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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2월호

기후 위기 시대에 문화예술이 걸어가야 할 길

제2회 서울문화예술포럼

‘기후 위기’가 전 지구적으로 뜨거운 감자다. 국내외 정치, 경제, 사회 등 분야를 막론하고 기후 위기에 주목하고 있다. 그중 ‘문화예술’은 다양한 실천적 담론을 조성해 기후 위기 문제를 시민들이 삶의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성찰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동 양식을 제안하고 있다. 지난 11월 29일 화요일 오후 3시 청년예술청 그레이룸에서 문화예술 관계자와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열린 〈제2회 서울문화예술포럼〉은 ‘기후 위기와 문화예술’이라는 주제 아래 기후 위기 시대의 국내외 문화예술정책 환경을 점검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국내외 문화예술 축제의 운영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최재천 이화여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가 ‘생태환경과 기후 위기, 에코백신과 문화예술의 역할’을 주제로 초청 강연을 진행했으며 나혜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책임연구원과 정헌영 그린임팩트 대표·지속가능성 감독이 주제 발제를 맡았다.

지속 가능한 지원정책에 대한 근본적 고민 필요

그동안의 문화예술정책은 문화예술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과정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이 일상이 되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의 농도가 더욱 짙어진 지금, 분명 이전과는 다른 행보가 필요하다. 특히 문화예술정책의 변화가 주효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기후 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한 발전 측면에서 문화예술이 갖는 영향력에 주목해 관련 사업과 기금이 확대되는 추세다. 물론 그동안 문화예술계에서 기후 위기 이슈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2차 노동 발생과 그로 인한 비용 문제 등으로 구체화되지 못한 어려움이 따랐다.
나혜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책임연구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기후위기-예술정책’ 워킹그룹에 참여해 관련 연구를 하고 공론장을 운영해 왔다. “워크숍과 포럼에 참여한 분들은 기후 위기 당사자로서 예술가의 정체성과 역할을 고민하고 또 지속 가능한 창작 방식을 적용해 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지속 가능한 창작 방식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반이 거의 전무한 국내 상황에서 새로운 정보를 모으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이전과 다른 창작 방식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개별 예술가(단체)에게는 부담이 되는 상황이죠. 그렇기에 관련 정보와 컨설팅을 지원할 전문 조직, 자원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 연대와 협력을 도모할 기회, 지속 가능 창작 방식을 적용하기 위한 예산 지원 등을 제안했고요. 물론 모두 필요한 요건이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창작 방식에 우선되는 조건이 무엇인지, 필요 기반을 어떤 방식으로 조성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 같습니다.”
나혜영 연구원은 독일과 스코틀랜드의 사례를 소개했다. “독일연방문화재단은 최근 ZERO펀드를 조성하고 문화기관의 탄소발자국을 측정했습니다. 참여 기관에 맞는 탄소중립 방안을 찾고, 그 과정에서 실험한 방법과 모델을 다른 기관·단체에 전파하기 위한 시범사업이었죠. 공공부문이 먼저, 그리고 ‘초대’의 방식으로 적합한 기후 대응 방식을 찾아간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스코틀랜드는 문화부문 지원기관Creative Scotland, 시의회, 연극연맹 등이 협력해 기후정책을 문화정책에 적용하는 전문 조직Creative Carbon Scotland, CCS을 설립·지원하고 있습니다. CCS는 문화부문의 탄소 배출 저감 기반 제공부터 기후변화에 대한 창의적 해결책을 찾는 경험, 그리고 문화부문이 작동하는 구조 개선 논의까지 기후 의제를 지속가능성으로 확대하고 문화부문의 전환과 역할을 찾아가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정책에서 예술가의 지원 기간을 확대하자는 의견도 유사한 맥락이다. “아르코미술관은 내부 구성원과 ‘전시 기간을 늘리는 것’을 포함해 시설 운영 및 사업 방식 전반에 지속가능성 요소를 반영하는 내부 매뉴얼을 만들고 있는데요. 포용, 다양성, 경제, 환경 등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기관(사업)을 진단하고 문화시설(기관)의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혜영 연구원은 “기후 위기에 대한 갑작스러운 관심에 따라 유행처럼 일회성 사업을 만들어낼 것이 아니라 기후 위기라는 화두가 우리 사회와 문화예술 영역에서 갖는 의미를 찾고 그에 적합한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속 가능한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해야 할 일

환경적·사회적 관점의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현장’에서는 현재 어떠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을까? 정헌영 그린임팩트 대표는 ‘지속가능성 감독’으로서 세종축제를 비롯한 국내 여러 축제와 행사의 기획과 운영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정헌영 대표가 행사와 관련한 지속가능성 문제에 지금처럼 깊이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2018년 서울시 밤도깨비 야시장 모니터링 과정이었다. 행사가 끝나자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서울시의 대표 정책사업이자 문화행사인데 사회적·환경적으로 부정적 이슈가 계속 쌓이면 이후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려고 했어요.”
‘지속가능성 감독’은 기후 위기 시대에 생긴 일종의 그린 잡Green Job으로서 정헌영 대표가 직접 만든 이름이다. 축제와 행사 진행 시 보통 총감독, 부감독, 부서별 필수 요원이 배치된다. 환경 이슈와 관련해서도 단순히 쓰레기를 덜 버리거나 다회용품 부스를 설치하는 등의 이슈 단위 대응을 넘어 축제와 행사의 초기 기획 단계부터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초반에는 축제와 행사 주최 측을 대상으로 환경 이슈에 대응하는 과정에 대해 설득하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한국에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바람이 폭발적으로 불었다.
“코로나19를 기준으로 기후 위기, 환경,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인식 수준이 이전과는 괄목할 만하게 달라졌어요. 축제나 행사 현장에서 ‘왜 이렇게 일회용품을 많이 쓰느냐’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는 거 아니냐’ 하고 문제 제기하시는 분도 많고요. 그런데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주체가 여전히 많아요. 정책과 실무 단위의 연구가 좀 더 속도를 내서 진행돼야 할 것이고요. 축제·행사 의사결정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산의 문제도 있지만 의사결정자가 우선순위를 무엇에 두느냐에 따라 행사의 방향과 성격과 내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지속가능성 이슈는 보통 차선의 과제로 밀려나기 일쑤다. 하지만 행사의 의사결정자가 지속가능성 이슈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겠다고 선언하는 것, 정헌영 대표는 이를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꼽는다. 아무리 크고 훌륭한 축제여도 하나의 축제가 모든 지속가능성 이슈를 다 해결하면서 진행되기는 불가능하다. 우선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우리 축제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 할 수 있는 것은 해보고 어려운 점은 정 책적 지원을 요청하거나 네트워크를 통해 협력하는 것, 실천을 통해 하나의 선례를 만들고, 선례가 기준이 되어 또 다른 선례를 만들어나가는 것. 정헌영 대표가 추천하는 지속가능성 축제의 가이드라인이다.

장보영_객원기자 | 사진 제공 나혜영, 정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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