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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1월호

콘텐츠 유통·소비의 새로운 방식 ‘메일링 서비스’ 코로나 시대, 우리는 ‘메일’로 연결된다
바야흐로 ‘메일링 서비스’ 춘추전국시대다. 창작자가 구독료를 지불한 독자 개개인의 이메일로 자신의 콘텐츠를 보내주는 메일링 서비스는 구독경제 시대를 견인하는 거대한 물결 중 하나다. 월 1만~2만 원 남짓으로 짧은 시 한 편에서부터 그림과 음악까지 온갖 콘텐츠를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 여기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면 접촉이 줄어든 비대면 시대에 메일링 서비스는 창작자와 독자의 연결을 확인해 주는 소통의 중요한 창구다.
메일링 서비스에서는 출판사나 언론 같은 기성 매체의 진입장벽을 통과할 필요 없이 그 나름의 이유로 구독을 선택한 독자와 창작자가 일대일로 연결된다. 2018년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월 1만 원의 구독료를 받고 직접 쓴 에세이를 메일로 보내준 ‘일간 이슬아’의 성공 이후, 메일링 서비스는 지금 여기 모든 창작자가 꿈꾸는 가장 아름답고도 혁신적인 소통 방식이 됐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이 오롯하게 작가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덤이다.
중개자를 거칠 필요 없이 ‘이메일’이라는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하기만 하면 되는 장점 덕에 메일링 서비스는 최근 미등단 작가나 신인 작가들이 재능을 펼칠 기회의 창구가 됐다. 그러나 사실 이메일을 통한 콘텐츠 구독은 새롭게 등장한 방식이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기업이나 시민단체들은 오랫동안 ‘뉴스레터’라는 이름으로 고객이나 후원자들에게 소식지를 보내왔고, 2001년부터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고도원의 아침편지’ 역시 이 같은 ‘메일링 서비스’의 고전이다. 최근에는 사회 현안을 요약해 주는 ‘뉴닉(NEWNEEK)’, 사회 초년생에게 필요한 금융경제 소식을 전해주는 ‘어피티(UPPITY)’를 비롯해 많은 미디어 스타트업이 이메일을 활용해 저널리즘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나가고 있다.
메일링 서비스의 성공 전략은 작가의 유명세나 출판사의 이름값에 있지 않다. 오히려 ‘계급장 떼고’ 붙는 판인 만큼 기존 출판계가 포착하지 못한 신선하고 독창적인 신인 작가들이 더 경쟁력 있는 모델이다. 이 같은 가능성을 엿본 다양한 창작자들이 개성을 앞세워 판에 뛰어들고 있다.
1 클래식 음악 추천 메일링 서비스 ‘어쿠스틱 위클리’
2 금융·경제 소식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해 사회 초년생의 호응을 얻은 서비스 ‘어피티’

‘글발’ 탄탄한 창작자들의 성실·정직한 활로

‘메일링 서비스’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늘 지면의 청탁을 기다려야 했던 기등단 시인과 소설가들이다. 2016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강혜빈 시인은 10월 한 달 동안 편지 형식의 메일링 서비스를 선보였다. 2016년 등단해 2017년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문보영 시인은 2018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일기 딜리버리’를 운영해 오고 있다. 한 달 구독료 1만 원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일기가 전송된다. 이 중 매달 첫 번째 원고와 마지막 원고는 전자메일이 아닌 일반 우편으로 봉투에 담아 배송된다.
소설가들은 전형적인 문학의 틀에서 벗어나 색다른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다. 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자인 차도하 시인은 자작시와 함께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시를 낭독한 녹음 파일도 함께 보내는 ‘목소리 메일링 서비스’를 선보였다. 202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자인 이원석 시인은 일주일에 한두 통씩 총 100통의 편지를 보내는 ‘편지 100통을 보냅니다’ 메일링 서비스를 진행했다. ‘글발’이라면 뒤질 수 없는 비평가들도 가세했다. 영화 저널리스트 김현민은 매주 목요일 영화 관련 에세이를 보내주는 ‘목요일 어떻습니까’라는 이름의 메일링 서비스를 연재하고 있다.
혼자가 아닌 여러 명의 창작자가 의기투합한 경우도 있다. ‘일간 매일마감’은 일러스트레이터 이다, 작가 모호연, 다큐멘터리 감독 깅과 지민 4명이 매일 2편의 원고를 보내준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7명의 작가가 번갈아가며 하루 한 편의 에세이를 메일로 보내주는 에세이 구독 서비스 ‘책장 위 고양이’는 시즌2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최근 시즌3를 준비하고 있다. 시즌1에서는 김민섭·김혼비·남궁인·문보영·오은·이은정·정지우 일곱 명의 작가가 모였고, 시즌2에서는 김겨울·핫펠트·박종현·이묵돌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3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다큐멘터리 감독이 의기투합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서비스 ‘일간 매일마감’
4 메일링 서비스한 콘텐츠를 엮은 책 《언제나 양해를 구하는 양해중 씨의 19가지 그림자》

그림·영화·음악…확장하는 메일링 서비스

꼭 글만 선보이라는 법도 없다. 뮤지션 이랑을 중심으로 무려 30명의 창작자가 힘을 합친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는 시인, 소설가, 일러스트레이터, 사진가, 요리사, 만화가, 회화가, 판화가, 음악가 등이 각자의 전공을 살린 레시피, 오디오북, 만화, 일러스트 등 한 달간 30개의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일러스트레이터 봉현은 휴대폰·데스크톱 배경화면으로 소장 가능한 고화질 그림을 보내주는 ‘월간 월페이퍼’를 지난 9월까지 6개월간 진행했다. 클래식 음악부터 단편영화까지, 자신들만의 감각을 내세워 ‘추천’을 서비스하기도 한다. ‘어쿠스틱 위클리’는 클래식 음악 한 곡을 선정해 이에 대한 설명과 관련 영상 등을 함께 첨부하는 클래식 음악 추천 메일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영화공동체 무명씨네는 ‘이 달의 단편영화’ 구독을 신청하면 이달의 기획전으로 선정된 단편영화를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출판사 마케터인 김태태가 운영하는 ‘태태의 리뷰레터’는 사회 이슈와 책 리뷰를 엮어 함께 소개하는 메일링 서비스다.
메일링 서비스로 먼저 선보인 뒤 추후 실물 책으로 만들어진 경우도 있다. 임소라 작가의 연작소설집 《언제나 양해를 구하는 양해중 씨의 19가지 그림자》는 지난 4월 8일부터 19주에 걸쳐 매주 월요일 발행된 동명의 소설 시리즈를 엮은 것이다.
수많은 메일링 서비스의 바다에서 나에게 꼭 맞는 메일링 서비스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메일링서비스를 검색해 보자. 자신의 콘텐츠를 알리고 싶은 다양한 창작자의 참신한 셀프 광고를 만날 수 있다. 제보받은 다양한 메일링 서비스를 소개해 주는 트위터 계정(@mailingservice9)을 참조해도 좋다.
글 한소범_《한국일보》 기자
사진 제공 어피티, 일간 매일마감, 하우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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