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하티스트와 오운 유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제작된 악어 쿠션 키트.
축하합니다. 최근 기쁜 소식이 들리던데요?
네. 감사합니다.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페어에서 저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1위로 수상하게 되어 무척 기뻤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디자이너들이 역대 최다 참가했다고 하더군요. 1위 수상을 계기로 10월에 열리는 2016대구패션페어(Daegu Fashion Fair2016) 메인 컬렉션 참가 자격이 주어지고, 해외 쇼룸 및 해외 전시 참가 특전과 별도의 위너(WINNER)관을 제공받게 돼요. 내년 대구패션 페어 참가비 면제 자격도 지원되는 등 꽤 많은 특전이 주어지는 걸로 압니다. 무엇보다 이번 페어 참가를 통해 오운 유라는 브랜드를 해외시장에도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연결된다고 하니 기대가 크고 설렙니다.
‘오운 유’라는 브랜드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나만의’라는 의미의 단어 ‘OWN’과 ‘너’를 뜻하는 ‘YOU’의 합성어예요.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소중한 제품’이라는 뜻을 담은 이름이죠. 아이들의 엉뚱하고 순수한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서 가방이나 패션 잡화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브랜드예요. 2014년 2월에 설립해서 7월에 에이랜드 본점에 오운 유 브랜드를 처음 론칭하고 이어서 에이랜드 코엑스점, 가로수길점과 명동점에도 입점했습니다. 2015년에는 캐주얼 의류 브랜드인 베이직하우스 쥬시쥬디 컬래버레이션을 시작으로 지누디자인과도 협업 작업을 진행했고, 서울시 문화상품 개발과 언론사 이투데이 기념품도 진행했어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관련 페어에 열심히 참여하는데 전시된 오운 유 제품을 보고 제안을 해주셔서 삼성물산 패션사업부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티스트’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 론칭했는데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눈에 띄게 성장한 셈입니다. 비결이 뭘까요?
쌈지, 코오롱, 키플링, EXR, 지누, 리블랭크 등의 브랜드에서 오랜 시간 가방 쪽과 패션용품 디자이너로 일했는데 그렇게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오운 유라는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는 발판이 됐어요. 주변 친구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옆에 있는 문지영 수석 디자이너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았습니다. (안지혜)
두 분은 어떤 인연으로 함께하게 됐나요?
제가 예전 회사 다닐 때 팀원과 팀장님으로 만났어요. 대형 현수막 등을 재활용해서 에코백으로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었는데 그때 제가 엄청 많이 배웠죠. 저는 원래 제품 디자인 전공이 아니라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거든요. 그런데 제품
디자인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팀장님을 만났는데
정말 많이 배웠거든요. 제품 디자인의 처음부터 끝까지 배운거나 마찬가지예요. 함께 일한 곳이 기증받은 대형 현수막을
깨끗하게 세탁하고 일일이 손재단을 해서 에코백으로 만드는 방식의 업사이클링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었어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을 쌓았지만 사회공헌을 하면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생각보다는 힘든 일이라고 개인적으로 느끼고 있었는데 대표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려고 하는데 같이 해보자고. 마침 이직을 고민하던 때여서
그 얘기를 듣고 함께하기로 결심했죠. (문지영)
함께 일할 때 남다른 친구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림
그리는 것도 그렇고, 제가 뭘 하나 가르쳐주면 열 가지를 알
정도로 이해가 빨라서 ‘너는 좀 크게 될 친구구나’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로 눈여겨봤어요. 굉장히 일 잘하는 친구라는걸 이미 알고 있었죠. 그런데 솔직히 작은 회사에서 함께 고생시켜서 미안한 마음이 커요. (안지혜)
1
메종 드 오브제 파리
전시(2015).
2
오운 유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악어 쿠션.
신당창작아케이드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지인이 여기 공모 공고가 났으니 한번 해보자고 해서 지원하게 됐어요. 처음에 왔을 때 창작공간이 지하에 있어서 찾는데 헤매고 그랬지만 첫 느낌이 좋더라고요. ‘여기 새로운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이 시장 풍경이 참 좋더라고요. 2014년 5월에 입주해서 그해 7월에 오운 유를 론칭했으니까 신당창작아케이드에서 탄생한 브랜드인 셈이에요.
