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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8월호

30대 여성 필자의 ‘서울에서 문화예술로 휴가 즐기기’ 도심 속 고즈넉한 휴가, 단 하루면 충분해요!
어김없이 찾아온 여름휴가. 저비용항공 덕에 예전에 비하면 해외여행의 문턱은 매우 낮아진 편이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미리 휴가를 계획하고 사전 준비를 꼼꼼히 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직 이렇다 할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했더라도 실망할 필요 없다. 가까운 도심 속 매력적인 여행지가 곳곳에 숨어 있으니 말이다. 30대 여성인 필자가 도심에서 고즈넉한 휴가를 보내는 방법을 소개한다.

테마 토크 관련 이미지

나의 절친한 동료 J양이 오랜 시간 거주해오며 입이 닳도록 자랑하고 가끔 초대하기도 하는 곳이 있다. 심지어 부서 회식까지 종종 이곳에서 하곤 했는데, 그것은 아마도 이곳이 서울 중심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아직은 삶의 터전으로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정겨움을 마주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일 것이다. 무심코 들른 작은 가게 하나에도 누군가의 정성이 깃들어 소소하지만 ‘진짜’인 예술을 만날 수 있으며, 과거와 현재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낯설지도 이질적이지도 않기에 많은 이들에게 끌리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그곳은 바로 서울시 동북부의 심장, ‘성북동’ 지금부터 성북동으로 함께 여름 휴가를 떠나보자.

소박하고 행복한 것들에 대한 기억, 북정마을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나온 방향으로 마을버스 3번을 타고 종점에 내리면 서울에 몇 남지 않은 달동네, 서울의 원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북정마을이 시작된다. 한양도성 성곽 바로 아래 산기슭에 자리 잡은 이 마을은 경사진 언덕에 위치해 있어 걷다 보면 숨이 가빠오는 순간을 경험하게 하지만, 힘든 건 그저 잠시일 뿐 금세 따사로운 햇살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온전히 나를 향하며 그렇게 마을은 첫인사를 건넨다. 지난 2011년 8월 한옥마을 조성을 위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후로 마을 곳곳에서 이를 반대하는 벽보가 눈에 띄기도 한다. 하지만 ‘조성’에서 ‘보존’과 ‘재생’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대학로의 연극인, 건축가, 디자이너 등 젊은 예술가들이 마을의 구옥을 개조해 공방, 카페, 스튜디오 등으로 활용, 마을에 꾸준히 숨을 불어넣어왔다. 동네를 거닐며 집 밖으로 걸어놓은 액자 전시를 보다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생각날 때쯤이면 마을버스 정류장 앞에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시던 동네 어르신들이 정답게 말을 건네기도 한다. 그저 그 풍경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강하고 뭉클하게 움직인다.
북정마을을 내려오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심우장’은 이 마을의 상징으로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만해 한용운 선생이 삶을 마감한 곳이다. 집을 지을 때 조선총독부와 등을 지기 위해 북향으로 집터를 잡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이는 당시 남향으로 지어진 다른 집들과는 달리 일제에 타협하지 않고, 변절하지 않겠다는 한용운 선생의 정신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의 이야기는 매년 6월 추모제 기념행사나 10월 개최되는 성북진경축제에서 <뮤지컬 심우>로도 만나볼 수있다. 이는 성북문화재단에서 기획한 것으로, 지역의 특성과 역사적 인물을 동시에 담아내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나를 찾는 여행’ 위한 느낌 있는 공간

그리고 여기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가게가 있으니…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인 우리 같은 이들을 위한 곳, 바로 ‘느낌가게; 문득, 창고 문을 열다’이다. 사회에서 남들에게 보여주기위한 내가 아닌, 그 안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돕는 이 가게의 대표적인 메뉴는 40개의 ‘느낌상자’이다. 우리들의 솔직하고 다양한 ‘느낌’이라는 감정이 모여 있는(예: 쉼 상자, 희망 상자, 위로 상자, 용기 상자, 용서 상자, 소심한 상자, 무서운 상자, 외로운 상자 등) 상자마다 그동안 해당 상자를 선택한 이들의 마음속 이야기뿐 아니라 미래에 이 상자를 선택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하는 메시지 등이 담겨 있는데, 마치 한 권의 자서전을 읽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나에게 ○○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면서 우리는 이것이 나만의 불행 혹은 행복과 같은 감정이 아님을 자연스레 공감하며 마음을 치유하게 된다.

강남에 있을 법하나, 성북동에만 있는 HOT한 몇 가지

지난 2013년 오픈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챕터원’이 신사동 가로수길에 이어 성북동에도 ‘챕터원 꼴렉트’(고르고 모은 제품을 공개한다는 의미)라는 이름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챕터원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소개부터 편집 숍 컨설팅까지, 소장 가치 높은 리빙 소품을 선보이기 위해 신진 디자이너 발굴에 주력해온 곳. 1호 가로수길 매장이 관광객과 젊은 층 고객을 주 대상으로 해 소품 위주의 기프트 숍 성향이 강하다면, 2호 성북동 매장은 상대적으로 북적이지않고 조용한 공간에서 국내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외국에서 공수해 온 뛰어난 디자인과 품질의 제품을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이곳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숍이 아닌, 갤러리 카페와 같이 휴식을 취하며 자유롭게 드나들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모던 영국 요리 레스토랑 ‘우물우물’은 성북동 구석 어딘가에 숨어 있는 음식점이다. 특이한 점은 실내에 1940년대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실제 ‘우물’이 있다는 점이고,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접 만든 영국식 수제 소시지와 으깬 감자요리가 일품이며 가격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이 세상의 달콤한 모든 것을 애정하는 여자들에게 빠질 수 없는 것, 바로 디저트일 것이다. ‘파티스리마담비’는 성북동을 찾는 모든 여성이 찾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곳에 들른다면 홍차와 함께 얼그레이 시폰케이크, 고소한 스콘을 맛보는 기쁨을 만끽하라!
사진작가가 운영하는 ‘갤러리F64탭하우스’는 수제 맥주 전문점이다. F64는 카메라 렌즈에 있는 (전경에서 후경까지 사진에 담기는 모든 장면이 선명하게 나오는) 조리개 최소 수치를 의미한다고 한다. 기막힌 맥주 맛만큼이나 인테리어가 참으로 매력적이다. 토요일마다 예술영화도 상영한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만약 성북동 어딘가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막차를 놓쳤다면, 멀지 않은 곳에서 게스트하우스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짧은 휴가가 아쉬웠다면 바람이 선선해질 무렵, 책 한 권 손에 들고, 길상사를 찾아 템플스테이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안심해도 되는 것은 ‘혼자 가도 좋은 곳’이라는 것, 명심해야 할 것은 ‘가보니 좋았다면 혼자만 알고 있을 것’!문화+서울

글 양시내
서울문화재단 축제팀
그림 손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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