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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혹은 대담

9월호

예술가와 공공제도의 관계 재설정을 위한 비판적 리뷰제도의 재구성

최근 몇 년간 문화예술 재정 지원 규모는 꾸준히 늘었고 관심 역시 높아졌지만
그만큼 예술인들의 삶이 나아지거나 제반 창작 환경이 좋아졌는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어떤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현 상황을 따져보고
예술지원정책과 예술계가 괴리되는 원인 분석 및 해결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예술정책의 구조적 문제부터 예술가의 창작 환경 안정화와
자생성 증대까지 다양한 과제를 놓고 논의가 오간
토론회의 일부를 지면에 옮긴다.

진실 혹은 대담 관련 이미지

사회 |
김해보서울문화재단 정책연구팀장
발제 |
안성아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염신규(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소장
라도삼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토론 |
최선설치미술가
임인자독립문화기획자
김성규한미회계법인 대표
이규석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본부장
일시 |
2016. 8. 8(월) 15:00~17:30
장소 |
서교예술실험센터

[ 발제1 ] 예술 지원 재정의 양적 변화: 2012~2014

[ 발제자 ] 안성아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이번 정부의 목표가 ‘문화 재정 2%’여서 그런지 유난히 문화 재정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습니다. 정책의 전달 흐름에 따라 정책을 기획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지원 주체, 사업을 만들고 운영하고 관리하는 지원 주체, 예산을 받아서 공연과 전시를 하거나 작품을 만들어서 향유자들과 만나는 사업 실행자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공공과 민간으로 나눠 전체 지원 규모가 얼마이고 각 사업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조사해봤습니다. 그 결과 공공과 민간 모두 지원 규모가 3년 연속 증가했습니다. 공공의 총 지원규모는 2조 1,384억(2014년 기준)입니다. 그러나 과연 예술정책이 효과적으로 집행된 것이냐는 문제 제기가 있습니다. 지원금의 편중 현상도 보입니다. 공공이 93%, 민간 7%로 절대적으로 공공 중심의 지원 구조입니다. 민간도 개인은 8%밖에 되지않고 소수 기업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공급되는 내용의 문제인지 예술 향유에 대한 준비가 덜 된 것인지 원인을 짚어봐야 할 시기입니다. 집중화한 재원의 출처를 다각화하고, 개인의 참여를 다양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사업 유형은 공공과 민간 모두 하드웨어 유지 비중이 높습니다. 하드웨어는 한번 지으면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비용이나 수요 기반 위에서 한 번 더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자체나 문화재단 같은 사업 주체가 많아지면서 역할의 중복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소관 기관들은 그나마 역할이 구분되어 있는 편인데, 광역과 기초 재단은 자체 사업의 비중이 매우 낮습니다. 시설관리의 비중이 높은 기초 재단은 재단으로서의 전문성을 가져야 합니다. 양적인 규모 증가에 대한 관심도 좋지만 그 안의 내용적인 변화를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 발제2 ] 정부의 예술정책 흐름에 대한 조망과 비판적 리뷰

