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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작가의 방
'작가의 방'에서는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본 게시글은 한겨레신문의 <서울&>에 소개되는 '사람in예술'에 동시 게재됩니다.
최민선 안무가 시선 밖 대상을 통제하다?

“시선에서 벗어난 대상까지 통제할 수 있을까요?”

몸의 움직임으로 끊임없이 다원적 실험을 시도하는 기획팀 ‘최강 프로젝트’의 최민선(사진 오른쪽) 안무가는 6월 14~16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개된 <여집합_강하게 사라지기>에서 이렇게 물었다. 이 공연은 국립현대무용단이 국내 안무가들의 창작 레퍼토리를 개발하기 위해 마련한 ‘스텝업’에서 개발됐다. 초연작만 올렸는데, 아르코소극장에서 선보였던 <여집합 집집집 합집여>(2016)의 다음 버전이다.
<여집합_강하게 사라지기>는 5분씩 이어지는 단편 네 편을 반복한다. 처음 5분은 두 무용수가 시계추처럼 똑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5분 후에는 원본에서 파생된 또 다른 5분의 동작이 이어진다. 이렇게 이전 버전에서 변형된 세 번의 움직임을 반복하는 것으로 공연은 완성된다.
그런데 두 무용수가 무대 위에서 춤출 때 뒤로는 영상이 보인다. 이 영상은 지금 춤을 추고 있는 영상이 아니라 ‘5분 전’ 영상이다. 무심코 보면 같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관객은 마치 ‘다른 그림 찾기’ 같은 게임을 보는 느낌이 든다.
이런 ‘다른 그림 찾기’를 통해 그는 영상과 다른 ‘무대의 불예측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영상은 모든 동작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있죠. 그러나 무대 위에선 그렇게 못해요. 나머지를 뜻하는 여집합은 영상과 다르게 무대에서 통제받지 못하는 불예측성을 뜻합니다. 조금씩 변화를 통해 사라져가는 움직임까지 제어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하나의 완성작을 위해 무대 뒤 연습실에서 끊임없이 다양한 동작을 시도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덤’이다.

최민선은 다원적 실험과 외부적 장치로 몸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최강 프로젝트’의 일원이다. 최민선과 강진안이 만든 이 단체는 국립현대무용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한 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서울댄스컬렉션에서 안무상(2015), 요코하마 댄스컬렉션 심사위원상(2018) 등을 받았다. 주요 경력으로는 <여집합 집집집 합집여>(아르코소극장, 2016), <설다_익숙하지 않은 날>(서울무용센터, 2017), <Complement_안쪽과 바깥쪽>(경기도미술관, 2018)이 있다.

서민준 작가 고전에 빠진 젊은 작가

“셰익스피어 같은 말놀이를 써보고 싶다.”

희곡 작가 서민준은 6월 26일~7월 7일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된 <묵적지수>(사진)를 집필하면서 이렇게 다짐했다고 한다.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연극은 지난해 제8회 벽산희곡상에서 상을 받은 그의 희곡에서 출발한다. 그의 희곡은 동양 고전에서 출발한다. 주로 ‘동시대성’에 관심을 갖는 또래 작가들과 다르게 그가 옛것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한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나오죠. 이런 뿌리를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 최고의 정점에서는 그리스 신화나 동양 고전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신념 덕분에 어릴 적부터 <삼국지>에 빠져 살았단다. 벽산희곡상 공모 때는 마감 직전까지 탈고를 거듭할 정도로 평소의 관심사를 녹여냈다고 고백했다.
‘묵적(묵자)의 묘수’라고 해석되는 <묵적지수>는 초나라와 송나라 간의 모의 전쟁을 이야기한다. 묵자는 송나라를 공격하려는 초나라에 모의 전쟁을 해보자고 제안한다. 결국 묵자의 제안에 초혜왕이 손을 들어준다. 작품은 ‘전쟁의 유희성’을 보여준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놀이하는 인간’을 뜻하는 호모 루덴스처럼. 작가는 “전쟁과 유희를 완벽하게 다루기는 어렵겠지만 최대한 이런 에피소드가 잘 드러나도록 구상했다”고 한다. 2015년 중국 조사 때의 원전 고증에서 출발한 그는 셰익스피어와 동양적 말놀이의 절충이라는 목표만 보고 달렸단다. 그런 흔적은 공연 중간에 튀어나오는 ‘의고체’(옛날 말투)에서 잘 나타난다. 그는 “아무도 30대 초반의 작가가 썼다고는 안 믿겠죠?”라며 이 또한 자신이 노린 것이라 웃으며 말했다. 이런 특징은 “젊은 신진 작가의 작품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완벽한 의고체는 동시대가 가지지 못했던 탁월한 시야를 보여준다”라고 한 공모작 선정평에서도 뒷받침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카프카의 <변신>이나 햄릿의 복수극을 토대로 동양적 말놀이를 구상하는 작품을 만들 겁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옛것에 대한 관심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자신했다.

서민준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에 재학 중이며, 작가와 연출가로 활동 중이다. 2014년 신작희곡페스티벌에서 <For sale>로 등단했으며, 2018년에는 <묵적지수>로 제8회 벽산희곡상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 젊은연극제 <For sale>(2015), 두산아트랩 <종이인간>(2018)이 있다.

