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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

간송미술관 경매를 둘러싼 논란“간송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지난 5월 한국 문화재의 보고(寶庫)이자 상징인 간송미술관이 보물로 지정된 금동 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놓아 문화계가 충격에 빠졌다. 5월 27일 케이옥션 경매에 출품된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이다. 뜨거운 관심 속에 경매가 시작됐지만 결과는 유찰. 각각 시작가 15억 원에 나왔으나 두 점 모두 응찰자가 나서지 않았다. 현장에서도, 전화와 서면으로도 응찰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1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 눈을 감고 입을 오므린 채미소 지은 얼굴, 아랫배를 조금 내밀고 선 자세가 부드러우면서도 생동감 넘친다.
2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 머리에 보관을 썼고 얼굴은 긴 편. 경남 거창에서 출토됐다고 전해질 뿐 확실한 유래는 알 수 없다.

간송 보물이 왜 경매에?

일제강점기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수집한 이 불상들은 현재 간송 후손이 소유하고 간송미술관이 관리해 왔으나, 누적된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송미술관은 공식 입장문에서 “송구스럽고 불가피한 조치”라며 “2013년부터 대중 전시와 문화 사업들을 병행하면서 이전보다 많은 비용이 발생해 재정적인 압박이 커졌고, 2018년 간송의 장남인 전성우 전 재단 이사장 별세 후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비용이 유물에 대한 상속세로 해석되면서 문화재 상속세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국보·보물 등 지정문화재는 물론 비지정문화재, 공익법인인 미술관 등의 전시·보존품 등에 대한 상속세는 비과세되거나 상속세액의 징수가 유예되기 때문에 실제로 간송 일가의 문화재 상속세 부담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간송 컬렉션 중 국보와 보물은 간송 후손의 개인 소유이고, 비지정문화재는 재단에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하지만 간송 측이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외부에선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는 구조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간송 측이 말하는 비용은 문화재의 상속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부동산 등 문화재 외의 재산에 대한 상속세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간송미술관은 그동안 ‘지원받으면 간섭도 받는다’는 이유로 거부해 온 ‘사립미술관 등록’을 지난해 9월 마쳤다. 미술관으로 ‘공식 등록’한 덕에 현재 미술관 수장고, 대구 분관 신축 등에 국비와 지방비 등 약 48억 원을 지원받고 있다.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은 높이 38.2cm의 통일신라 시대 불상이다. 눈을 감고 입을 오므린 채 미소 지은 얼굴, 아랫배를 조금 내밀고 선 자세가 부드러우면서도 생동감 넘친다. 문화재청이 운영하는 국가문화유산포털은 “꾸밈없이 미소 띤 얼굴은 삼국 시대 불상 양식의 특징을 반영한 것으로 이 불상의 격을 높여준다”고 소개했다.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은 경남 거창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질 뿐 확실한 유래는 알 수 없다. 머리에 보관을 썼고 얼굴은 긴 편. 학계 일각에선 이 금동보살입상에 대해 진위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왜 아무도 나서지 않았을까. 문화재계 관계자들은 “진위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점, 15억 원이라는 가격의 적정성, 국립중앙박물관이 사전 협상 후 구입을 희망했는데도 경매를 강행한 점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앞서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순수 민간단체인 국립중앙박물관회(회장 신성수 고려산업 회장)의 후원을 받아 국립박물관이 구입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케이옥션과 사전 합의를 시도했지만 옥션 측이 경매를 강행해 개인 컬렉터들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일제강점기 열악한 상황에서 간송 전형필이 구입해 지켜왔다는 스토리에다 국가가 구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워낙 높아 압박이 심했다”고 밝혔다.

일제 때 사비 털어 문화재 지켜낸 간송

간송미술관은 1938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미술관이다. 일제강점기에 간송 전형필이 문화재 수집을 위해 헌신하며 지켜낸 유물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국보 《훈민정음 해례본》부터 불쏘시개가 될 뻔했던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을 거두고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을 대한해협 건너 찾아온 스토리가 감동을 줬다. 소장품 목록이 명확히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국보 12건, 보물 32건, 시·도지정문화재 4건 등 지정문화재만 48건에 달한다. 최고의 문화재를 보유한 미술관이지만 ‘은둔의 미술관’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1971년부터 매년 봄·가을 열리는 특별 전시회에만 미술관을 열었기 때문. 노후화된 시설과 좁은 공간도 문제였다.
2대인 장남 전성우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 차남 전영우 이사장을 거쳐 3대인 손자 전인건 관장이 맡으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2014년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5년 협업으로 외부 전시를 펼치고, 성북동 보화각 옆에 신관을 짓고 대구에 분관을 마련하는 등 청사진을 발표했으나 난항을 겪고 있다.

국보·보물도 팔 수 있나

국보·보물 등 국가 지정문화재도 개인 소장품인 경우에는 소유자 변경 신고만 제대로 하면 사고팔 수 있다. 또한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외에 반출하지 않는 한 소유주 변동 사항을 문화재청에 신고하기만 하면 매매가 가능하다.
이광표 서원대 교수는 “문화재 역사로 보면 간송이 지켜낸 유물을 어떻게 팔 수 있느냐는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며 “해외 박물관은 소장품을 사고파는 게 사회적으로 용인되는데, 우리는 돈 장사라는 얘기가 먼저 나온다. 간송이 소장품을 팔아 미술관을 짓고 더 좋은 관람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부정적으로만 볼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글 허윤희_《조선일보》 기자
사진 제공 케이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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