[ 발제자 ] 염신규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소장

우리나라 정부의 예술정책은 문체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문체부를 중심축으로 한 방사형의 집중이 현재 한국 사회와 예술계가 안고 있는 복잡성을 담아내기에 적합하지 않은 모형이라 생각합니다. 1972~74년 사이에 만들어진 문화예술진흥법 등이 지금까지도 예술지원정책의 기본적인 툴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중앙집권 구조가 지속되고 있고, 의사결정의 자율성이라든지 다양성은 소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예술정책의 업무 영역이 증가하면서 중앙정부는 다양한 에이전시를 두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다양화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산하 기관과 소속 기관들이 축적된 전문성을 발현할 수 있는 시스템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문제를 3가지로 나눠보았습니다. 첫째는 ‘거 시적인 정책 설계의 부재’입니다. 문체부는 전체를 총괄하는 중앙의 부처로 제도나 예산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 제시와 설계를 하기보다는 개별 사업에 참여하고 타 기관들을 직접 지휘 감독하면서 진행하는 쪽에 방향을 맞추고 있습니다.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당장의 성과를 올리기 위한 사업을 합니다. 이런 나쁜 성과주의는 행정의 오래된 문제이며 최근에 특히 강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연장선상에서 나오는 것이 문체부에 집중된 방사형 예술정책 구조 문제입니다. 정책의 전문성을 높이기보다는 국가 단위 이벤트로 예술정책이 동원되는 관성이 만들어지고, 각 분야의 정책들이 횡적으로 연결되어 협력 구조를 만들 수 없는 약점이 있습니다. 중앙정부 산하 예술기관들을 보면 비슷한 유형의 사업이 많습니다. 사업들 간의 연계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투여되는 재원의 효과성에 의구심이 생깁니다. 중앙정부는 보다 거시적인 틀에 집중할 필요가 있으며 세부적인 정책의 자기 사업화에 대해서는 재점검해보아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중앙정부 중심의 예술지원 구조의 틀을 벗어나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각 예술정책 기관들이 지방정부와 직접적인 협력 관계를 만들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합니다. 고갈 위기에 놓인 중앙의 문예진흥기금을 단순히 복구하는 방향이 아니라 지역에서 벌이는 다양한 방식의 펀드레이징에 근간을 두고 중앙정부는 이를 보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문화재정 규모는 증가하고 있지만 집중화한 재원의 출처를 다각화하고 개인의 참여 방법 다양화를 모색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안성아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중앙정부 중심의 예술지원 구조를 벗어나야 하고 이를 위해 예술정책 기관이 지방정부와 직접적인 협력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염신규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소장

[ 발제3 ] 서울 예술인 희망플랜

[ 발제자 ] 라도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울시 도시경쟁력에서 ‘예술가의 활동지수’ 항목이 가장 떨어진다는 것이 서울의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서울 예술인 희망플랜’은 전체적으로 예술가의 활동지수를 높여보자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삶의 환경 문제입니다. 이는 창작지원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얼마 안 되는 창작지원금이 예술시장의 자생성만 떨어뜨린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돈만 주면 되는 편한 지원 방식에 대해 예전부터 문제 제기를 많이 했습니다. 예술의 사회성에 대한 지원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두 번째, 노동과 창작 여건도 중요한 문제라고 보았습니다. 세 번째, ‘성장 기회를 어떻게 줄 것인가’는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데 과연 문화재단이 키운 예술가가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계획의 목표는 예술인의 삶과 창작 환경을 혁신하고, 예술인들이 활동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예술인들을 위한 미래 계획이 아예 없는 상태였는데, 첫 번째 미래 계획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저희가 집중한 것은 생활·환경과 일자리·노동, 창작·활동이 선순환하는 계획으로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서울시 예술지원정책의 큰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문화본부 사업뿐 아니라 다른 부 사업까지 포괄해서 가자는 것입니다. 부서 간 협력하고 정부와 민간, 자치구를 연결하는 형태의 협력적 계획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5대 희망(HOPES: Housing&Life, Opportunity, Promotion,Education&Exchange, Sustainability) 계획을 만들었습니다. 예술인의 주거와 생활 안정, 사회활동 기회 제공, 창작 활동 촉진, 성장과 발전을 돕는 교육과 교류, 지속 가능한 예술 환경 조성이 주요 계획입니다. 생활·환경, 일자리·노동, 창작·활동 이 세 가지에서 예술가들의 생활 네트워크 체계를 어떻게 갖출 것인지가 이번 계획의 핵심입니다.


생활·환경, 일자리·노동, 창작·활동 세 가지에서 예술가들의 생활 네트워크 체계를 어떻게 갖출 것인지가 계획의 핵심입니다.
라도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예술가의 정체성을 스스로 정한다고 하지만 제도가 예술가의 정체성을 강요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해보 서울문화재단 정책연구팀장

예술지원,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예술지원제도를 일방적으로 어떻게 개선할지가 아니라 공공 자원을 운영하는 제도와 예술가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할지에 대해 얘기해보았으면 합니다. 제도의 재구성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기 위해 지금의 제도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짚어보고, 예술가의 입장과 다른 분들의 견해를 추가로 진단해보겠습니다.

