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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블랙리스트·미투 겪은 예술인, 법으로 권리 보장받는다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지난 8월 31일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블랙리스트 사건과 ‘미투’ 운동을 겪으며 드러난
예술인의 취약한 권리를 보장하고, 구체적인 피해 구제 방안을 담은 법이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문화예술노동연대,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여성문화예술연합이 2019년 11월 22일 국회 앞에서
공동으로 연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문화예술계 구조적 문제 해결 위해 법 제정 추진

예술인권리보장법은 예술 창작의 기본 토대인 표현의 자유, 문화예술인·종사자의 생존 기반인 노동권의 제도적 보장, 보편적 사회복지로서의 예술인 복지, 위계 구조에서 행해지는 성폭력으로부터의 보호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문화예술계가 최근 몇 년간 겪은 여러 문제에 대한 제도적 개선책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법제정의 의미가 크다. 예술인의 권리는 헌법에도 규정된 기본권 중 하나다. 헌법 제22조 1항은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밝히고 있고, 2항에서는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추진된 배경에는 문화예술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두 가지 사건, 바로 블랙 리스트와 미투 운동이 있었다.
블랙리스트 사건은 예술인의 창작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법적 근거가 필요함을 보여줬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 합동조사 기구로 꾸려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 개선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박근혜 정부에서 9,000여 명에 달하는 문화예술인과 340여 개 단체가 블랙리스트로 창작의 자유를 침해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유사 사례가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할 법적 근거와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구제책을 마련하기 위해 예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여기에 2018년의 미투 운동은 위계에 의한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를 폭로하는 계기가 됐다. 성폭력에 취약한 문화예술계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남에 따라 예술인권리보장법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미투 운동을 통해 문화예술계는 성평등한 창작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고, 이를 위한 법적 근거 또한 예술인권리보장법에 포함됐다. 그러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2017년 하반기에 제정 논의가 시작된 예술인권리보장법은 2018년 4월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법안이 20대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여야의 무관심속에서 2년 동안 법안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고, 결국 법안은 20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2021년 6월 1일 김영주 의원이 21대 국회에 다시금 법안을 발의했고, 8월 31일 비로소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 제정까지 무려 4년 이나 걸린 셈이다.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 구성 쟁점, 실효성 있는 시행령 논의 필요하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 블랙리스트와 같은 예술인의 권리침해나 성희롱·성폭력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또 한 정부는 예술인권리구제기구를 설치하고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구제 조치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예술인에 대한 제대로 된 법률 보호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예술계가 거는 기대가 크다. 그동안 예술인들은 프리랜서 계약이 많아 ‘근로기준법’ 등 기존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예술인권리보장법을 통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예술인 권리보장법의 적용 대상을 기존 예술인 외에도 예술대학 학생처럼 예술인이 되기 위해 교육·훈련을 받고 있는 예비 예술인까지 확대한 점도 중요하다.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에 앞장선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의 정윤희 공동위원장은 “예술인권리보장법은 예술인의 권리침해 관련 내용을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피해에 대한 제도적 보장 방안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예술인에게 갖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실질적인 예술인 권리 보장을 위한 기구인 ‘예술인 권리보장 및 성희롱·성폭력 피해구제 위원회’(이하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문화예술계의 추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처음 추진한 예술인권리보장법은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 설치에 대해 명확한 규정을 법안에 담고 있었으나, 국회 통과 과정에서 해당 부분은 시행령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계 입장에서 별도 기구로 설치되길 바라던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와 성폭력구제위원회가 하나로 합쳐진 것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윤희 위원장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예술인권리보장 위원회를 구성할 때 위원회의 독립성이 확보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문체부는 예술계 현장과 소통해 실효성 있는 시행령 제정안을 마련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장병호 《이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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