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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혹은 대담

11월호

‘아티스트피’,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지급돼야 할까예술노동의 대가

예술인의 창작지원과 공공정책에 의한 예술가 동원 과정에서 불거지는 사례비 인정 문제를 놓고 최근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예술가의 생존 문제와 예술 창작행위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의미로 아티스트피(Artist Fee) 지급 방식과 기준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미술 분야에 시범적으로 적용할 예정이기도 하다. 서울문화재단 문화정책위원회 예술가의제 소위원회에서는 예술 활동의 정당한 대가에 대해 보다 실질적으로 접근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진실 혹은 대담 관련 이미지

사회 |
서우석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
발제 |
김상철노동당 서울시당위원장, 예술인소셜유니온 정책위원장
설동준前 정가악회 운영실장
박은선리슨투더시티 디렉터
안상학시인,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토론 |
최선설치미술가
임인자독립문화기획자
김해보서울문화재단 정책연구팀장
일시 |
2016.10.11(화) 15:30~18:00
장소 |
남산예술센터 1층 예술교육관

발제1 예술노동, 두 개의 길로 이어진

[ 발제자 ]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위원장, 예술인소셜유니온 정책위원장

예술노동에 대해 얘기할 때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이라는 측면과 예술가들이 필요를 만들기 위한 실용적인 개념,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이하 유니온)은 예술 활동을 크게 신분 보장, 생계 보장, 활동 보장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신분 보장은 이 사회가 누구를 예술인으로 지칭할 것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생계 보장은 왜 예술인에 대한 보편적인 사회보장이 되지 않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활동 보장은 공모사업에서 빚어지는 부분입니다. 이것이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문화행정의 도구적 측면에서 활용되는 것인지 불분명합니다.
현행 사회보장 체계는 임금노동을 하는 사람에게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예술인은 기존의 체계에 들어갈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현행 체계 내에 예술인을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근로자 의제라는 기술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거기에 예술노동의 개념이 필요한 겁니다. 현재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의해 선별적으로 지급되는 형태로 남아 있습니다. 외국의 특징은 하나의 제도로 사회보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보편적인 사회보장 체제에 넣는 것과 다른 특수한 제도로 보충하는 형태로 병행하지 우리와 같은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여전히 예술 노동이 필요하고 이것을 전제로 할 때만 예술인들의 삶이나 노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야기될 수 있습니다. 다른 축으로 예술 노동은 일종의 필요를 만드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누가 예술가냐고 했을 때 스스로 예술가라고 명명하는 행위가 가장 중요합니다. 내가 하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예술로 존중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그 행위를 예술로 명명하고 그 활동에 따르는 대가를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공공지원이 과연 예술가와 공공 현장이 수평적 관계로 만나서 예술가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형태인지, 공공 현장에서 주어진 업무를 하는 수탁에 가까운 창작인지 판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후자에는 창작에 소요되는 실비 지원에 활동 보장과 생계 보장 개념이 포함된 예술 노동에 대한 보장까지 들어가야 합니다. 소위 말하는 일비나 인건비 개념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내가 하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예술로 존중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그 행위를 예술로 명명하고 그 활동에 따르는 대가를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위원장, 예술인소셜유니온 정책위원장

발제2 예술노동의 시간당 단가는 얼마가 적당한가?

