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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전시 <Untitled (Interior)>와 <Time in Space: The Life Style> 팬데믹 시대의 미술, 공간에 주목하다
최근 1년 새 코로나19의 대확산은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불편하고 좋지 않은 점이 더 많지만 그간 잊고 있던 주위의 소중한 것들을 다시금 돌아보고 깨닫는 시간이 됐다. 팬데믹의 시간 속에서 나와 타인 간 거리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각자가 있는 공간을 의식하게 됐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서울의 갤러리들도 이 시대의 ‘공간’을 주목하는 전시를 펼치고 있다.

※해당 전시 일정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변경 또는 취소될 수 있습니다.

팀 아이텔, <인테리어(Ghost)>(2020)

인간을 고립시키는 현대 공공 공간 <Tim Eitel: Untitled (Interior)> | 2020. 11. 25~2021. 1. 16
페이스갤러리

화가는 멀리서 누군가를 바라볼 뿐이다. 그 누군가는 화가와 단절돼 있다. 누군가는 사각의 틀에 갇혀 있다. 화가는 마치 창 너머의 세계를 동경하는 듯하다. 독일 현대 회화를 이끌어가는 작가로 널리 알려진 팀 아이텔은 현실을 반영하거나 재구성한 회화 작품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겨울, 서울 이태원로의 페이스갤러리(Pace Seoul)에서 <Untitled (Interior)>는 현대의 공간이 개인을 얼마나 고립시키는지, 서로를 얼마나 단절시키는지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공간은 주로 미술관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아이텔은 현대의 대표적 공공 공간인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는 인물에 주목한 작품들을 내놨다. 그의 화폭에 드러난 인물들은 모두 홀로 있으며 화가인 아이텔을 등지거나 옆 모습만을 보여준다. 때론 그림자만 비치고 신비로움을 자아내는데 한편으로는 고독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전시장의 넓은 공간에 존재하지만 화가의 시선에서 하얀 프레임 안에 홀로 갇혀 있기 때문이다. 아이텔은 이전 전시들을 통해 이야기해 온 ‘분할과 연결’이라는 주제를 이번 전시에도 끌어왔다. 아이텔은 공간 속에 있는 그림의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또 그들과 자신 사이에 창살과 같은 프레임을 두면서 관람객에게도 그림 속 주인공과 거리를 두게끔 만든다.
관객인 우리는 그 인물들이 바라보는 작품에도 접근하기 어렵다. 우리는 그 작품들의 뒷면을 보거나 햇살의 눈부신 빛에 가려진 모습을 본다. 이를 통해 아이텔은 그림 속 미술관에 홀로 있는 인물의 초상을 바라보는 관객에게 고독의 감정을 공감케 함으로써 관객의 시선을 자신의 내면으로 돌리게끔 한다. 이를 통해 우리 각자의 고독을 돌아보고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생각하게끔 한다.

PKM갤러리 <Time in Space: The Life Style> 전시 전경

공간 속에 시간을 담다 <Time in Space: The Life Style> | 2020. 12. 16~2021. 1. 30
PKM갤러리

팬데믹 시대에 격리와 비대면 일상은 너무도 당연한 뉴노멀이 됐다. 서울 삼청로 PKM갤러리는 2021년 새해를 여는 기획전시로 ‘공간’에 주목한 주제전 <Time in Space: The Life Style>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 개인이 전에 없이 사적인 주거 공간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상황에서 내밀한 개인 공간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됐다. 생활양식의 변화로 일과 휴식, 그리고 사교를 위한 기능까지 동시에 아우르는 영역으로 진화해 가는 새로운 의미의 사적 주거 공간은 우리 삶에 코로나 시대 이전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문화사회학적 장소가 됐다.
이에 전시는 이러한 주거 공간을 채우는 오브제를 통해 공간의 변화를 살펴보게끔 구성됐다. 현재 및 과거의 다양한 시기에 세상에 나온 미술품과 가구, 음악 사운드 등 단순히 주거 공간을 장식하기 위한 요소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시간성의 상호관계 속에서 의미 있게 공존하고 서로 공명함으로써 그 공간이 사용자의 사고 폭을 넓히고 인문학적 성찰과 미적 쾌감을 제공하는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장소가 될 수 있음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PKM갤러리는 1969년 김중업 건축가의 설계로 건축된 일반 주택을 몇 해 전 리모델링한 공간 ‘PKM+’에서 전시를 기획했다. 이 공간은 과거에 활용된 주거 공간의 규모감과 느낌이 아직도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장소다. 전시장의 지상층에는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윤형근·서승원·백현진·정영도 작가 등의 회화와 권대섭 도예가의 달항아리, 미국 작가 안드레아 지텔의 책꽂이 조각, 덴마크 디자이너 폴 케홀름의 데이베드, 조선 목가구와 1960년대 유럽의 빈티지 램프, 그리고 1940년대 빈티지 오디오와 사운드 등을 함께 배치했다. 이를 통해 클래식이 살아 숨 쉬는 품위 있는 현대적 공간을 구성했다.
로코코 양식 패턴의 화려한 벽지로 장식된 홈 바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지하층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유행하기 시작해 20세기 초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환자용 의자로 사용해 더욱 유명해진 체스터필드 소파와 젊은 디자이너 소목장세미가 디자인한 바 테이블과 선반, 프랑스 디자이너 피에르 잔느레의 바 스툴, 권진규의 드로잉, 영국 작가 대런 아몬드의 거울 작업, 이원우의 부조와 작가 샘바이펜의 캐릭터 회화 및 사회 비판적 텍스트가 프린트된 박문환 작가의 티셔츠 작품 등이 조선 중기 유명 학자 상촌 신흠의 간찰, 조선 말기 기보첩 등과 어우러지게 배치했다. 이를 통해 긴 시간의 흐름을 견딘 고전의 ‘기품’과 젊은 세대의 시각적 ‘힙’함이 서로 대범하게 조응하며 특유의 미학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전시장을 찾는 관객은 시간을 넘어선 다채로운 소품을 만나며 가상 시공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PKM갤러리 관계자는 “팬데믹 속 불안한 현재와 수십 년 전, 그리고 수백 년 전이라는 아주 먼 과거까지 긴 역사의 지층 속에서 각기 다른 시간의 지점 위에 탄생해 살아남은 ‘동서고금’의 작품들이 조화롭게 공존함으로써 사용자가 그 공명의 에너지가 흐르는 장소에서 위안과 영감을 얻고, 미래의 삶에 대한 비전을 느낄 수 있는 생활 공간의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해 마련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글 박지현_《파이낸셜뉴스》 기자
사진 제공 페이스갤러리, PKM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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