최선
제가 느끼는 것은 여전히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솔직히 한국에서 길러진, 세계에 내놓을 만한 작가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면 부끄러운 점이 있거든요. 거꾸로 배고프고 고통받는 작가에게서 현실에 몸부림치는 작품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것이 과연 정책으로 길어 올려질 일인가 싶기도 합니다. 정책을 더 산만하게 만드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고요. 오히려 예술인 주거와 생활 안정에 최우선으로 집중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핵심 근육이 만들어져서 확산되는 방향으로 가야만 자생적으로 무언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저는 외국에 나가서 다른 작가들의 활동을 보면서 큰 자극을 받았는데요. 가까운 일본의 동료들은 저보다 형편이 더 어려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하고 있는 것에 확신을 갖고 있고 아티스트라는 말을 쓰면서 자부심을 느끼는 것을 보고 놀랐거든요. 당시 지원금을 받아서 갔지만 서울의 문화예술계에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없었어요. 누구나 받는 흔해빠진 것으로 치부되는 느낌이 들었고요. 심지어는 바쁘게 쫓기면서 업무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자존감이 사라지는 경험도 했어요. 반면에 일본 작가들은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가면서 자발적으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임인자
저는 오랫동안 기획을 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작품을 창작해봤는데, 창작해보니 언어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예술가로서 창작을 한다면 전업으로 창작만 할 시간과 장소와 비용이 절실합니다. 그런데 돈을 벌어야 해서 바쁘고, 프로젝트를 하려면 스태프와 배우에게 돈을 드려야 합니다. 그러면 작품 만들 시간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되더라고요. 여기에 무언가 개선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하고요. 작품을 만들고 나면 사회와 만나는 유통 과정이 필요한데 그것마저 극단에서 다 해야 합니다. 작품의 의미를 확산하는 것도 버거운 일이 되더라고요. 창작지원의 경우 유통하시는 분들에 대한 지원, 마케팅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작품을 오롯이 전달할 수 있는 큐레이터 같은 분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일로서의 영역과 창작의 영역이 많이 다르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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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를 서비스 받는 수혜자로 볼 것인지 공급자로 볼 것인지에서 출발해야 할 것 같은데요. 예술가는 어떤 존재인지 비유를 들어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김성규
막연한 얘기인데 예술가 스스로 정리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단편적으로 나누는 것은 맞지 않아요. 정체성을 본인들이 확립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 지원금의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지만 예술가나 예술단체는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공공의 재정은 지출되고 있는데, 방식의 문제인지 구조적인 문제인지 정리가 잘 안 되는 것 같고요. 거꾸로 예술가나 예술단체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제도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는 예술단체와 예술가에게 100%를 지원해준다고 해도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이규석
예술지원사업이나 제도의 내용을 따져보면 사실 ‘예술 작품’ 지원입니다. 예술을 통합성을 가진 완전체로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으로 감각할 수 있거나 구체화할 수 있는 예술 작품으로 최소화해놓고 지원정책이나 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에 예술에 대한 총체적인 지원보다는 작품 중심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다만 ‘서울 예술인 희망플랜’은 예술 작품이 만들어지는 통합적인 과정 안에서 예술인이나 예술 활동까지 아우를 수 있는 예술정책의 맥락에서 접근해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차원에서 작업이 진행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강력하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는 문제나 이후에도 연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순환적인 구조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김성규
‘서울 예술인 희망플랜’은 예술인 중심의 정책인데요. 예술인에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예술인들이 자생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실업 정책을 얘기할 때 실업자들만 얘기하면 해결이 안 됩니다. 그 사람들을 담아낼 수 있는 인프라나 기업을 얘기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예술인들을 담아낼 수 있는 예술 단체나 인프라 얘기가 부족합니다. 그래야 계속적인 순환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정책에 따라 일정 수의 예술가들이 수혜를 보고 난 다음 순환이 안 되면 또다시 정체됩니다. 인프라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지금 문화예술 협동조합 중에 제대로 되는 곳이 없어요. 왜냐면 수익을 창출해내야 하는데 협동조합을 하면 좋다고 하니 우선 만들어놓고 지원만 바라고 있어요. 사회적 기업은 돈을 버는 기업입니다. 사회적 기업에 고용되는 형태의 일자리 창출이 예술지원정책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겁니다.