[ 발제자 ] 설동준 前 정가악회 운영실장

저는 국악단체 정가악회에서 6년 정도 경영과 기획을 담당했습니다. 정가악회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제도적 틀을 타고 예술가 동인의 형태에서 고용예술가로 구성된 상근단체로 전환한 적이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충돌도 있었고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예술단체들은 공연을 하게 되면 거기에 따라 객원 계약을 하고 돈을 지급하는 방법을 많이 씁니다. 장점은 단체에 손해가 안 납니다. 굳이 리스크가 없는 운영구조를 뒤로하고 상근제를 한 것은 지원금이 끊어지더라도 무조건 가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장르예술의 발전이라는 고민 때문입니다. 어떤 장르는 시장이 거의 없습니다.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그 장르에 속해 있는 예술가가 느끼는 책무성이 있습니다. 작품으로 승부를 내려면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외부에서 누가 요청했을 때만 일하지 않고 항상 모여서 작품의 발전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시스템 도입 전에 해볼 수 없는 규모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6년 동안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 2~3편을 꼽는다면 이 시기에 만든 작품입니다. 예술적 성과에서는 분명 의미가 있지만 경영 압박이 심하기 때문에 대부분 이 선택을 하지 않죠. 세 번째는 최저 임금제도에 맞춰가는 것이죠. 삶의 기본적인 최종 방어선입니다. 현장에서 느낀 안타까움은 노동부에서 주는 사회적 일자리 지원금조차 예술가들에게 돌아가지 않는 일이 다반사라는 겁니다. 세가지 접근법을 취한 후의 결론은 한 개인에게 줄 수 있는 금액은 다 비슷하게 나온다는 겁니다.
공공기관과 공모사업 형태로 일하면서 느낀 몇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첫째는 준비 노동에 대한 인정 부분인데요. 흔히들 개런티로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죠. 이게 문제인 것이 개런티라는 단일 항목에 묶여버리면 준비 노동이라는 정당한 시간이 사라져버리거든요. 예를 들어 2회 공연에 250만 원이라고 올리면 개런티가 너무 많다고 교부 신청에서 거절당해요. 그러면 현장에서는 부적절한 방법을 택하게 되는 거죠. 또 하나, 예술노동의 대가를 인정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하는 시장을 정부가 왜곡시킨 두 가지 경우 중 하나가 재능기부였습니다. 나머지는 국공립 예술단체가 무료 공연 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는 있지만 관람객들이나 참가자들에게 적절한 비용을 받아야 하잖아요. 지방 공연 영업 다니면서 제일 많이 들은 얘기 중 하나가 ‘국립???은 무료 공연 온다던데’ 였어요. 사람들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국립 단체가 무료로 나오면 민간 단체는 뛰어들 영역이 없습니다. 시장이 없는데 무슨 돈을 벌 수 있고 예술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발제3 아티스트피 논쟁에 대한 소회

[ 발제자 ] 박은선 리슨투더시티 디렉터

저는 베이스는 미술이지만 다른 사회활동도 같이 하면서 도시 문제에도 개입해왔는데요. 제가 깨달은 것은 사회에서 예술가를 진짜 무시한다는 거예요. 기본적으로는 예술가를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동등한 시민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아티스트피는 예술가들에게 무조건 돈을 주자는 뜻이 아니고요. 1968년 캐나다 전역의 예술가들이 모여서 큰 전시를 진행했는데 미술관에서 일하는 수위 노동자, 큐레이터, 청소 노동자, 선물가게 직원들은 모두 돈을 받는데 예술가만 돈을 안 받더라는 거예요. 우리는 이 전시를 보이콧한다고 하면서 카팍(CARFAC)이라는 미술가협회를 만들었어요. 캐나다는 전략적으로 국공립기관부터 공략해서 아티스트피를 주는 운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왜 전시를 같이 준비한 작가들에게는 증빙 가능한 재료비만 일부 지급하느냐는 질문을 한 것이죠. 사실 아티스트피만 주면 해결된다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술가는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에는 다른 일은 거의 하지 못하고 전시에만 집중해야 하거든요. 준비 기간에는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고 거기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입니다.
아티스트피 공청회를 처음 했을 때 난리가 났었습니다. 특히 어렵게 운영하는 작은 공간들이 ‘아티스트피를 달라고 하면 우리는 어떻게 하냐’는 식으로 반응하는 거예요. 아티스트피는 여러 가지 장치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보편복지가 0점인 상황에서 아티스트피를 받아서 얼마나 상황이 나아지겠어요. 지금 우리 현실에서 전시할 때 너무 소모되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아티스트피는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미술생산자모임에서 아티스트피 연구를 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논의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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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4 문학 창작 활동과 원고료

