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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

공연단체 티켓 사재기로 도마에 오른 ‘공연티켓 1+1 사업’ ‘공연티켓 1+1 사업’ 이게 최선인가요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인해 공연 시장이 얼어붙자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단체·극단에 공연티켓 가격을 지원하는 ‘공연티켓 1+1’사업을 마련했다. 이 제도를 악용해 자신이 속한 극단의 티켓을 사재기하고 보조금을 챙긴 이들이 최근 적발됐다. 급하게 마련한 정책으로 득보다 실이 컸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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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해결책과 거리 먼 ‘고육지책’

급하게 먹은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사태로 침체된 공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공연티켓 1+1 사업’이 꼭 그런 모양새다. ‘1+1 사업’은 공연 티켓 1장을 구입하면 1장을 무료로 증정하고, 해당 티켓 값을 국고보조금으로 결제한다. 장르도 연극, 무용, 클래식부터 대중음악, 전통예술까지 다양하다. 정부는 지난해 이 사업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300억 원을 긴급 편성했다. 사업을 실제로 추진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1,488건에 대한 지원금으로 약 245억 원을 썼다.
사업 시행 전부터 “공연계 침체를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정부의 지원금만 타갈 수 있다” “인기 있는 공연에만 관객이 쏠리게 된다”는 등 업계의 우려는 존재했다. 사업이 끝난 뒤 오히려 관객의 가격 저항이 생겨 공연 시장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럼에도 사업이 진행된 건 당시 메르스로 인한 공연 예매 취소율이 42%에 달하고 공연 시장 매출액이 전년 대비 36.1% 감소한 상황(2015년 6월, 인터파크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로선 ‘고육지책’ 카드를 꺼낸 셈이다.
결국 문제는 터졌다. 자신이 기획한 공연 티켓을 사재기하는 방법으로 국고보조금을 부당하게 타낸 극단 대표들이 지난 9월 잇따라 기소된 것. A극단 대표 손모 씨가 부당하게 타낸 보조금은 무려 5억 1,000만 원에 달한다. 그는 이 과정에서 문예위를 속이기 위해 인터넷 예매 사이트 계정 2,200여 개를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예위는 사재기를 방지하기 위해 한 계정으로 무료 티켓을 포함, 총 4장까지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손씨 외에도 범행에 가담해 1억 4,6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은 다른 극단 대표 남모 씨 등 10명은 불구속 기소, 류모 씨 등 11명은 약식기소됐다.

공연티켓 1+1에 관련 사이트

http://arko.or.kr/business/page2_list.jsp?board_idx=118&board_crud=S&idx=354455&type=cw0000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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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세금 낭비한 셈… 사업 관리 엄격하게 했어야

문예위는 온라인·현장 모니터링을 병행하며 부당한 방법으로 티켓을 구입한 단체에 보조금 지급을 일부 중지한 바 있다. 향후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보조금 환수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문예위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 전 ‘티켓 판매 시 준수 사항’ ‘사재기 등을 할 경우 처벌 사항’ 등을 명시한 약정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해당 약정서대로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지급된) 보조금 환수는 물론 앞으로 3년 동안 문예위의 모든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예위의 이 같은 조치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뒤늦은 대처라는 아쉬움이 가시지 않는다. 모니터링 결과 부정 수급이 적발된 단체에도 계속 보조금이 지원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동일 IP로 티켓을 대량 구매한 한 단체의 경우 사재기한 티켓 금액 224만 원에 대한 지급은 중지됐으나 나머지 구입 티켓에 대한 지원금 2,830만 원은 그대로 지급됐다.
문예위는 해당 사업 신청 제외 대상으로 ‘공연예술 시장을 교란시킨 공연 또는 단체’ ‘보조금 집행질서 위반행위 적용 대상단체’를 명시했다. 위 규정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모니터링 결과 부당한 방법으로 티켓을 구매한 단체가 적발됐을 때 해당 단체에 대한 지원 자체를 중단하는 것이 맞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0월 1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해당 공연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명됐으면 공연의 전체 보조금 지급을 중지하는 것이 맞다”며 “문제가 드러나고도 계속 지급해 낭비된 예산이 9억 7,000만 원에 달한다”고 꼬집었다.
문예위는 규정 위반 처리 기준에 ‘지급 중지 또는 환수’라고만 표기돼 있을 뿐 ‘전액 환수’라고 명시되지 않아 해석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단 입장이다. 또 “문제가 적발된 단체로부터 ‘추가 문제가 있다면 지급된 (나머지) 보조금을 환수하고 형사고발도 감수하겠다’고 명시한 각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물론 문예위로선 이 같은 지적이 억울할 수 있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고 자평한다. 당초 ‘공연 시장 활성화’를 명목으로 진행된 사업이다 보니 관객의 티켓 구매를 유도할 수 있었고 실제로 지방 관객이 많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국고보조금이 결국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하기 때문이다. 국고보조금은 ‘눈먼 돈’으로 불릴 정도로 악용 소지가 많고 부정 수급 문제도 종종 발생한다. 두루뭉술한 규정을 명확히 보강하고 사업 초창기부터 엄격한 모니터링을 진행했어야 했다.
메르스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티켓을 공짜로 추가 증정하는 방식의 사업이 정말 공연 시장에 지속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관객이 바라는 건 당장의 무료 티켓 1장보다 ‘돈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은 양질의 공연’일 것이다. 무려 300억 원의 예산을 긴급 투입한 사업이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건 그 때문이다. 급하게 먹은 밥은 체하는 법이다.문화+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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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다해
머니투데이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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