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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티켓플레이션’ 시대의 도래 공연비 인플레이션 현상

추운 겨울이면 종종걸음으로 길을 걷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붕어빵’이 더는 저렴한 길거리 간식이 아니라는 소식이 얼마 전 매스컴을 달궜다. 한국물가정보Korea Price Information가 지난해 12월 14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붕어빵 원재료 가격 상승 여파로 지역에 따라 개당 1천 원까지 오른 경우가 있다고 한다. 직장인의 점심 식사도 1만 원이라는 가격이 더는 놀랍지 않게 여겨지면서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오랫동안 일상을 짓누르던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겨우 빠져나오고 있지만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문화예술 애호가들은 또 다른 고민에 처하고 있다. 바로 ‘공연 티켓 가격의 상승’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월드투어 현장. 국내에서는 3월 부산에서 개막을 앞두고 있다.

공연 티켓, 도대체 왜 오른 걸까?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빠르게 티켓 인상 소식이 들려온 곳은 티켓 가격이 비싼 작품이 즐비한 ‘뮤지컬’이다. 지난해 11월 개막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가장 비싼 좌석인 VIP석을 16만 원으로 책정했다. 그동안 뮤지컬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여겨지던 15만 원을 돌파하면서 일부 관객이 불만을 표출했고, 매스컴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그 후 12월에 개막한 <물랑루즈!>가 18만 원, 올해 1월 초연한 <베토벤>의 VIP석 가격은 17만 원이었다. 그리고 오는 3월 부산에서 첫 공연을 하는 조승우 주연의 <오페라의 유령>이 VIP석 19만 원을 발표하면서 역대 라이선스 뮤지컬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공연 매출의 선두를 차지하는 뮤지컬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 움직임은 당장 콘서트, 연극에도 영향을 끼쳤다. 1월 28일 개막한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동명 영화의 연극 버전으로, 여러 매체에서 활동하며 인기를 끄는 정문성·이상이·김성철·채수빈·김유정·정소민 등이 주연을 맡은 화제작이다. 이 작품의 VIP석 티켓 가격은 11만 원. 현재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이순재 연출 <갈매기>의 9만 원보다 높다. 연극은 상대적으로 스타 캐스팅을 덜하는 편이지만 최근 매출을 높이기 위한 화제성 제고를 위해서도 스타급 배우를 출연시키려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어 뮤지컬과 비슷한 경로를 갈 것으로 보인다.물론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처럼 극장 구역이 아예 폐쇄됐다가 다시 열린 서구 공연 마켓과 우리나라 공연 마켓은 아직 티켓 가격에서 차이가 있다. 극장 폐쇄를 겪으며 아예 멈춰버린 ‘쇼의 용광로’를 재가동하기 위한 제작비와 인건비가 대폭 상승했다. 현재 브로드웨이 인기 뮤지컬 티켓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오른 달러 환율까지 감안하면 장당 20만~30만 원이며 프리미엄 거래가 합법인 자유시장 환경에서 스타가 출연한 작품은 그보다 몇 배로 치솟는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에 극장이 멈춘 적은 없지만 좌석 거리두기 제도를 도입하면서 제작사들의 매출 감소가 컸고, 각종 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무대장치 제작·대여 단가와 물류 비용 등 이른바 ‘피지컬 프로덕션’ 비용이 늘어났다. 그나마 한동안 고공행진을 벌이던 스타급 남자 배우 개런티 상승세가 둔화됐고, 조연 이하 스태프 등의 인건비는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현상 유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적으로 제작비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그렇다고 공연에 적합한 규모를 갖춘 극장의 객석 숫자를 물리적으로 더 늘릴 수 없으니 제작비 방어를 위해서는 티켓 가격을 올리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1월 28일 개막한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포스터

티켓플레이션 논란, 해결책은 없을까?

티켓 가격 상승을 억제하려면 제작비를 낮추는 방법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매출을 높이는 것이 현실적이다. 공연 날짜 안에 팔지 못한 티켓은 재고가 아니라 자동 소멸되기 때문이다.
팔리지 않은 티켓을 그때그때 해소하기 위한 세밀한 마케팅으로는 광범위하게 설정된 VIP 구역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거리와 각도 등으로 관람이 불편한 구역 구분·연령별·직군별·선착순 러시티켓 등 다양하고 유동적인 할인 정책 적용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제작사마다 그때그때 남는 좌석을 잠재적 예비 관객에게 프로모션으로 돌리기 위한 공공 목적의 에이전시 설립도 필요하다. 이는 청소년과 대학생 등 향후 공연 애호가가 될 젊은 관객에게 관극 경험을 하게 해주는 투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관객이 티켓을 계속 살 수 있도록 공연 수준을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연 창작자와 스태프 등 일선에 있는 인력들도 성공의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처우 개선이 병행돼야 수준 높은 작품이 제작될 것이다. 프로듀서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구성원의 희생만을 요구하거나 적절한 투자 관리와 제작비 방어 등을 하지 못했을 때 결국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관객은 이를 알아차릴 것이다.
뮤지컬의 경우 2022년 연간 매출은 이미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향에 맞는 문화 소비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일부 사람들에게는 ‘보복소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문화 소비 중에서도 공연의 상품성은 영화나 다른 복제 콘텐츠 소비가 갖지 못하는 특별한 희소성에 있다. 공연계가 합심해 오른 티켓 가격만큼 높은 완성도와 감동을 객석에 전달하면서 미래의 관객 개발에도 힘쓴다면 지금의 ‘티켓플레이션’ 논란도 점차 발전적 해결책을 찾아나갈 것이다.

조용신_공연칼럼니스트

사진 제공에스앤코, 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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