[ 발제자 ] 안상학 시인,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저는 시를 쓰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욕망을 추구하는 부류와 뜻을 추구하는 부류가 있는데요. 작가들은 주로 뜻을 좇아서 지금까지 살아오고 창작 활동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작가회의는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하고 있는데 회원이 2,300명이에요. 회비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돈으로 사무실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아요. 구성원들 자체가 가난한 시인, 소설가뿐이잖아요. 지원금은 신청하지 않고 있고, 서울문화재단과 MOU를 맺고 사업을 같이 진행하는 정도로 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인력 소모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거기에 드는 인력, 임금을 책정하기가 쉽지 않은 정산 구조를 갖고 있어요. 조직 차원에서 뜻은 좋지만 운영에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시인들 중에 전업작가는 거의 없습니다.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습니다. 사실 시나 소설을 쓸 때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좋아서 시작한 것이고 살다 보니 사회에서 직업군으로 분류되는 정도입니다. 재화를 창출할 수 있는 노동을 다른 쪽에서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요. 잘나가는 일부 소설가들은 소설 쓰기에만 몰입하고 남는 시간에 심사, 칼럼 기고, 강연 등을 해서 부수입으로 생활을 꾸려갑니다. 시인들은 병행한다고 해도 사실 밥 먹고 살기 어렵습니다. 전업작가가 가정을 꾸려가기는 더더욱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어떤 소설가는 상금을 5,000만원 받았는데 빚을 갚고 나니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고 했습니다. 예술위에서 하는 개인창작지원도 줄어들었고요. 원고료에 의존해서 살아가기는 어렵지만 공공기관에서 우회적으로 지급되던 문예지에 게재되는 원고료 지원사업도 끊어진 상황입니다.

여러 논쟁적인 요소가 많은 주제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게 되어서 영광이면서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생산적인 논의가 되었으면 합니다.

최선 김상철 선생님이 말씀하신 신분과 생계와 활동을 보장하는 세 단계가 연차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고요. 아티스트피의 핵심은 아티스트라는 신분 보장인데 모든 발제에서 공통적으로 통하는 개념이라 생각합니다. 예술가의 책무성을 가지고 상근 제도를 과감하게 실험한 결과, 가장 뛰어난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아요. 국공립 기관부터 아티스트피를 지급하자는 얘기에는 동의합니다. 아티스트피는 정착이 잘 된다면 상당히 유용하게 쓰일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재료비 항목으로 정산해야 했는데, 아티스트피를 작가에게 주면 또 다른 아티스트에게 갈 수도 있고 상상하지 못하는 쪽으로 확대될 수 있거든요. 그뿐만 아니라 신분에서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인자 음악 쪽에서는 국공립단체 무료 공연을 말씀하셨는데요. 연극 분야에서는 국공립단체가 제작 극장 형태로 작품을 제작하고 있어요. 예술적인 퀄리티는 좋지만 그러면서 민간 극단이 많이 해체되고 미학이 사라져버렸어요. 재단과 같은 기관이 민간 극단을 후원하는 형태에서는 인건비와 아티스트피가 책정되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로 돌아오게 되는 것 같아요. 문학은 상금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미술, 연극, 모두 상금으로 전환해서 제작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지금 정산이 아니라 아티스트피를 못 받는 것이 문제거든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은 불공정 거래에 대한 견제 장치들이 있기 때문에 이를 차용할 수 있도록 하고 상금제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만큼은 예술가가 소유할 수 있으려면 제작비 지불 방식도 맞지 않는 것 같고요. 기관에서 아티스트와 작업할 때는 초청료 형식으로 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지금 민간 극단 배우 대부분은 출연료를 받지 못하고 있어요. 연간 소득이 400만 원도 안 된다고 보시면 되고 이것이 현실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시장이 있고 공공의 상황이 있기 때문에 이런 비대칭성을 해결할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해보 문학 분야는 정산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오히려 반대로 상금 형태로 바꾸어버렸습니다. 정산할 필요가 없어졌고 아티스트피가 인정되는지 안 되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예술노동에서 가장 인정받기 어려웠던 부분이 가장 쉽게 풀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있었습니다.

서우석 상근 단체를 운영했던 정가악회는 단원 규모가 어느정도였나요?

설동준 최소 15명, 최다 30명이었습니다.

서우석 30명의 월급을 지급하신 거고, 그 수준은 대략 최저임 금수준이었다…?

설동준 최저임금에 조금 더한 수준이었는데 안타까운 것이 경력을 인정해줄 수 없는 거였어요. 10년을 노력했건, 작년에 들어온 단원이건 줄 수 있는 돈이 워낙 없다 보니까요.

서우석 시장에서의 티켓 판매 수익 중심이었나요, 지원 위주였나요?

