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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1월호

전시 <변시지, 시대의 빛과 바람>과 <TeamLab: LIFE> 극과 극 아날로그 회화와 디지털 아트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
햇살, 바람, 나무, 바다…. 두 전시엔 우리 곁의 친근한 자연 요소가 모두 들어가 있다. 그러나 두 전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변시지, 시대의 빛과 바람>은 회화 전시이고, <TeamLab: LIFE>는 첨단 테크놀로지로 구현한 몰입형 디지털 아트다. 자연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시각도, 관람객과 소통하는 방식도 크게 다르다. ‘나홀로’ 작가와 다수의 전문가가 ‘팀’으로 작업한 과정도 대비된다. 예술을 예술이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며 전시를 찾는가. 두 전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전혀 다른 언어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해당 전시 일정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변경 또는 취소될 수 있습니다.

변시지 <폭풍의 바다>, Oil on canvas, 91×117cm,1989

‘폭풍의 화가’ 변시지를 재조명하다 <변시지, 시대의 빛과 바람> | 10. 16~11. 15 | 가나아트센터

“1980년대의 어느 해, 변시지 선생의 그림을 처음 대했을 때 전해오던 감흥을 오래 기억하고 있다. 그의 그림은 다소 원초적이고 설화적이었다. 그것은 존재의 소슬함과 삶의 외경에 대한 깊은 통찰력처럼 보였고, 그것을 드러내는 저돌성에 그 특징이 있어 보였다.” 《변시지: 폭풍의 화가》(열화당)를 쓴 서종택 고려대 명예교수가 책의 서문에 쓴 글이다. 서 교수는 대학에서 현대문학을 가르쳤는데 변시지 작품에 매료돼 20년 전 변시지 작가에 대한 책까지 냈다.
한국 미술계에서 변시지(1926~2013) 작가가 차지하는 자리는 매우 독특하다. 작가 생전에도 그의 그림을 보고 감전된 듯 감동한 열렬한 애호가들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선 아직 그의 이름조차 모르는 이들도 적잖다. 제주도에서 작업하던 작가는 2013년 세상을 떠났다.
최근 미술계에서 변시지 작가를 조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5월 변시지의 전 생애 작품을 다룬 화집 《바람의 길, 변시지》(누보)가 출간된 데 이어 이번엔 그의 주요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전이 서울에서 개막했다. 바로 이 전시다. 이 전시는 작가가 1975년 제주로 귀향해 201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38년간 제주에 머물던 시절 완성한 주요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변시지는 제주도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 일본으로 이주해 자랐고, 20대 초반에 일본 중앙 화단에서 화려하게 주목받으며 데뷔했다. 30대에 서울대 교수로 초빙돼 귀국하지만 한국 화단에 적응하지 못한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교사와 강사 생활을 전전하다가 제주도로 간 이유다. 그리고 그곳에서 40년 넘게 자신에게 익숙하던 모든 색과 기법도 다 버리고, 서양화와 동양의 문인화 기법을 융합한 자신만의 독창적 화풍을 만들어나간다.
화면 전체를 황톳빛 노란색으로 채운 그의 그림엔 항상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파도는 섬을 삼킬 듯이 성나 있고, 그 섬엔 바람에 날아갈 듯한 초가 한 채와 소년 혹은 지팡이를 짚은 노인과 조랑말, 까마귀 등이 반복해 등장한다. 마치 동양 문인화에서 먹을 쓰듯이 검은 선으로 대상을 표현한 것도 특징이다.
변시지의 화폭에 담긴 풍경은 호젓하다 못해 쓸쓸하다. 그리고 격랑 한가운데서 끊임없이 흔들리되 뒤집히지 않고 어딘가를 향해 가는 한 척의 배처럼 꿋꿋한 기상도 담겨 있다. 우리는 그의 그림에서 우리 마음의 풍경을 본다.

<TeamLab: LIFE> 전시장 모습

미디어아트, 미술의 길을 묻다 <TeamLab: LIFE> | 9. 25~2021. 4. 4 |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벚꽃이 만발할 때, 혹은 단풍이 한창일 때 공원으로 산으로 나들이를 가는 것도 앞으론 옛날 얘기가 될지 모르겠다. 이제 미술관은 벽에 그림 한 점 걸지 않고도 관람객을 끌어모으고, 첨단 기술로 잘 빚어낸 ‘빛’으로 자연보다 더 실감 나는 영상으로 관람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예뻐야 돼, 뭐든 예쁜 게 좋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에서 금자 씨가 한 말이다. 좀 과장하자면 미술 창작 그룹 팀랩(TeamLab)이 선보이는 이 전시는 철저하게 금자 씨의 이 주문을 따랐다. 제주도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미디어아트 <빛의 벙커>와 최근 출범한 아르떼 뮤지엄 같은 종류의 몰입형 미디어아트다. 다만 꽃과 바다 등 자연에 집중한 소재로 환상적인 공간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확연히 차별된다.
전시는 약 1,256㎡(약 380평)에 마련된 8개의 어두운 전시장에서 다양한 작품을 체험하는 방식이다. 각 방의 벽과 바닥, 천장엔 꽃이나 동물, 나비, 파도 등이 너울거린다. 여기서 팀랩은 자연을 재현하되 현실에서 육안으로 생생하게 포착하지 못한 순간을 압도적인 스케일과 디테일로 펼쳐낸다.
나팔꽃은 어둠 속에서 부유하는 형태로 여기저기서 천천히 피어나고, 해바라기는 단숨에 ‘일생’을 보여주려는 듯 자라난 뒤 활짝 꽃을 피우고 눈부시게 노란 잎을 눈송이처럼 떨군다. 벽면의 꽃잎에 손을 대면 꽃은 시들어버리고, 폭포의 물줄기 가운데 서 있으면 물살은 사람의 어깨 위로 튕겨 흐른다. 디지털 영상이 관객의 모션을 감지해 실시간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팀랩은 아티스트,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CG애니메이터,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창작 그룹이다. 이들의 전시는 도쿄를 비롯해 뉴욕·런던·파리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벌써 관람객 2800만 명을 끌어모았다. 자연·생명에 방점을 찍고, 디지털 영상에 현실과 다른 시간성을 부여해 아름다움을 극대화해 보여주는 데 주력한 성과다.
그러나 이 전시를 봐야 이유는 이것이 최상의 미디어아트여서가 아니다. 미디어아트의 현재를 가늠하고, 그 미래를 질문하게 하는 현장이라서다. 이것은 아트인가, 새로운 테마파크인가. 그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재미와 감동의 가치는 어떻게 다른가. <TeamLab: LIFE>가 우리에게 질문한다.

글 이은주_《중앙일보》 기자
사진 제공 가나아트, 문화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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