지금도 처음 론칭할 때를 생각하면 공간은 좁고 짐은 많고
할 일은 쌓여 있고… 론칭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는데 신당창작아케이드가 없었다면 훨씬 더 힘들었을 거예요. 짧은 시간 안에 오운 유라는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신당창작아케이드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동안 제가 주로 만나온 분들은 디자이너나 MD였는데 그와는 다르게 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에요.
저희가 짐이 너무 많아서 공동 공간을 자주 사용하는데 운영
사무실 식구들의 아낌없는 지원도 감사하고요.
첫딸인 이온유 어린이를 비롯한 특별한 크리에이터(아이들)의 그림에서 모티프를 찾고 오운 유만의 유니크하고 튀는 디자인으로 오운 유는 현재 에이랜드 명동, 가로수길, 코엑스점과 DDP, 삼청동 하티스트 매장, 국립현대미술관, 두타, 두타면세점 등 여러 곳에 입점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 제일모직과의 B2B 컬래버레이션과 직접 준비해 참여한
메종 드 파리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중국 및 홍콩 수출의 기회도 얻는 등 오운 유는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쳐가고 있다.
삼성 하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 작업은 어떻게 시작한 건가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페어에 적극적으로 나가고 있는데 페어에 전시된 저희 작품을 보시고 하티스트에서 제안을 먼저 해주셨어요. 그래서 삼성물산의 원단 자투리를 이용해서 ‘DIY 애니멀 쿠션 키트(ANIMAL CUSION KIT)’를 함께 작업하게 됐죠. 오운 유의 동물 시리즈 중 악어와 물고기 2종의 디자인으로 진행했고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직접 만들 수 있는 DIY 키트라서 직물용 크레파스와 솜이 함께 들어 있어요. 아이와 엄마가 함께 만들면서 교감할 수 있죠. 직접 만드는 즐거움을 주는 제품이라서 반응이 좋아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함께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운 유에서는 업사이클링 제품도 만들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요?
오운 유 제품의 모티프는 아이들의 그림이다. 독특한 패턴과 아름다운 색감이 눈에 띈다.
회사에 다닐 때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어마어마한 양의 자재와 부자재가 버려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저 버려지는 자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겠다고 생각했어요. 운 좋게 제일모직에서 기증받은 원단으로 에코백을 만들고 가죽 재단방에서 버려지는 가죽 조각을 이용해 열쇠고리와 DIY 제품도 만들게 됐죠. 완제품을 제작하는 것과 비교해도 DIY 키트를 만드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에요. 또 소비자들은 완제품이 아니니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되기를 기대하죠. 공정도 쉽지 않고 단가를 맞추는 일도 만만치 않지만 디자이너로서 꼭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지구도 아이들처럼 조금 더 순수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품이 많이 들고 힘들지만 라인별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자리를 잡고 제품 라인이 조금 더 늘어나면 재능기부와 사회공헌을 위한 활동도 꿈꾸고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소비자가 없으면 디자인도 없어요. 그래서 소통이 매우 중요하죠. 소통 방식의 일환으로 페어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협업 작업을 병행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좀 바쁘게 움직일 것 같아요. 9월에는 현대백화점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고 홍대 앞 상상마당과 루이까또즈 운영 뮤지엄 Platform-L에 입점합니다. 10월에는 대구 패션페어 메인 컬렉션 패션쇼를, 11월에는 유아교육전 페어 참가가 예정돼 있고요. 내년에는 ‘주제가 있는 아이그림 공모전’ 기획을 통해 어른들은 흉내 낼 수 없는 그림을 그리는 스페셜 크리에이터 4기 어린이를 발굴해서 새로운 라인을 개발해나갈 거고요. 디자인부터 제품 제작, 마케팅과 판매까지 전 과정을 운영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오운 유라는 브랜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가고 싶어요.
* 하티스트 제일모직에서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CSR(사회공헌) 스토어. 하티스트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티스트의 나눔 실천 공간으로, 수익금은 모두 시각장애 아동에게 전달된다. 1층부터 5층까지 작은 소품부터 리빙 아이템, 리사이클링 옷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 글 안현미
- 서울문화재단 홍보팀 차장
- 사진 최영진
- 제품 사진 제공 오운 유
- www.own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