예술지원의 철학과 주체의 부재

이규석
개인적으로 가장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최근 10년간 지원제도의 흐름에서 예술정책의 철학과 방향성이 무엇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서울 예술인 희망플랜’을 만드는 과정은 우리가 하고자 하는 예술정책의 철학과 비전을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를 차치하고 문체부와 광역 문화재단으로 전달되는 예술정책에서는 추구하고자 하는 철학이나 비전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유와 합의가 부재했습니다. 예술정책의 방향과 목표가 정확하게 전달되지않은 상태에서 예술행정 체계가 엄청나게 비대해지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 일종의 협심증입니다. 복잡계 현상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 공감하고, 무언가 재구조화되거나 정리정돈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완전히 다른 체계가 서로 다른 원리로 작동되다 보니 과잉이나 중복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지난 10년간 변화는 있었는데 합리적인 재구조화에 대한 고민은 지금 시점에서 할 수밖에 없는, 이미 임계수위까지 온 상황입니다. 분권적인 문화정책이나 전달 체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성규
저도 중앙정부의 방사형 모델에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체부의 산하 기관에 대한 통제가 점점 강해지는 것도 사실이고요. 거시적인 정책 수립은 중앙정부에서 밖에 할 수 없는 구조인데, 실행은 지자체에서 하다 보면 결국 더 중앙집권적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지금은 중앙과 지방의 갈등이나 중복의 문제가 있는데요. 실행을 지방으로 넘기면 지방정부와 이것을 실행하는 재단과의 관계에 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가 통제하는 수준이 훨씬 더 높거든요.

정책에서 예술인 주거와 생활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필요합니다. 핵심 근육을 만들어야 자생적인 예술 활동이 가능합니다.
최선 설치미술가

예술인 지원에 있어 시혜적인 관점이 아닌, 예술인들과 어떻게 작업해야 할지의 관점으로 얘기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임인자 독립문화기획자

예술인 중심의 정책으로 예술인이 자생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들을 담아낼 수 있는 예술 단체나 인프라 얘기가 따라야 합니다.
김성규 한미회계법인 대표

최근 10년간 지원제도의 흐름에서 예술정책의 철학과 방향성이 무엇인지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합리적인 재구조화가 필요합니다.
이규석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본부장

제도는 항상 개선하고 발전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성과이지, 실행을 잘했다는 성과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다 보니 제도를 만들 때까지만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라도삼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는 것이 어떤 계획을 만들면 그 당시 사회가 갖고 있는 모든 문제가 쏟아져 들어옵니다. 그에 대한 고민의 결과입니다. 이 계획을 만들면서 고민한 것은 ‘예술가를 왜 지원해야 하는가’였습니다. 두 번째는 ‘누가 예술가인가’입니다. 예술가는 불특정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책 대상이 되려면 기준이 설정되어야 합니다. 제일 고민했던 문제는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계획인지, 주체로 하는 계획인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계획을 만들다 보면 예술인 대상의 계획이 됩니다. 서비스를 해주겠다는 식으로 가요. 예술인 주체로 가야 하는데 문제는 주체가 될 파트너가 없습니다. 예총, 민예총 조직 자체도 많이 와해되었고, 예술인들 스스로가 주체로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문화재단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원사업을 할 때 예술인들을 주체로 전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합니다. 늘 대상으로 접근하니 성과주의 문제가 나옵니다. 또 하나 힘들었던 것은 서울에 예술가가 몇명인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습니다. 모집단이 없으니 예산 추정이 안 돼요. 그렇게 되면 공급자의 능력에 따라 예산이 편성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술인들에 대한 개념 규정부터 시작해서 숙제가 많습니다.
염신규
사실 예술가에 대한 파악 자체가 안 되는 부분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중앙의 국가 단위 조직에서는 예술인 실태조사를 정확하게 할 수 없다고 봅니다. 지역에서 만들어가야하는 부분입니다. 지금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고, 이것이 예술인 지원정책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예술가와 공공이 일정한 협약이나 약속을 할 때 예술가들을 대표해서 파트너로 나설 만한 단체들이 부재한 상황임을 인정하고 가야 할 부분입니다.