설동준 실질적인 구조는 공공이 60~70%, 민간은 30~40% 정도였습니다. 30명 정도 운영할 때 연간 예산이 10억 원 정도 였거든요. 민간단체치고는 큰돈이었는데 운영해보면서 느낀 것은 3억~4억 정도가 한 민간단체가 벌어들일 수 있는 최대치라는 겁니다. 민간 수익 구조를 더 늘리기는 버거웠고 그 다음부터 공공으로 매우는 것은 후원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티스트피는 기본적인 예의입니다. 예술가는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다른 일은 거의 하지 못하고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인 만큼 거기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합니다.
박은선 리슨투더시티 디렉터

아티스트피가 예술에 세금을 투입하니까 엄격하게 써야 한다는 기재부의 입장도 살리고 동시에 문화계를 살리는 중요한 지점이 될 것 같아요.
최선 설치미술가

예술인 고용보험을 연구할 때 공연예술계의 가장 큰 이슈는 준비노동에 대한 가치 산정이었습니다. 이를 어떤 방법으로 인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설동준 저는 그냥 합리적으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인정이 안 되니까 작품을 만들고 객원을 부를 때 연습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협의 과정을 거칩니다. 민간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협의할 수 있어요. 공공은 제도적인 틀이 있고요. 방법을 찾자면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실제 어떻게 지급되고 있는지 평균을 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잖아요. 그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아요.
준비노동은 인정되는 경우도 있고 안 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창작지원사업은 제작 과정이 들어가 있는 지원사업이라 연습비 책정이 인정되지만, 요즘 많은 예산이 투여되는 문화복지사업의 경우 준비노동이 인정되지 않아요. ‘이건 제작지원사업이 아니다, 발표된 작품으로 신청하기 때문에 산정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취지는 이해되는데요. 의문을 가진 건 공연예술 작품이 ‘큐’ 하면 바로 올라온다고 생각하고, 재공연을 할 때는 준비노동이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문예진흥기금과 복권기금이라는 기금 출처에 따른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것이죠. 둘 다 필요하거든요.

김상철 지금 예술가가 예술가로서 생존할 수 있는 기본 원칙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에는 단순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공공행정이 사업의 제공자로서가 아니라 예술가를 고용하는 주체로서 정체성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요 공모사업에서 계약 관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면 좋겠습니다. 이름표 때문에 고민하지 말고 기간을 정하는 계약을 해주는 것이죠. 공연의 경우 1년에 한 번씩 협상해서 공연 시간 외 얼마큼의 시간을 전체 계약기간으로 산정할 것인가 하는 시간 개념의 계약을 하는 방식은 재단에서 해볼 만한 시도 아닌가 해요.

진실 혹은 대담 관련 이미지지난 9월 6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 다목적홀에서는 ‘미술 진흥에 관한 법률안 마련 정책 토론회’가 열려 ‘아티스트피’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사진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포괄적인 해결 방안을 주셨는데요. 아티스트피의 기저에 있는 예술 노동에 대한 적극적인 인정을 법제로 명확하게 하고 다른 분야에도 적용 가능성을 확대하면 대표자 인건비 인정, 원고료 문제 같은 것도 큰 틀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건가요?

박은선 아티스트피를 받는다 해도 여전히 가난할 거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솔루션이 단일하면 안 된다는 것이고 그 중 하나가 아티스트피라는 것입니다. 저는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 지금 기본적인 복지는 엉망이고 선별 복지밖에 안되잖아요. 미술에서는 전시 준비하는 기간에 한해 가능한 것이고 문학이나 타 분야에서도 정할 수 있겠지만 속성으로 하면 마찰이 생길 겁니다. 기왕 하는 거 공청회도 하고 차분하게 충분히 수정하고 해도 됩니다.

김상철 이미 한국의 문화예술 생태계는 그것의 흔적을 만들면서 왔고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면 매끄러운 단면은 만들어지지 않을 겁니다. 분명 거친 면을 만들어서 전환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제가 몇 년 동안 예술노동 관련 논의를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은 거기에서 주저하는 거예요. 자기 장르 안에서 깔끔하게 해결되기를 원하지 그 임계점을 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려는 인상을 받거든요.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구조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일정 정도 의지와 방향성을 갖고 있는 쪽에서 먼저 큰 선을 그려주는 것, 그렇게 해서 나타나는 파열음으로 정리되어야 하는 문제이지 다 모여서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불신합니다.

김해보 사실 기존의 시장 제도에서 충분히 보상받지 못한 것은 확실하고, 공공에서 그것을 커버하려는 의지가 약했던 것도 확실한데, 공교롭게도 예술인 고용보험제도나 표준계약서 문제나 노동 의제에서 오히려 더 빨리 몰아가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내년 보조금에서 자부담까지 무조건 정산하라고 기재부에서 던져버리거든요. 이 논의를 이끌어갈 수 있는 문화부보다 더 큰 외부의 동력이 와버리는 상황입니다.

