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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2월호

예술교육에 바란다예술대학의 전공 필수 과목
여기 두 대학생이 있다. 예술 관련 전공을 하고 있다. 한 학생은 ‘교수님 바라기’인 모범생이다.
교수님 말씀 잘 듣고 심부름도 잘하고 교수님의 예술관을 그대로 이식받았다. 말하자면 교수님의 우주 안에 있는 위성이다. 다른 학생은 ‘삐딱이’다. 교수님 말씀도 잘 안 듣고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자기만의 예술관을 고집한다.
교수님의 자장을 벗어난 혜성이다. 누가 더 예술가다운가?

질문을 바꿔보자. 두 대학생 중에서 누가 예술가로 살아남을까?
아마 앞 질문의 학생과 다른 학생을 꼽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실의 답은 ‘둘 다 살아남지 못한다’가 될 것이다. 학생의 바람과는 다르게 교수님도 항성이 아니다. 또 다른 항성의 주변을 맴도는 행성일 뿐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 피라미드는 하부에 있는 신규 진입자를 착취하는 방식으로 유지된다. 우리 예술계의 냉정한 현실이다.

관련사진

1 e 나라도움 누리집 갈무리. (출처 e나라도움)

2 2019년 예술교육 공모지원 사업설명회 포스터.

예술가에게 필요한 교육

정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지금까지 예술행정의 당면 과제는 예술가의 창작에 간섭하지 않으면서 창작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더 어려운 숙제가 부과되었다. 예술가의 생애주기에 맞춰 지원해야 한다. 이제 막 입문하는 예술가부터 일가를 이룬 원로까지 그들의 사정과 상황에 맞는 지원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최고은법’이라는 별칭이 붙은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되어 한국예술인복지재단도 만들어졌다.
그렇더라도 숙제는 남았다. 예술가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정부의 지원 정책을 알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 예술가를 존재론적 고민에 빠뜨린다는 ‘e나라도움’도 쓸 줄 알아야 한다. 현장예술가 중에는 ‘e나라도움’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해서 공모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예술이 돈이 될 수 없는 경우는 많지만 예술가가 돈 없이 살 수는 없다. 자격조건과 공모조건이 명확한 정부지원금은 예술가가 의지할 수 있는 합당한, 때론 마지막 언덕이다.
자 그럼 실전으로 들어가보자. 청년예술가 중에서 다음 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 번 열거해보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이음센터(장애인문화예술원), 청년청/청년허브, 지역문화재단(서울문화재단 등 광역/광진문화재단 등 기초),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지역문화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그리고 민간 문화재단과 기업 메세나 사업들.
이 기관의 역할을 안다면 다음은 이 기관에서 수행하는 지원사업과 공모사업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지원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이 구상한 작업을 양식에 맞게 문서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발표력도 갖춰야 한다. 생애주기별로 어떤 기관의 어떤 지원사업 혹은 공모사업에 지원할지 로드맵도 짜봐야 한다. 이것을 피하고 예술가로서 활동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마지막 보루를 확보해두어야 한다.
과연 이런 것을 가르쳐주는 수업을 국내 예술대학이 할까? 지원사업이나 공모사업 서류를 실제로 작성하게 해보고 실제로 공모에 응모도 해보게 하는 수업이 있을까? 예술대학 교수나 강사진을 통해 문의해보니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현장예술가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업이라고 했다. 막상 닥쳐서 하려면 우왕좌왕하기 일쑤라면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요령이 있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관련사진

3 서울문화재단이 개최한 청년예술인 창작지원사업 설명회.

예술가로서 생존하려면

예술가들의 삶은 일반인들의 삶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립되어있다. IT 기술이 나날이 발달하고 SNS가 전에 없이 활발하지만 예술가들은 여전히 고립되어 있다. 대학은 그들이 이런 준비를 하면서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공모사업과 지원사업을 도모하는 경험을 해보고 거친 들판에서 예술가로서 생존할 수 있도록 내성을 길러야 한다.
현장에서 예술가들의 ‘억지사교’를 많이 보았다. 전혀 사교적으로 보이지 않는 예술가가 억지술자리에 나와서 억지웃음을 지으며 억지인연을 맺기 위해 맞지 않는 옷에 몸을 끼워 맞추듯 불편한 자리를 감당하는 모습을 자주 접했다. 그렇게 안면을 익히고 인맥을 넓혀야만 예술을 펼칠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해서 앉아 있는 것이었지만 마뜩치 않은 표정에서 불편함이 느껴졌다.
그런 ‘억지사교장’에서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갤러리 관장의 눈치를 보면서 삼겹살을 굽기만 하고 집어먹지 못하던 한 장애인 화가의 모습이다. 계속 채소만 집어먹다 남들이 먹지 않는, 얼린 고기에서 나온 찌꺼기가 열에 굳은 것을 긁어 먹었다. 왜 고기를 안 드시냐는 말에도 웃기만 하고 고기를 집지 않았다. 이런 예술가들을 위해 더 공정한 장이 열리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길 바란다.

글 고재열 시사I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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