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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

잠실창작스튜디오의 2020년멀고도 가까운 예술 그리고 장애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 내용은 물론 제목까지 이토록 마음에 든 책도 드물다. 주어도 목적어도 없이 표지에 나란히 적힌 두 낱말은 가족, 예술, 행복, 정치 등 우리 주변 것들을 수식하기에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깝다고 잘 아는 것이 아니고, 멀리 있더라도 쉬이 와닿기도 한다. 두 단어는 양 끝에 놓인 의미 사이로 나를 소환해 그 ‘멀고도 가까운’ 존재들과의 관계, 심리적 거리를 인지시키고 내 공감의 범위를 일깨워 준다.

1 2019년 공동창작워크숍 결과 전시 전경
2 2020년 <굿모닝스튜디오> 워크숍 중 무빙 랩(Moving Lab)에 참여하고 있는 참여자들

필자는 비장애인 문화예술 기획자로서 적극적으로 장애를 바라보지 않았다. 장애는 늘 저 멀리에 있었다. 2019년 9월, 문화예술공간 팩토리2에서 기획자 집단인 팩토리 콜렉티브로 활동하며 오로민경 작가와 함께 전시 <영인과 나비>와 연계 프로그램 <공감각 운동회>를 기획하기 전까지 말이다. 그때 처음으로 타인 또는 사회가 규정하는 신체적 한계와 기준에 질문을 던지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예술적 언어 소통과 서로의 다른 감각의 이해 및 확장에 대해 고민했다. 지난해 함께 팩토리 콜렉티브로 활동한 여혜진과 이룬 팀인 ‘다단조’ 활동의 시작이자, 다시 장애와 예술을 한자리에 두고 다방면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이기에, 2020년 잠실창작스튜디오의 <굿모닝스튜디오> 워크숍 기획 제안은 여러모로 반가웠다.
잠실창작스튜디오에 있는 12명의 ‘장애예술가’는 모두 평면 작업을 하는 시각예술 작가이며, 각각 장애의 종류와 정도가 매우 다르다는 점이 기획의 단초였다. ‘장애’보다는 ‘예술가’라는 사실이 중요했고 이에 초점을 맞췄다. 장애에 따라 워크숍 내용이 어려울지 쉬울지,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보다 더 깊이 고려한 것은 워크숍을 함께하는 기획자·참여 작가·입주작가 모두가 재미를 느낄 예술적 실천과 각자의 예술 활동 내 확장성이었다. 총 3개의 랩(Lab)이 각 3주씩 열리며, 각 랩에서는 다른 매체와의 협업·접속·응용 등 작업의 확장 가능성을 탐색해 보는 과정의 경험을 기획했다. 그 실천과 확장은 더 나아가 타인에 대한 관심과 서로의 관계 사이에서 발현되기를 바랐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정보다 미뤄진 5월 6일, 소리를 통해 디자인과 미디어아트를 실험하는 다이애나밴드가 3주 과정의 사운드 랩(Sound Lab)으로 워크숍 첫날을 열었다. 소리를 직접 녹음하거나 찾고, 편집 과정을 거쳐 각자가 녹음한 소리가 업로드된 웹사이트에 스마트폰으로 접속해 즉흥 연주도 해보았다. 소리를 만들어내는 환경·도구·관계적 측면을 탐구해 보는 워크숍이었다.
다음 3주는 현재 금천예술공장 입주작가인 최윤석과의 무빙 랩(Moving Lab)이 이어졌다. 각자 휴대폰으로 찍은 1분짜리 영상으로 자기소개를 하고, 자신과 타인의 얼굴을 스컬피와 지점토로 빚어보기도 했다. 또 사운드 박스로 소리 나는 드로잉을 스스로 수행하고 반대로 타인의 퍼포먼스를 보는 관객이 돼보았다. 평면을 벗어나 움직임·소리·조각·그림·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와 예술적 표현을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3주는 디자이너 홍세인의 1인 스튜디오인 ‘포푸리’와 함께한다. 프린팅 랩(Printing Lab)을 통해 입주작가들에게는 익숙한 드로잉이나 사진 등의 매체가 리소 프린팅의 고유한 색 감각, 인쇄 기법, 인쇄 공정 등에 따라 어떻게 변환되고 확장되는지 탐구하는 과정을 밟는다. 10주차에는 마무리로 워크숍을 기획한 ‘다단조’와 참여 작가들, 입주작가들은 물론 10월에 있을 입주작가 전시를 기획할 추성아 큐레이터까지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워크숍 과정을 돌아보는 동시에 개인별 작업과 앞으로 있을 전시 기획의 연결 지점을 찾을 예정이다.

서로 창작과 공감의 영역을 확대하는 시간

<굿모닝스튜디오>와 더불어 지난 5월, 서울문화재단 4개 창작공간(잠실창작스튜디오·금천예술공장·신당창작아케이드·서울무용센터)의 전·현 입주예술가 12명이 3명씩 4개 팀을 이뤄 협업하는 공동창작워크숍이 시작됐다. 서로 다른 감각을 가지고 작업하는 장애·비장애 예술가로서, 또는 시각예술과 무용 기반 창작공간의 입주작가로서 ‘공동창작 작업 과정’ 자체에 집중하며 서로의 창작과 공감 영역의 확장을 목표로 한다. 송고은 큐레이터와 이한범 아카이빙 기획자가 워크숍과 전시 및 아카이브북 출간을 기획하며, 오로민경과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이 각각 참여형 워크숍을 맡는다. 참가하는 예술가들은 약 5개월간의 협업을 통해 놓치거나 혹은 극대화해 온 감각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인지하는 각자의 세계를 마주할 것이다.
다가오는 10월, 장애와 비장애의 공존을 주제로 <같이 잇는 가치>라는 이름 아래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앞서 언급한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및 공동창작워크숍 전시와 문화예술포럼이 열린다. ‘멀게’ 느껴지지만 생각보다 ‘가까운’ 그곳에 예술이 있고, 장애가 있다. “감정은 그 자체의 거리를 가진다. 애정은 근처에 가까이 있는 것, 자아의 경계 안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침대 옆에 함께 누운 사람과 수천 마일 떨어져 있을 수도 있고, 세상 반대편에 있는 낯선 이들의 삶에 깊이 마음을 둘 수도 있다.”(《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반비(2016), 160쪽)

글 김다은_‘다단조’ 기획자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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