최선 제가 기재부에 찾아가서 아티스트피를 왜 인정하지 않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사무관이 작가가 잘못 정산한 서류를 보여주면서 저희는 세금으로 집행하기 때문에 엄격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할 말이 없더라고요. 한번은 일본에 초대되어서 전시를 하고 돌아가려는데 디렉터가 아티스트피라면서 봉투를 줬어요. 거기에 ‘수고비’라고 써 있더라고요. 여기에 모든 것이 포함돼 있었고 영수증도 받아 갔어요. 돌아와서 그것으로 1년가량 살 수 있었어요. 한국은 아티스트피를 대체할 단어도 찾지 못하고 있어요. 이렇게 수고비라고 간단하게 이야기해도 통용되는데요. 아티스트피가 예술에 세금을 투입하니까 엄격하게 써야 한다는 기재부의 입장도 살리고 동시에 문화계를 살리는 중요한 지점이 될 것 같아요.

김해보 시범적으로 하려면 미술관에서 예산 코드를 잡을 때 항목을 집어넣으면 되는 건데요. 결국 충분한 예산이 있느냐의 문제예요. 기존에 100만 원 주던 것을 쪼개서 주었다고 해도 도움이 될까요. 지금 항목을 인정해서 존재를 인정하라는 것과 충분히 인정하라는 것 두 가지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충분히 인정하는 것은 시장의 문제이기도 해서 공공에서 인정한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고요. 존재 인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박은선 저희는 올해 서울문화재단 지원금을 받았는데 저한테는 인건비를 10원도 못 써요. 그러면 유용할 수밖에 없거 든요. 국가가 불법을 시키는 거예요. 시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국공립에서 하는 전시에도 참여하는데 명목이 생겼음에도 아티스트피랑 합쳐서, 아티스트피 30만 원, 재료비 70만 원 이렇게 줘버려요. 그것을 가지고도 4명이 두 달을 사는 거죠. 좀 더 세밀하게 논의되고 서울시나 지자체에서도 기준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안상학 정책 구상에서 선행되어야 할 부분 중에서 어디까지를 예술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상철 이 사람이 예술가다 아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소한 서울문화재단 공모사업에 참여하는 사람은 다 예술가겠죠. 거기에서 시작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예술가의 경계는 흐리게 두고 잡힐 수 있는 대상의 수준을 높이는 모델을 만들어야 해요. 예를 들어 단속적으로 고용되는 건설노동자에게 어떻게 실업급여를 주냐고 했을 때 이들은 파업을 해버렸어요. 그래서 나온 묘수가 일한 시간을 모두 체크해서 그 시간의 합산이 2년 동안 180일 이상이면 고용되어 있다는 거예요. 이미 사회보장체계가 있고 거기에 다양한 제도가 있기 때문에 예술가를 최대한 거기에 앉힐 수 있는 묘수를 찾는 것이 방법입니다. 논의가 계속 예술가의 범위나 노동자냐 아니냐로 가게 되면 한 걸음조차 떼기 힘든 구조입니다.

임인자 저는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제작과정 부분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창작 이후의 유통과정에서도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아티스트피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미술의 경우 거래 방식을 택하지 않으면 창작과정에서도 아티스트피에서 소외되고 기관에서도 이중적으로 소외되는 구조라고 봐요. 이미 형성된 시장에서는 산업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아티스트피 논의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공의 후원은 거래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보상을 핵심에 두어야 해요. 시장에서의 거래 여부에도 초점을 맞춰서, 그렇기 때문에 지원해야 하는 것으로, 상금 형태로 제공하거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체 대표자들은 사용자라기보다 그 단체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보아야 하는데, 이들이 보상받지 못하는 부분은 부조리하고 개선되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재능기부를 통해 강요되는 예술가들의 활동도 적정한 가치가 산정되지 않으면서 나타나는 문제였다는 생각을 평소에 했는데 아티스트피 논의를 통해 해소되면 좋겠습니다. 서울시에서 선행적으로 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술 활동의 사회경제적 가치 산정에 관한 법적 근거를 갖춰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문화+서울

정리 전민정
객원 편집위원
사진 김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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