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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2월호

정책과 함께 지속가능한 기후 위기시대의 문화예술

기후 위기와 문화예술정책

바야흐로 ‘기후 위기 시대’다. 몇몇 독특한 환경주의자가 내세우는 과격한 종말론 정도로 치부되던 과도기를 지나 이제 ‘기후’라는 단어를 들으면 변화, 위기, 재난을 떠올릴 정도로 대중적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피부로 체감하는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이상기후가 북극곰 같은 생물종이나 머나먼 섬나라 이야기를 ‘일상’의 주제로 끌어오도록 만들었다.

게임형 참여 퍼포먼스〈Opportunity: Continue?〉를 마무리하고 참여자들이 기후 위기와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고민해 온 문화예술인

기후 위기와 환경 변화에 대한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의 관심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 다양한 작품을 창작하고 상연하며 창·제작에 관여하는 동료들이 기후 위기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움직이는 일이 잦다. 2010년대 중반까지 기후 위기를 주제로 지원사업을 신청하면 심사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기후 위기를 주제로 작업하고자 한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중 하나인 ‘기후행동’을 주제로 내건 지원사업도 등장했다.
필연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인간의 활동은 ‘아래에서부터의 변화’라는 그림을 그려왔다. 세계 어느 지역이든, 계급·세대·젠더의 측면에서든 그렇다. 가장 아래에서부터 불평등한 기후 위기를 가장 먼저 경험하고, 가장 절실하게 체감하며, 가장 처절하게 감각하는 존재들로부터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완전한 전환을 요구하며 사회를 서서히 바꿔나가는 것이다. 멋지게 묘사했지만 실은 매우 답답한 상황이다. 바꿔 말하면 시민의 요구는 커질 만큼 커졌으나 정부나 기업처럼 책임과 역할이 큰 단위의 움직임이 최후의 순간까지 지연되는 셈이라 할 수 있다.
문화예술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미세먼지와 더는 예측할 수 없는 이상기후를 정면으로 마주한 거리예술인들은 기후 위기를 심각한 문제로 여기고 있었다. 재료와 소재를 통해 예술적 탐구를 진행하는 시각예술인은 운명처럼 비건 작업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 왔다. 동시대적 소통을 중시하는 연극인은 직접 기후 위기 활동 영역에 뛰어들며 ‘나의 작업 현장에서 기후 정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재난의 일상화’라는 기후 위기 특성으로 인해 연대를 요청하는 동시에 연대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서 개인 단위의 노력과 시도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노력을 한 동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공공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기후 위기 대응에 더 적합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교류하는 장이, 창작자의 기후 우울을 다룰 수 있는 연대체가, 탄소 배출량과 수행의 파급력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절실하다는 요구였다.

공공의 도움 요청하는 동시에 다양한 목소리 반영해야

이는 기후 위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창작자가 공공극장처럼 큰 단위에 들어가 작업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쌓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떠한 정책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만한 지점이 없었다. 그야말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은 인지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책이 아직 마련되지는 못한 셈이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기 정책혁신소위원회에서는 2021년 ‘기후위기와 예술’을 주제로 워킹그룹을 진행해 전문가 및 현장예술가 간담회, 해외 사례 스터디, 공개 포럼 등을 거쳐 올해 《기후 위기 시대의 문화예술정책 개선방안 제언》을 집필했다. 그리고 이에 따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현재 ‘문화예술부문의 지속가능 가이드북 제작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부제는 ‘공연예술 창·제작의 탄소중립을 중심으로’로, 현재 연구 진행 단위(문화사회연구소)에서는 현장예술인 인터뷰, 해외 사례 검토 워크숍 등을 통해 한국 실정에 맞는 툴키트toolkit를 만들고 있다.
기후 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문화예술정책이 현재 수립되고 있다. 정책은 공공의 참여를 필요로 하며, 동시에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물론 기후 위기의 복합성과 책임성 등을 이유로 문화예술정책 차원에서 예술 현장에 필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기후 위기 관련 작업을 우대하는 별도 트랙의 지원사업이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만일 나온다고 하더라도 위험한 지점이 많다는 것이 현장 대다수의 의견이다.
예술 현장에 필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탄소 배출량이 훨씬 많은 기업 등도 받지 않는 규제를 문화예술인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를 낳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문화예술인이 기후 위기를 단순 ‘소재’로 소비해 버리거나 기후 위기를 ‘별도의 문제’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문화예술인의 적극적 개입을 좀 더 요청하는 한편, 거버넌스 등 다양한 형태로 문화예술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해 기후 위기에 함께 대응해야 할 것이다.

성지수_기후정의 창작집단 콜렉티브 뒹굴 | 사진 제공 성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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