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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에 대한 갑론을박한국무용계의 고질적 병폐, 해결 가능할까?
문화재청은 국가무형문화재 승무(제27호), 태평무(제92호), 살풀이춤(제97호) 보유자 인정을 두고 지난 4년간 진통을 겪어왔다. 지난 9월 6일 보유자 인정을 예고하면서 일부 한국무용계 인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격화되고 있다. 그간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 조사·심의 과정에서 기법의 전통성 여부 논란, 조사자의 전문성 시비 등이 꾸준히 불거져왔다.

끊임없는 공정성 시비

문화재청의 보유자 심사를 둘러싼 잡음은 2015년부터 거칠어졌다. 그해 말 조사 위원 명단 등의 노출 시비가 제기됐다. 2016년 초에는 태평무 부문만 양성옥 씨가 보유자로 인정됐다가, 무용계 일각에서 반발이 일자 보류하기도 했다. 당시 선배들을 제친 파격적인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평생 춤에 매진해온 원로를 푸대접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와 비교적 젊은 양 씨의 전승 능력이 아깝다는 목소리가 맞섰다.
이번에 문화재청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승무에 채상묵 씨(이매방류), 태평무에 양성옥, 이명자, 이현자 씨(강선영류)와 박재희 씨(한영숙류), 살풀이춤에 김정수, 정명숙 씨(이매방류)와 김운선, 양길순 씨(김숙자류) 등 9명을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너무 다수의 보유자가 나온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무형문화재위원회는 무용 종목의 활성화,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들의 보유자 인정 예고가 부당하다며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승무 보유자 이매방(1927~2015)의 전수교육조교인 김묘선 씨가 “본인이 승무 보유자 인정 예고에서 탈락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 등 일부에서는 반발 조짐이 보이고 있다.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무형문화재의 전승자는 보유자, 전수교육조교, 이수자로 나뉜다. 인간문화재, 즉 보유자는 무형문화재의 최고 서열이다. 다음이 전수교육조교, 이수자 순이다. 김 씨는 자신이 보유자 다음인 전수교육조교임에도 자신을 제치고 이수자인 채 씨가 보유자로 선정된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보유자가 타계하면 관례적으로 전수교육조교가 보유자의 뒤를 이어왔다. 김 씨는 “김묘선승무전수소 11개를 두고 승무의 전승과 세계화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무용계에서 보유자가 차지하는 위상은 어떨까. 보유자로 지정되면 1년에 한 차례 기능을 공개해야 한다. 전수교육의 의무도 생긴다. 대신 문화재청으로부터 전승 지원금을 받는다. 물론 생계 등을 꾸려나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런데 보유자는 전수교육조교보다 두 배가량 많은 131만 7,000원을 매월 받는다. 이수교육 과정에서 추가로 수입이 발생할 수도 있다. 더 큰 혜택은 명예다. 인간문화재는 해당 분야에서 막강한 권력을 갖는다. 전승 자체가 도제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스승에게 모든 권한이 몰리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간문화재에 대한 부러움과 질시, 보유자·보유 단체를 통한 인적 전승 시스템 내 구성원 간 갈등 등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

1 강선영 태평무. (강선영 측 제공)
2 이매방 승무. (이매방 측 제공)

전승자 충원의 선순환 시스템 구축해야

현재 인간문화재 선정 시스템은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다. 이와 관련한 논쟁 중 가장 큰 쟁점은 보유자를 정하는 문화재청의 행정 절차다. 현 제도가 투명하지 않으며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밀실·탁상 행정이라는 얘기다. 영상기록으로 기량을 점검하는 것을 두고도 이견이 나온다. 분명 효율적인 측면도 있지만 실연보다 제대로 된 평가가 힘든 만큼, 또 다른 공정성 시비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다양하게 변화하는 환경도 한국무용계 내부를 갈라지게 만드는 원인이다. 신구 갈등이 불거지면서, 전승 활성화가 늦어지게 된다는 우려다. 동시에 원로를 대접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유자 인정과 관련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적극적인 보유자 인정을 통해 전승자 충원의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업계 사람들 모두가 동의한다. 전수교육조교와 이수자에 젊은 세대가 지원하지 않는 결정적 이유는 폐쇄적이며 비현실적인 구조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무용계 관계자는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를 둘러싼 몇 년간의 일련의 갈등은 취약한 내부에 고질적인 병폐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근본적인 것이 해결되지 않는 한 갑론을박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보유자 인정을 확정하는 데도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문화재청은 10월까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11월 중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올해 안에는 최종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보유자 인정이 확정된다면 태평무는 31년, 살풀이춤은 29년, 승무는 19년 만에 새 보유자를 갖게 된다. 현재 승무는 이애주 선생이 유일한 보유자다. 태평무와 살풀이춤은 보유자가 없다. 2014년 승무 보유자인 정재만 선생이 세상을 떠난 데 이어 이듬해 승무와 살풀이춤 보유자였던 이매방 선생도 별세했다. 2016년에는 태평무의 유일한 보유자였던 강선영 선생이 작고했다.

글 이재훈_뉴시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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