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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1월호

연말연시에 공연되는 클래식 음악끝과 시작 사이의 클래식
유럽 클래식 음악계에서 12월에서 1월로 넘어가는 시기는 상당히 알차고 떠들썩하다. 세계 클래식 음악의 중심 도시 중 하나인 빈에서는 12월 30일과 31일,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질베스터(제야음악회)로 열린다. <합창>을 연말에 공연하는 것이 누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빈을 숭상하고 추종하는 일본 사람들이 그대로 가져가 매년 12월 말이 되면 일본 열도는 <합창>으로 물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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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무리는 <합창>과 함께

<합창>은 일본에서 심지어 11월 말부터 연주되기 시작하는데 놀랍게도 매년 매진을 기록한다. 흥행 보증 수표라고 할까. 도쿄뿐만 아니라 오사카, 후쿠오카, 나고야, 삿포로 할 것 없이 전국적으로 연주된다.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한때 일본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홍연택이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가 잠실체육관에서 ‘5천명 대합창연주회’를 공연했다. 안익태의 <한국환상곡>과 베토벤의 <합창>을 연주했는데 전국 각지의 합창단과 성가대가 참여했다. 필자도 당시 시민합창단으로 2회 모두 참가했는데, 매주 모여 열심히 합창 연습을 하고 공연에 서는 일은 대단히 감격적이고 행복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5천명 대합창연주회’가 단 두 번으로 끝났지만 일본에서는 지금도 매년 열린다. 한 번 시작하면 잘 없어지지 않는 것이 일본의 특징인 것 같다.
<합창>은 매년 광풍이라 불릴 정도로 일본 열도를 휩쓸지만, 이 또한 일본답게 상당히 차분하게 진행된다. 일본 사람들에게 <합창>은 매년 치러야 하는 축제, 즉 현대판 마츠리와 같은 것이다.
일본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연말이 되면 <합창>을 각 도시에서 들을 수 있고 KBS교향악단이나 서울시립교향악단도 매년 정례적으로 편성해 이 공연을 꼭 봐야만 하는 청중들이 늘어났다. 15~20년 전만 해도 교향악단들이 한 해는 헨델의 <메시아>를 공연하고 다음해에는 <합창>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메시아>는 합창단에서 공연하고 교향악단들은 앞다투어 <합창>을 연주한다. 물론 세계주의적이고 인류 화합적이며 신분의 격차 없이 모두가 하나 되는 실러의 시와 베토벤의 드라마틱하고 웅장하며 사람의 마음을 고양하는 음악은 연말에 참 잘 어울린다.
하지만 오스트리아를 제외한 다른 유럽 국가나 미국에서는 베토벤의 <합창>을 연말에 거의 공연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메시아> 는 연말에 자주 공연되는 편이다. 이제 국내 교향악단들도 연말 공연에서 무작정 <합창>만 연주하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고 새롭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개발하면 어떨까? 관객에게 인기가 있다고 안주할 것이 아니라, 참신한 아이디어로 창의적이고 새로운 연말 공연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오페레타 <박쥐>와 빈필 신년음악회

빈에서 <합창>이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몫이라면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는 빈 국립오페라의 몫이다. 12월 31일과 1월 1일 밤에 공연되는 <박쥐>는 작품 자체가 연말연시를 배경으로 하며 특히 즐거운 무도회와 샴페인 그리고 오페레타의 상징과도 같은 왈츠와 폴카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주인공인 아이젠슈타인, 로잘린데, 오를로프스키 공작에 누가 캐스팅되는지도 중요하지만, 3막에 처음 등장하는 감옥 간수 역 프로슈를 누가 맡는지도 해마다 큰 관심사다. 노래는 부르지 않고 연기만 하는 프로슈는 극을 더욱 재미있게 해주는 감초 같은 역할인데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코미디언이나 배우들이 맡아왔다. 빈 국립오페라가 공연하는 슈타츠오퍼뿐만 아니라 빈 폭스오퍼(민중극장. 주로 오페레타와 뮤지컬을 상연한다.)에서도 12월 31일에 <박쥐>를 볼 수 있다. 때로는 레하르의 오페레타 <즐거운 미망인>을 상연하기도 한다. 필자의 개인적인 취향으로 볼 때 슈타츠오퍼에서 공연하는 <박쥐>가 오토 쉥크 연출의 전통적 버전이라면 폭스오퍼의 <박쥐>는 연출이 더 상큼하고 재미있다. 폭스오퍼도 12월 31일과 1월 1일에 공연하는데 워낙 인기가 많아 12월 31일에는 오후 1시 30분과 7시, 두 차례 공연한다.
빈의 연말연시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빈필)의 신년음악회다. 2019년에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예술감독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지휘한다. 전 세계 90여 개국에 생중계 또는 지연 중계되는 빈필 신년음악회의 역사는 역사는 193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빈에서 신년음악회의 전통은 1838년부터 시작되었지만, 당시에는 요한 슈트라우스 가문의 음악을 연주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39년, 당시 빈필의 지휘자 크레멘스 크라우스는 전쟁으로 힘들어하는 시민들을 위해 요한 슈트라우스 가문의 음악을 가지고 제야음악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단원들은 일제히 반대했다. 무도회 때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딴따라 경음악단의 곡을 연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크라우스와 디렉터가 딱 한 번만 해보자고 단원들을 설득했고 결국 단원들도 동의해 제야음악회를 열었다. 공연장은 입추의 여지없이 미어터졌고 단원들은 깜짝 놀랐다. 청중들이 요한 슈트라우스의 음악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다음해인 1940년에 제야음악회가, 1941년에 신년음악회가 열렸고 이것이 제1회 빈필 신년음악회로 기록된다. 이 세상에서 표를 사기 가장 힘든 음악회, 가장 비싼 음악회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의 프라임 타임인 7시 15분에 영화관에서 생중계되고, TV를 통해 지연 중계로도 볼 수 있다.
신년음악회는 이변이 없는 한 3곡의 앙코르를 포함한다. 첫 번째 앙코르에서는 재미있고 흥겨우며 깜짝쇼가 곁들어진 짧은 곡을 연주한다, 두 번째 앙코르 곡은 ‘오스트리아 제2의 국가’라고 불리며 새해 자정이 되면 슈테판 광장을 비롯한 전국 유명 광장들에 울려 퍼지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다. 이 곡을 로맨틱하게 즐기고 나면 드디어 공연의 마지막에 다다르는데, 바로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 즉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이 울려 퍼진다. 클래식 곡 중 유일하게 박수를 치면서 즐길 수 있는 레퍼토리로 라데츠키 장군이 이끄는 오스트리아 군대가 이탈리아군을 대파하고 돌아왔을 때 이 곡을 연주하자 도열한 장교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후 연주 때마다 박수를 치는 것이 전통이 됐다.
빈필 신년음악회는 지휘자에 따라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지며 요한 슈트라우스 가문과 동시대 라이벌의 음악이 상당히 방대해 수년간 레퍼토리가 겹치지 않았다. 아직도 신년음악회에서 연주되지 않은 슈트라우스 가문의 왈츠, 폴카, 행진곡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레퍼토리와 깜짝쇼를 만끽할 수 있다.

글 장일범 음악평론가, 국악방송 <창호에 드린 햇살> 진행자, 팟빵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그림 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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