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문화+서울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사람과 사람

2월호

중림창고 ‘걷고 싶은 도시’를 위한 복합문화공간
1970년대 정취를 간직한 성요셉아파트 맞은편 언덕길, 허름한 무허가 창고가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2019년 11월 28일 개관한 중림창고는 지상 2층, 지하 1층 연면적 267.3㎡(80.8평) 공간에 살롱, 서점, 전시실, 지하 커뮤니티 공간 등 다채로운 공간을 품고 지역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했다.

1 성요셉아파트(왼쪽 주황색 건물) 맞은편에 길쭉하게 자리한 중림창고 전경.
2 2층 전시공간에 공간 디렉터 최고요의 공간설치작품을 전시했다.

작년 11월 서울역 일대 서계·중림·회현동에 도시재생 거점 시설 8개소가 조성됐다. 도시재생 촉진을 위해 서울시에서 2016년부터 2년간 입지를 선정하고, 건물을 매입해 공간을 확보한 것. 서울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이 통합 위탁 운영을 맡은 8개 공간은 팔색조 같은 개성을 뽐내며 방문객을 부른다. 복합문화공간 중림창고(중구 서소문로6길 33)를 비롯해 공유공간으로 운영하는 감나무집(용산구 청파로73길 42), 지역 문화예술 거점 은행나무집(용산구 청파로73길 73-10), 주민 바리스타가 있는 카페 계단집(중구 퇴계로6길 3), 주민과 서울시민의 공유공간인 회현사랑채(중구 퇴계로8길 6512), (주)요리인류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식문화 특화공간이 된 검벽돌집(중구 퇴계로8길 88)과 마을카페 청파언덕집(용산구 청파로73길 69), 마을관리 시스템을 갖춰 올해 하반기 오픈할 커뮤니티 공간 빌라집(용산구 청파로73길 85)이 그곳이다.

휴먼 스케일을 고려한 공공건축

이 중 중림창고를 주목하는 건 탁월한 접근성과 더불어 과거와 현재가 시간을 초월해 공존하는 듯한 입지 때문이다. 이러한 입지는 최근의 문화계 트렌드인 뉴트로와도 잘 어울린다. 좁은 오르막길을 따라 들어선 중림창고 맞은편에는 1971년 완공된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 성요셉아파트가 옛 모습 그대로 자리한다. 저층 주택이 많은 주변에 위화감을 주지 않기 위해, 낡은 창고를 허물고 새 건물을 지을 때도 지상 2층까지만 올렸다. 높이는 낮췄지만 입면 길이는 45m에 달해, 건물 전체를 사진 한 장에 담을 수 없을 정도다. 덕분에 기차놀이하듯 길고 좁게 이어진 건물을 칸칸이 구경하는 재미가 생겼다. 콘크리트 대신 통유리로 만들어 탁 트인 벽면은 주민과의 열린 소통을 상징한다. 이처럼 휴먼 스케일을 중시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갖춘 건축물은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인 강정은 에브리아키텍츠 소장의 작품이다.

심야살롱, 심야극장으로 풍성해지는 도시의 밤

중림창고는 커뮤니티 공간이 부족한 저층 주거지역 주민을 위한 사랑방이자, 신규 방문자의 유입을 유도할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중림창고를 위탁 운영하는 서울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은 문화콘텐츠집단 USO(어반스페이스오디세이)와 손잡았다. 다양한 팝업 프로그램을 시도한 덕분에 각계 젊은 작가들과 문화예술가, 크리에이티브 팀들과의 협업이 가능해졌다.
중림창고 1층의 주 용도는 살롱이다. 매주 월요일은 주민과 함께하는 살롱공간으로, 목·금요일은 회원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장소로 변신한다.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아레나 옴므 플러스> 편집장이었던 문화기획자 박지호가 진행하는 ‘심야살롱’이 인기다. 북콘서트 형식의 이 행사에는 공간 디렉터 최고요, 의사 겸 작가 남궁인, 시인 김민정과 박준 등 문화계 인플루언서들이 초대손님으로 거쳐갔다.

3 중림창고의 대표 문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모은 ‘박지호의 심야살롱’.

독특한 서울 관련 문화상품도 판매

1층에 입점한 도시서점 2호점은 서울을 주제로 큐레이션한 책과 굿즈를 위탁 판매하고 자체 개발도 한다. 단종된 서울우유 유리병을 진열해 꾸민 벽면 인테리어가 이채롭다. 서울올림픽의 추억을 담은 <88Seoul>, 목욕탕 사진만 모은 <서울의 목욕탕> 등 색다른 독립출판물도 이곳에서 구입할 수 있다.
중림창고 내에 입주한 ‘중림동 수선집’도 눈여겨볼 만하다. 원래 해당 지역에서 의류 수선을 하던 할머니가 그대로 들어와서 영업하고 있다. 과거 재개발 과정에서 지역주민이 쫓겨나듯 정든 집과 가게를 떠나야 했다면, 여전히 ‘그때 그 수선집 할머니’가 맞아주는 중림동 수선집의 존재는 기존 주민과 공존하는 재개발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 밖에 2층에는 세 곳의 전시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지하 1층에서는 매달 1회 심야극장을 운영해 영화를 상영한다.
2016년부터 서울도시재생센터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다 2019년 서울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 중림창고를 비롯한 도시재생 거점 시설을 위탁 운영 중인 이종필 이사장은 “도시재생 거점 공간은 커뮤니티성을 강화한 공간으로, 동네 주민과 외부 방문객들이 만나 지역의 자생적인 역량을 키워가는 곳”이라고 설파했다. 그는 “서울로7017을 통해 찻길이 사람 길로 바뀌었다면, 여세를 몰아 보행자 중심 도시의 가치를 확산시킬 장소가 이들 도시재생 거점”이라며, “지역 자생력을 키워 지속가능한 공간을 지향하면서 양질의 외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유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 고경원_자유기고가
사진 제공 서울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