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문화+서울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사람과 사람

11월호

연극 <오만과 편견>과 뮤지컬 <고스트> 무대로 간 고전 로맨스, 색다른 연출로 재탄생하다
고전 로맨스 소설과 영화를 원작으로 한 공연이 나란히 관객을 맞고 있다. 무대에 오른 작품은 연극 <오만과 편견>과 뮤지컬 <고스트>다. 전자는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이 1813년 펴낸 동명 소설, 후자는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 주연의 영화 <사랑과 영혼>이 원작이다. 두 작품은 익숙한 고전 명작을 뻔하지 않게 연출해 무대예술만의 매력을 보여준다. 원작의 재탄생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새롭다.

※해당 공연 일정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변경 또는 취소될 수 있습니다.

2인극으로 각색된 연극 <오만과 편견>의 배우 백은혜(왼쪽)와 이형훈(오른쪽)

고전의 향기, 2인극으로 되살아나다 <오만과 편견> | 9. 19~11. 29 | 예스24스테이지 3관

<오만과 편견>은 드라마와 영화로 여러 차례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는 콜린 퍼스가 주연한 BBC 드라마(1995)와 키이라 나이틀리가 여주인공을 맡은 영화(2006)가 사랑받았다. 연극은 원작을 2인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 소설 출간 200주년을 기념해 2014년 영국 솔즈베리 극장에서 초연한 버전이다. 초연 당시 “원작보다 더 재밌는 각색 버전”이라는 평을 받았다. 호평의 힘은 애비게일 앤더슨의 참신한 연출에 있다.
작품의 줄거리는 원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19세기 영국 중류층 베넷가(家)의 총명한 둘째 딸 리지와 무뚝뚝한 명문가 신사 다아시가 우여곡절을 딛고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두 주인공을 둘러싸고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무대에서는 배우 2명이 등퇴장 한 번 없이 21개 배역을 모두 연기한다. 캐릭터에 따라 부채·안경·지팡이·모자·손수건 등 소품을 달리하고, 말투와 목소리에 변화를 줄 뿐이지만 각각의 캐릭터가 뚜렷하게 구분된다.
이를테면 다아시가 코트를 여미면 베넷가의 수줍은 첫째 딸 제인이 된다. 파이프 담배를 물면 진중한 아버지로 바뀌었다가 모자를 눌러쓰면 베넷가 상속자인 콜린스 목사로 변신하는 식이다. 리지 역시 치맛자락을 젖히면 다아시의 친구 빙리가 되지만 흰 손수건을 손에 드는 순간 베넷가의 수다스러운 어머니로 변한다. 자연스럽게 젠더 프리(Gender-Free·성별에 관계없이 배역을 정함) 캐스팅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계급사회의 위선을 꼬집는 원작 특유의 문제의식과 단출한 무대 세트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점도 돋보인다. 연극 <렁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박소영이 연출했다. 방대한 양의 대사를 소화하면서 순간순간 여러 역할을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배우들의 호연을 보고 있노라면 160분이 금세 지나간다. 2019년 초연 멤버 김지현·정운선·이동하·이형훈에 백은혜·홍우진·신성민이 새로 합류했다. 연극·드라마와 비교 감상하거나 캐스트를 달리해 보면 흥미로울 듯하다.

뮤지컬 <고스트>의 몰리(아이비·오른쪽)와 샘(주원·왼쪽)

불멸의 사랑, 최첨단 무대에 담다 <고스트> | 10. 6~2021. 3. 14 | 디큐브아트센터

1990년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사랑과 영혼>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원작의 인기를 바탕으로 2011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초연한 뮤지컬 <고스트>도 성공했다. 같은 해 런던 웨스트엔드 피카델리 극장에 입성한 데 이어 이듬해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현지에서 “연극무대와 최첨단 기술의 놀라운 결혼”이라고 호평받았다. 국내 공연은 2013년 초연 이후 7년 만이다. 익히 알려진 샘 위트와 몰리 젠슨의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어떻게 무대에 구현했을지가 관람 포인트다.
최첨단 무대가 단연 돋보인다. 무대 위 구조물 샘과 몰리의 집은 7천 개의 LED판으로 이뤄졌다. LED 조명이 켜지면 영상 판으로, 꺼지면 세트로 활용한다. 무대를 가득 수놓는 영상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세트는 내용 전개에 따라 샘의 직장, 지하철, 병원, 칼의 사무실 등으로 바뀐다. 이때 세트 사이로 비치는 LED 조명이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극 중 유령인 샘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활용한 조명과 마술은 보기만 해도 신기하다. 오토 폴로(Auto Follow·무빙 조명이 배우 몸에 부착한 센서를 인식해 자동 추적하는 프로그램) 기법을 써서 샘이 움직일 때면 줄곧 푸른색 조명이 따라다닌다. 푸른색 조명은 샘의 애달픈 감정을 증폭시킨다. 일루셔니스트 폴 키이브가 개발한 마술은 고스트를 매지컬(Magical·매직과 뮤지컬의 합성어)로 바꿔놓았다. 살해당한 샘이 영혼이 빠져나간 육신을 슬프게 바라보는 장면, 샘이 문을 통과하는 장면, 지하철에서 또 다른 유령과 싸우는 장면이 압권이다.
첨단 기술의 향연 속에서 원작의 드라마는 탄탄하게 그대로 전개된다. 특히 몰리가 생전 샘에게 쓴 편지를 읽은 후 편지지가 저절로 접히는 장면이 뇌리에 박힌다. 이 장면에서 몰리는 샘의 영혼을 처음 인정한다. “몰리 사랑해. 항상 널 사랑했어.” 구천을 떠돌던 샘이 이 말을 전하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이승을 떠날 때쯤, 관객의 눈가에도 슬며시 이슬이 맺힌다. 샘은 주원과 김우형·김진욱, 몰리는 아이비와 박지연이 번갈아 맡는다. 오다 메 브라운을 연기하는 베테랑 박준면과 최정원의 ‘이 한 몸 불사르는 연기’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다.

글 문수경_《CBS노컷뉴스》 기자
사진 제공 달컴퍼니, 신시컴퍼니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