주년 기념 프렌치 월드투어팀의 내한 공연. 원작자 빅토르 위고의 미려한 문장에 바탕한 시(詩)와 같은 가사를 프랑스 원어 그대로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오리지널과 라이선스 공연을 더해 이미 2016년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한마디로 ‘스케일’이 다른 뮤지컬. 30t 넘는 무게의 세트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옮겨놓은 듯 웅장하다. 영미 뮤지컬과 달리 배우들이 노래와 안무 파트로 역할을 분담하는 프랑스 뮤지컬의 장점이 분명한 작품. 근육질의 무용수 배우들이 현대무용, 아크로바틱, 발레, 브레이크 댄스 등 다양한 춤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100kg 넘는 초대형 종에 매달려 흔들리더니 암벽을 타듯 성당 벽을 오르내리며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인간 신체 능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하다.
빅토르 위고 원작의 이 이야기는 집시 처녀 ‘에스메랄다’를 향한 성당 종지기 ‘콰지모도’의 사랑 이야기처럼 축소돼 알려졌다. 하지만 실은 성(聖)과 속(俗)의 충돌, 낯선 이에 대한 차별과 배제, 권력과 지배의 문제 등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를 담은 프랑스 낭만주의 문학의 걸작이다. 우리 노래방에서도 애창되는 ‘대성당들의 시대’를 비롯해, 강렬하고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들은 빅토르 위고의 휴머니즘을 무대 위에 풀어내는 도구다.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아름다움의 상징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콰지모도’의 안타까운 사랑과 ‘프롤로’ 대주교의 고뇌 어린 집착, 근위대장 ‘페뷔스’의 끓어오르는 젊은 욕망이 충돌하며 비극을 향해 치닫는다. 강렬한 드라마다.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에서 베테랑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프랑스 초연 때부터 공연한 오리지널 ‘프롤로’ 대주교 역의 다니엘 라부아, 2015년 내한 때부터 사랑받은 장애를 가진 성당 종지기 ‘콰지모도’ 역의 안젤로 델 베키오, <노트르담 드 파리> 투어 공연 무대에 1150회 이상 오른 기록 보유자 음유시인 ‘그랭구와르’ 역의 리샤르 샤레스트 등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글 이태훈_《조선일보》 기자
사진 제공 오디컴퍼니, 마스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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