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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서울시민이 공유하는 근현대 서울의 기억과 감성 서울미래유산

서울시는 2022년 서울미래유산으로 ‘교보문고’ ‘명동교자’ ‘궁산땅굴’ ‘평산재’를 최종 선정했다. 소유자, 관리자의 동의를 얻어 최종 선정된 4건의 서울미래유산은 이미 선정된 501건의 서울미래유산과 함께 서울시민이 기억하고 공유하는 근현대 서울의 소중한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1981년 개점한 교보문고 앞 글귀

문화재와는 다른 서울미래유산

서울 도심의 중심인 세종로와 종로가 만나는 곳에 자리한 ‘교보문고’는 1981년 개점한 국내 최대 규모 서점으로 현재는 도서뿐만 아니라 문구나 음반 등 문화 관련 상품 전반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카페, 식당 등의 편의시설도 함께 마련해 명실상부 서울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몇 차례의 리모델링으로 서울시민이 잠시 앉아 쉬어갈 수 있는 선큰가든을 조성하고, 서점을 방문한 이들이 마음 놓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을 설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보문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건물 앞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글귀다. 비록 시대가 변하면서 정보를 전달하고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도 종이로 된 책에서 다양한 디지털 매체로 전환됐지만 바위에 새겨진 글귀에 담긴 교보문고의 경영 철학은 문화적 가치가 무엇보다도 중시되는 오늘날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 있게 다가온다.
‘명동교자’는 명동을 방문한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들르는 서울의 대표 맛집 중 하나다. 1970년 ‘명동칼국수’라는 상호로 정식 영업을 시작했는데 음식 맛이 좋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자 같은 이름의 간판을 건 가게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게 됐고, 이어 명동칼국수의 이미지도 싸구려 국숫집으로 퇴색해 버렸다. 그리고 1978년, 상호를 ‘명동교자’로 변경해 오늘에 이른다. 지금은 칼국수에 만두와 콩국수 등이 메뉴로 추가됐고, 가게도 아들이 대를 이어 지키고 있으나 음식 맛만큼은 옛날 그대로다.
2012년 서울시가 서울미래유산 사업을 도입하기 이전까지 문화유산은 전문가의 관점에서 문화재로 선별돼 중앙정부의 법·제도적 틀 속에서 보호되고 관리됐다. 전문가에 의해 해석된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는 일반 시민의 관점 또는 생각과는 괴리가 있었다. 그리고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대상으로서 법·제도적 보호와 관리를 받는 문화재를 시민이 향유하기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근현대 문화유산의 경우, ‘보존 가치’가 형성되는 과정에 있으면서 현실의 ‘이용 가치’와 대치해 소유자, 관리자의 자발적 보존 의지와 함께 이를 향유하는 서울시민의 적극적 격려와 참여가 절실히 요구되는 실정이다.

1970년 ‘명동칼국수’라는 상호로 정식 영업을 시작한 명동교자

서울시민이 미래세대에게 전달하는 보물

이에 서울시는 2012년부터 서울시민의 눈높이에서 서울시민이 기억하고 싶은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서울시민이 스스로 지키고 가꾸어나가는 일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울미래유산 발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의 관점에서 선별돼 엄격하게 관리되는 문화재와는 달리, 서울미래유산은 서울시민이 경험하고 만들어온 근현대의 기억과 감성에 초점을 두고 서울시민의 제보를 기반으로 발굴하고 있다. 서울미래유산의 근간이 되는 근현대 서울의 기억과 감성의 주체가 바로 서울시민이기 때문이다.
현대 서울의 기억과 감성의 주체가 바로 서울시민이기 때문이다. 서울미래유산은 문화재가 아니기에 기성세대가 공유하는 근현대 서울의 기억과 감성을 미래세대에게 전달하고, 이를 소재로 미래세대만의 새로운 문화 코드로 재생산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현재 서울시는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 서울미래유산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미래세대에 의해 서울미래유산이 새로운 서울의 문화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동영상, VR, 카드뉴스 등 온라인 콘텐츠 제작과 함께 현장에서 서울시민이 서울미래유산을 직접 방문하고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관련 전시회, 문화행사, 도보관광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고 제공한다.
그러나 서울미래유산에 대한 시민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전문가에 의해 선별돼 중앙 정부의 법·제도적 틀 속에서 보호와 관리를 받는 문화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래유산은 ‘미래’와 ‘유산’이라는 두 단어의 결합어로, 근현대 서울의 기억과 감성을 미래세대에 전달함으로써 새로운 문화적 창조 역량을 이끌어내는 대상이라는 의미를 담는다. 지금까지 서울시민이 공유하는 근현대의 많은 기억과 감성이 다양한 장르의 서울미래유산으로 발굴돼 사람들에게 알려졌음에도 미래세대를 위한, 미래세대에 의한 새로운 문화적 재해석을 도출하는 데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여전히 미래유산은 문화재와 동일선상에서 강제적 보존이라는 오해와 지원의 부재에 대한 비판을 받는다.
따라서 유연하고 포용적인 개념의 서울미래유산이 기존 문화재와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미래의 변화 가능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미래세대의 시각과 이들과의 연계 가능성을 살펴 서울미래유산을 선별하고 활용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사라져 버린 서울미래유산은 대부분 가치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문화 발전 가능성을 구현하는 데 실패한 사례였다. 서울미래유산이 미래문화 발전의 소재가 되기 위해서는 미래유산에 담긴 미래 가치에 주목하고, 서울시민이 미래유산의 향유를 통해 그 가치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글·사진 민현석_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울 감성 여행 - 미래유산에 담긴 서울을 만나다》 저자


현대 도시 디자인의 중요한 기법 중 하나로, 지하나 지하로 통하는 개방된 공간에 꾸민 정원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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