김민호 사진작가흐릿함 속의 다양성

“제 작품이 약간은 모호하고 흐릿하게 보이지 않나요?”

동양화를 전공한 김민호 사진작가는 7월 16일까지 종로구 소격동 갤러리 조선에서 열린 전시 <모뉴먼트>(Monument)에 대해 이렇게 물었다. <브란덴부르크문>(사진) 등 출품작 15점을 꼼꼼히 살펴보면 도수가 안 맞는 안경을 쓰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사물이 겹쳐 보인다. 작품들이 하나같이 선명하지 않은 이유를 물으니, 그것이 자신만의 작업 비법이라 했다.
“대상을 하나의 피사체로 담은 것이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 이동하며 찍은 100여 장의 이미지를 겹쳐 쌓은 레이어(찰나적 이미지)들의 모음입니다.” 이는 대상을 선정한 후 공간을 이동하면서 찍은 횡적인 이미지들과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는 종적인 이미지들을 작업 안에 쌓는 방식이다.
작가는 흐릿한 작품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이런 방식은 ‘추모하는 조형물’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합니다.” 그는 재작년부터 전시를 위해서 방문한 ‘베를린’과 ‘광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정학적으로 멀리 떨어진 두 도시의 공통점은 가슴속에 품은 ‘전쟁의 상흔’이며, 서로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아픔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대상을 바라보면, 누군가는 전쟁의 아픔이 가슴 저미게 다가오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관광지로만 보일 것입니다.” 이렇게 같은 대상일지라도 보는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제각각인 것처럼 대상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양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렇게 시작한 방식은 그림으로 그렸던 전작 <접촉하는 시선들>에서도 비슷하다. 당시 출품한 <세월>은 목포항으로 건져 올린 배를 다양한 각도에서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해 덧입힌 작품이란다. 이 방식은 대상을 바라보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감성을 끌어낼 수 있는데 관객 중심의 감상법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상을 기억하는 방식에 획일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다양성에서 스스로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민호는 홍익대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으며, 현재는 사진과 회화를 한다. <시점_연속된 시간의 지점들>(2014), <적_積>(2015), <접촉하는 시선들>(2018) 등 열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국내외에서 다수의 단체전을 열었다.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2014), Sovereign Asian Art Prize Finalist(2017, 2019), 광주화루 우수상(2018) 수상 등의 경력이 있다.

오재형 피아니스트 빠른 마감, 새로운 시작

“저를 예술 잡상인이라 불러주세요.”

7월 15일 동숭동 예술가의집에서 <오재형의 비디오 리사이틀>을 연 피아니스트 오재형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예술 잡상인? 그가 걸어왔던 지난 10년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아주 엉뚱한 대답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그는 개인전도 여러 번 열 정도로 화가로 활발히 활동해왔다. 한편 지난 3월 홍대에서 열린 인디 다큐페스티벌에서는 자신이 찍은 단편영화 <모스크바 닭도리탕>을 상영했으며, 최근에는 자신의 공황장애 경험을 고백한 에세이집까지 출간했다. 이렇게 화가, 영화 감독, 작가의 타이틀을 가진 그이지만, 지난 2월 화가 ‘은퇴전’을 한 뒤 ‘피아니스트’의 길을 새로 걷기 시작한 것이다. “어려서부터 화가라는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그림을 그리지 않는 저를 발견했어요. 잠시 멈추는 것보단 이제 끝을 맺어야 하지 않을까요?” 반면에 음악에 대한 미련이 커졌단다. 대학에서 그림 수업을 받을 때도 머릿속에서 피아노를 한순간도 놓은 적이 없단다. 첫 단독 콘서트를 앞둔 상황에서 현재의 심정을 묻자 살면서 이렇게 두려운 적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번 콘서트의 계기는 ‘700회가 넘는 콘서트를 열었던 박창수 피아니스트의 제안’이었다. “제가 SNS에 올린, 피아노 치는 영상을 보고 연락이 왔어요. 일반인치고는 느낌이 있대요. (웃음) 영상과 함께하는 피아노의 느낌이 독특하대요.” 1시간 남짓의 콘서트에서 자신이 제작한 8편의 단편영화도 상영했다. 여기엔 클래식을 비롯해 작곡가에게 의뢰받은 곡, 자작곡들도 포함됐다. 그는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형태의 콘서트에 인생을 걸었어요”라며 앞으로의 각오를 이렇게 밝혔다. “미술, 영화계에서 피아노를 쳤던 적은 있어요. 그런데 여긴(예술가의집) 손열음과 조성진이 섰던 무대입니다. 많이 돌아오긴 했는데, 이제야 제 직업을 찾은 것 같습니다.”

오재형은 상명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으며 개인전 <nature portrait>(2011), <마이너스 8.5의 감성>(2011), <코스모스>(2013), <블라인드 필름>(2016), <안녕>(2019)을 열었다. 수필집 <넌, 생생한 거짓말이야>(2019)를 발간했으며, 단편영화 <덩어리>(2016), <모스크바 닭도리탕>(2019)을 제작했다.

글 이규승_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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