‘공급자의 능력에 따라 정책이 결정된다’는 말씀은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정책이 결정된다’는 말과 대비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정책을 만들 때는 어쨌거나 사회의 큰 흐름이 반영되기 때문에 흐름이 반영될 수 있도록 담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술계가 수요자로서 자기 몫을 챙기는 정치의 담론으로서 정책을 요구하는 구조는 왜 안 되고 있을까요? 지금은 주체성이 없는 예술계를 상정하고 제도의 재구성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염신규
계획은 일단 세워놓으면 어떻게든 될 수밖에 없다는 말씀에 공감하는데요. 참여정부 시기에 만든 ‘창의한국’ 이후 성격이 다른 정부가 들어섰지만 거기에 들어 있던 내용은 거의 현실 정치가 되었거든요. 정치와는 무관하게 정책이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시대적인 흐름에서 예술정책을 고민하는 새로운 거시적인 담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일자리 혹은 직장의 개념 자체가 해체되고 노동의 개념도 달라지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노동의 성격 변화도 예술계의 사회적 안전망이라든지 복지, 창작지원에서 같이 고민해야 합니다. 예술가의 정체성은 스스로 규정하는 측면이 있지만 정책 대상으로서는 다른 면이 있습니다. 예술가들이 처한 정체성의 다면성을 정책 안에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시혜적 관점과 태도의 변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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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자
저는 질문을 바꿔서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고은 작가, 김운하 배우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 사회에서 질문했어야 하는 것은 ‘예술인에 대한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가’라고 생각하거든요. 예술인이 누구든지 간에 도대체 왜 고시원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사태가 일어나는지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작품에 대한 창작지원이 있는데도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고요. 예술 작품 지원을 중심으로 하다가 사람으로 관점을 옮겨서 보니 누구와 해야 하는지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고 하셨는데요. 저는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 예술계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다 예술인이고, 사회적으로 설득해내야 하는 문제입니다. 한편으로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예술인들과 어떻게 작업해야 할지의 관점으로 얘기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시에서도 비난을 해소하고자 만든 것인데 다시 시혜적인 관점으로 얘기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염신규
사실 한국에 예술인 복지사업은 존재하지만, 예술인 정책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들 때가 많습니다. 예술인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 태도로서의 기본 정책, 원형으로서의 틀이 존재해야 한다고 봅니다.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논의는 미뤄져왔고 눈에 보이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이에 대한 방편으로 포퓰리즘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만드는 것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사실 그 이전 단계에서 ‘예술가를 왜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기반에서의 고민이 깔린 다양성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기반이 없다 보니 사업 자체가 핵심에 닿아 있지 않고 홍보를 위한 정책사업으로만 존재하고 예술가들에게는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예술계에서 요구해온 부분이지만 예술정책을 만드는 쪽에서는 이것을 담아낼 만한 틀이 없다고 봅니다. 틀을 만드는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답 없는 얘기를 또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도가 바뀌는 경로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여론이 들끓으면 갑자기 입법했다는 성과로 가는 것이 지금의 모습 같아요. 예술가의 정체성을 스스로 정한다고 하지만 제도가 예술가의 정체성을 강요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도를 바꾸기 전에 태도를 바꾸라는 얘기가 와 닿았는데요. 제도를 바꾸는 것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그것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보자는 자리라는 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문화+서울

* 토론 내용은 서울문화재단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며 [문화+서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리 전민정
객원 편집위원
사진 최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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