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극 <라빠르트망>.
2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사랑의 다양한 변주
<라빠르트망> 10. 18~11. 5, LG아트센터
연극 <라빠르트망>은 1996년 개봉한 프랑스 질 미무니 감독의 영화 <라빠르망>(L’appartement: 프랑스어로 ‘아파트’라는 뜻)이 원작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은 사랑이라는 대주제 안에서 다양한 변주를 선보인다. 리자(모니카 벨루치 분), 막스(뱅상 카셀 분), 알리스(로만느 보링거 분), 루시엔(장 필립 에코피 분)은 사각관계를 형성하며 엇갈림과 만남을 반복한다. 미국에서는 2004년에 조쉬 하트넷이 출연해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됐다. 참고로 두 영화는 전혀 다른 결말을 택했다. 연극의 끝을 상상해보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다.
배우들의 조합이 특이하다. 주연은 배우 오지호와 발레리나 김주원이 맡았다. 프랑스 국민배우의 역할을 맡는 배우들의 부담이 컸을 법하다. 두 배우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는 20년 경력의 베테랑이지만 연극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주원은 2010년 무용과 뮤지컬을 결합한 <컨택트>와 2015년 <팬텀> 등에 출연하며 장르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극을 이끌어가는 알리스 역은 차세대 ‘송강호’로 주목받는 김소진 배우가 열연한다.
좋은 영화는 연극으로 종종 제작된다. 장르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특히 <라빠르망>에는 플래시백(회상 장면이나 기법)이 자주 사용돼 시공간이 제한적인 연극 무대에서 표현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고선웅 연출의 포부는 남다르다. 애초에 영화를 연극으로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프랑스까지 가서 원작자를 만나고 온 그다. 고선웅 연출은 “영화에서는 밀도 있고 박진감 있게 시간을 넘나들지만 연극은 여러 사람의 생각과 모습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다”며 “시간적인 개념을 동시성을 갖고 보여줄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자신했다. 이외에도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오세혁 작가와 <라카지>, <그날들>의 장소영 음악감독이 만나 화려한 스태프진을 자랑한다.
원작의 인기를 넘을 수 있을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9. 8~10. 29, CJ아지트 대학로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원작 소설과 영화의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일본 작가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누도 잇신 감독의 동명 영화는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조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누적 관객 수 약 4만 명을 기록했다. 주인공 ‘츠네오’ 역을 맡은 츠마부키 사토시도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의 대표적인 감성 영화로 손꼽힌다.
영화의 큰 줄기는 단순하지만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대학생 츠네오는 우연히 ‘수상한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할머니를 만나고, 그 안에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 조제(이케와키 치즈루 분)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본명인 ‘쿠미코’보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속 주인공 ‘조제’로 불러달라는 독특한 그녀에게 츠네오는 점2점 사랑을 느낀다. 둘은 교제를 시작하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츠네오는 주저한다. 연극은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의 김명환 연출의 각색을 거쳤다. 연극은 조제의 시선을 따라가며 인물 간의 관계성을 강조한다. 츠네오의 대학 후배를 재일교포로 설정하는 등 세부적인 설정을 바꾸고, 등장인물을 추가하는 등 한국적 정서를 강화해 이야기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소설, 영화와는 또 다른 결말도 주목할 만하다.
주연에는 6명의 배우가 트리플 캐스팅됐다. 조제 역은 드라마 <하백의 신부>, 뮤지컬 <오! 캐롤> 등에서 열연한 최우리,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의 문진아, 뮤지컬 <투란도트>, <아이다>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한 이정화 배우가 연기한다. 츠네오 역은 드라마와 영화, 예능을 오가는 백성현, 영화 <밀정>, <눈길> 등에 출연한 서영주, 뮤지컬 <록키호러픽쳐쇼>의 김찬호 배우가 맡았다.
- 글 구유나_ 머니투데이 기자
-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벨라뮤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