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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11월호

고난을 딛고 작업을 발전시키기 ‘작품’이라는 마왕을 쓰러뜨리기까지
우리가 마주치는 퀘스트들:

워크숍 중 진행한 쇼케이스를 관람하고 있는 참가자들

최근 고도화되고 복잡화된 내러티브 중심의 비디오 게임video game에서 주인공이 고난을 극복하고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은 대체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전반적으로 주인공은 (그 과정이 어찌 됐든) 여러 우여곡절 끝에 점차 성장하고, 마침내 목표인 ‘마왕’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주인공이 마왕을 무찌를 만큼의 역량을 가지기 위해 통과하는 숱한 난관은 NPCnon-player character, 사용자가 직접 조작할 수 없는 시스템상의 캐릭터가 주인공에게 의뢰하는 각종 퀘스트를 통해 묘사된다. 주인공은 이 의뢰를 해결함으로써 게임 내 자원을 습득하고 경험을 늘리며 종국에는 ‘목표를 해결’할 정도로 성장한다.
하나의 퀘스트를 해결하면 다음 퀘스트가 끊임없이 나타나고, 중첩되거나 연결되지도 않는 고난 속에서 좌충우돌하며 경험치를 쌓아가는 이 과정은 어쩐지 예술에서 벌어지는 작업의 과정과도 닮았다. 결과적으로 공연이 어떤 모양을 가지게 되든,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모든 것은 ‘예술 작품’에 기여하게 된다. 작업의 주제를 설정하는 것에서 시작해 예술 작품의 재료로서 몸을 다루는 방법과 태도를 결정하는 것, 결과물로서의 공연이 관객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 예측하는 것까지 예술가가 마주치는 일련의 퀘스트들은 매우 다양하면서 동시에 전방위적으로 그들을 끊임없이 넘어뜨린다.
이러한 고민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서울문화재단 서울무용센터에서 지난여름 진행한 창작자 역량강화사업 ‘창작랩-느낌안무’는 바로 이러한 고민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워크숍이었다. 안무가 황수현에 의해 10회에 걸쳐 진행된 이 워크숍은 단순히 어떤 지식을 일방적으로 배우는 것이라기보다 참가한 창작자가 서로의 퀘스트를 꺼내 놓고 같이 이야기 나눔으로써 작업의 난제를 해결해 나가는 형태로 진행됐다.
워크숍은 때로 리더인 황수현 안무가가 창작 과정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태스크task를 주기도 하고, 참가자가 각자 지금 하고 있는 고민과 작업을 직접 선보인 뒤 돌아가며 피드백을 받기도 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첫 번째 시간에는 리더 황수현 안무가가 제시한 다음과 같은 태스크를 참가자 모두가 수행했다.
"2인 1조가 돼 한 명은 눈을 감고 서울무용센터 주위를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온다. 눈을 뜨고 있는 다른 사람은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이 위험에 처하지 않게 끊임없이 주시하되, 절대로 어떤 도움을 주거나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
작업을 시작할 때 예술가는 어떤 마음이 되는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의 ‘감’에 의존해 한발 한발 걸어나가야 한다. 길은 어디에도 정해져 있지 않으며, 다만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열고 내가 가고 싶은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게 된다. 끊임없이 나에게 엄습하는 의심과 확신 사이에서 쉴 틈 없이 경로를 수정하고 오류를 발견하는 과정, 바로 이것이 예술 작업의 과정일 것이다. 또한 내가 그렇게 눈을 감고 ‘버둥거리는’ 과정을 누군가(관객)가 놓치지 않고 옆에서 지켜봐 주고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어떤 공적 소통의 과정으로 작동하게끔 하는 장치 역시 예술 작업의 한 켠을 구성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는 예술 작품에 관해 결과물로서 많이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 ‘그런’ 모양이 되는지에 대해 얼마나 이야기하고 있을까? ‘창작랩-느낌안무’에서 다양한 태스크를 통해 몸의 특질을 찾고 퍼포먼스가 관객에게 다가가는 방법이나 작업의 주제를 어떻게 ‘공적인 것’으로 빚을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눴지만 사실 이 질문은 모든 종류의 창작과 연결돼 있다. 그리고 이 난관, 퀘스트를 제대로 해결하고 유효한 경험으로 바꿔 마침내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아티스틱 리서치에 대한 접근과 고민이 더 많이 공유돼야 한다. 이 시대에 예술이 해야 하는 일,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의 출발은 바로 이러한 고난을 공유하는 데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많이 고민하고, ‘마왕’ 앞에 용기를 갖고 함께 맞서기.

조형빈_웹진 [춤in] 편집위원

※본 원고는 지면 관계상 편집되었습니다. 원문은 웹진 [춤:in]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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