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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전시 <척추를 더듬는 떨림>과 <타이틀 매치: 김홍석 vs. 서현석, 미완의 폐허> 현대미술, 현대사회를 의심하다
현대 문명사회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드는 전시들이 열리고 있다. 독일 베를린을 무대로 활동 중인 젊은 작가 4인의 그룹전 <척추를 더듬는 떨림>과 서울시립미술관의 6번째 타이틀 매치전 <2019 타이틀 매치: 김홍석 vs. 서현석, 미완의 폐허>가 그것. 다양한 현대미술 장르를 통해 현대사회를 둘러싼 두려움을 목도하고 미술의 역할을 고민하게 한다.

1 Installation view of A Shiver in Search of a Spine, ARARIO GALLERY SEOUL, SAMCHEONG, 2019.
Zora Mann, Cosmophagy, Plastic beads, string, fabric, 350×460cm, 2015.

봐서는 안 됐던, 보고 싶지 않았던 ‘그 무언가의 존재’ <척추를 더듬는 떨림> 7. 11~10. 5, 아라리오갤러리 삼청

영국 출신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활약하고 있는 카시아 푸다코브스키는 작업 중 유령을 본 것 같은 체험에 빠졌다. 그 ‘유령’은 그가 본 것 중 가장 무시무시한 이미지였고, 오히려 그 두려움에 매료되고 말았다. 그가 말하는 떨림은 유령이라는 초자연적인 현상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도 모르게 일상을 잠식해오는 그 무언가의 존재를 깨달았을 때 등골이 오싹해지는 순간이었다. 푸다코브스키가 목도한 ‘그 무언가의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서울 종로구 북촌로의 아라리오갤러리 삼청에서 푸다코브스키를 포함,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 4인의 그룹전 <척추를 더듬는 떨림>이 열리고 있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이 작가들은 설치, 회화, 조각 등 25점의 작품을 통해 공동체에 대한 개념, 사회적 구조를 과거의 중요한 역사적 맥락, 재구성된 공간, 망각의 상태와 같은 것을 풀어낸다.
전시 타이틀에 모티브를 제공한 푸다코브스키는 비어 있는 대합실의 의자, 욕실 커튼에 갇힌 새우와 같은 설치물을 제작함으로써 공동체의 시민으로서 요구받는 책임과 개인의 자유가 통제, 감시되는 부조리한 사회구조에 주목한다.
남미 출신의 솔 칼레로는 건축의 구조적 요소를 회화와 설치에 활용한 작업을 선보인다. 런던에 있는 스튜디오 볼테르의 건축 양식에 대한 비평적 사유를 통해 그는 사회가 특정 문화를 차용해 권력의 지배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과정을 탐구한다. 또 코소보에서 태어난 페트릿 할릴라이는 사소하게 잊히는 학생들의 낙서를 통해 어떻게 해도 부정할 수 없는 공동의 역사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아프리카에서 유년기를 보낸 네덜란드 출신의 조라 만은 케냐의 해변과 수로에 버려진 플라스틱 슬리퍼들을 재활용해 만든 커튼을 통해 인류의 욕망이 되돌릴 수 없는 환경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발한다. 함께 전시된 방패 시리즈는 토착민족의 사이키델릭하고 장식적인 패턴 이면의 초자연적이고 영적인 경험의 존재를 드러내 보여준다.
4인의 작가들은 하나로 규합할 수 없는 현대미술의 여러 장르를 통해 다양한 사회의 정체성과 위계의 정치학에 얽혀 있는 모습을 예상치 못했던 감각으로 풀어낸다. 아라리오갤러리 관계자는 “봐서는 안될 것을 본,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목격한, 보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의 두려움을 알고 있는 작가들은, 마치 유령처럼 일상에 균열을 주는 미지의 경험으로 우리를 유인한다”라며 “뜨거운 태양과 칠흑 같은 어둠이 공존하는 여름, 우리 삶에 출현할 떨림을 이번 전시를 통해 경험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2 김홍석, <불완전한 질서개발(의지)>, 혼합재료, (H) 100~140cm, 2019.

3 서현석, <먼지극장5> 퍼포먼스, 10분, 풍동실, 퍼포머 안연우, 2019.

오늘날, 미술은 유효할까? <2019 타이틀 매치: 김홍석 vs. 서현석, 미완의 폐허> 6. 28~9. 15,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9 타이틀 매치: 김홍석 vs. 서현석, 미완의 폐허>전 역시 현대 문명사회에 대한 숙고와 반성을 이끌어낸다. 김홍석, 서현석 작가는 절대적 가치가 무너지고 자본과 스펙터클이 우리의 감각을 사로잡고 있는 오늘날의 미술이 유효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한 탐색으로 신작을 구성했다.
김홍석의 ‘인간질서’ 프로젝트는 중간재로 취급되는 사소한 재료인 스티로폼으로 만든 24점의 조각 <불완전한 질서개발(의지)>과 비닐봉지로 이루어진 <인간질서(행성)>, 500개의 사과로 이루어진 <인간질서(사과탑)> 등을 통해 관습적인 미와 작품에 대한 개념 등 사회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놓은 질서와 체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김홍석은 “인간질서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의 인식 체계와 규칙에 대한 의심과 더불어, 미술을 수용하는 범주에 대한 믿음을 의심하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서현석은 <먼지극장>에서 예술의 이상을 상실한 상황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 폐허가 된 모습의 VR 영상으로 조망한다. 그리고 장소 특정적 작업의 맥락에서 관람객들을 <먼지극장>으로 초대한다. 거친 콘크리트 질감을 가진 풍동실에서 성가를 부르며 나타나는 소녀, 텅 빈 전시실에서 미래의 열정을 가졌던 과거를 회상하는 내레이터, 작은 창 사이로 보이는 천사의 날개, 미술관 외부 벤치에 놓여 있는 구멍이 뚫린 책 등 미술관 건물과 공간을 주인공으로 하는 8점의 신작과 마주하게 된다. 서현석은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아방가르드의 비전이 무너진 오늘날의 작가로서 허망한 시선을 폐허가 된 미술관 이미지로 담았다”라고 말한다.
한편 전시 타이틀에 사용된 ‘타이틀 매치’는 세대와 장르를 넘어서 매체, 성향, 개성이 뚜렷한 두 작가가 한 가지 주제를 어떻게 협업하고 또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는지 보여주며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전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6번째 타이틀 매치전이다.

글 이경택_문화일보 문화부 부장
사진 제공 아라리오갤러리 삼청,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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