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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10월호

<오보이> 편집장 김현성이 바라보는 서울사람 살기 힘든 도시, 동물은 더 살기 힘든 도시
지구의 미래, 동물과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하는 패션 문화 매거진 <오보이>를 만드는 김현성 편집장은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서울을 사랑해본 적 없다고 고백한다. 그에게 서울은 거대도시의 모든 단점들이 집약된 기형적인 도시이다. 사람도 살기 힘든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볼 때마다 그의 마음은 더욱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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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좋아할 수 없는 이유

태어난 도시에서 평생을 산다는 건 그 도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할 확률이 크다는 얘기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 대해 얘기하는 게 부적절할지도 모르지만, 설사 지극히 주관적인 편견이라고 해도 그 생각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계속 살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이 도시를 좋아하거나 사랑해본 적은 없다. 서울에 대한 감정이 언제부터 이렇게 부정적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꽤나 많은 이유들이 알게 모르게 겹겹이 쌓여 지금의 생각을 만들었을 것이다. 잿빛 하늘, 잿빛 건물들, 잿빛 표정의 사람들. 사실 이렇게 거대하고 끊임없이 사람이 몰려드는 도시는 세계 어디를 가도 비슷한 느낌이다. 공기는 항상 탁하고 사람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어디론가 빠르게 걸어간다.
몰개성의 공동주택과 근본 없는 디자인이 난립한 건물들은 숨을 막히게 하고 자동차들은 공격적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기에 더 절실하게 피부로 느끼는 건지는 모르지만 서울은 이런 초거대 도시의 특징들을 모두 지니고 있다. 물질에 대한 탐욕이 지배하는 도시,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도시, 지나치게 높게 평가된 부동산 가격이 아직도 성에 차지 않는 도시, 빛을 보고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나방처럼 사람들이 몰려 바글거리는 도시를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머니는 1980년경 신촌의 살던 집을 팔고 지금의 서교동 집을3,000만 원에 샀다. 지금도 어머니는 그 집에 살고 있는데 그 집의 지금 시세를 알면 사람들은 많이 놀랄 것이다. 물가 상승률, 40여 년의 세월, 이런저런 이유를 다 갖다 붙여도 납득할 수 없는 가격이라는 사실만 얘기하겠다. 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능동적인 자세로 손발을 맞춰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재주를 부릴 때마다 번번이 놀라곤 한다.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어떤 노골적인 담합이나 비밀스러운 작전 세력에 의한 것이 아니더라도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서울 사람들의 욕망을 고스란히 투영해왔다. SF영화에서처럼 방독면이라도 쓰고 다녀야 할 듯한 최악의 공기질을 자랑하는 한국의 거대도시가 거의 모든 문화, 건축, 예술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는 기형적인 도시라는 사실 또한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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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웃을 수 있는 서울이 되길

이렇게 사람도 살기 힘든 도시에서 동물들의 삶이 어떨지는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나는 항상 동물들의 표정이 신경 쓰이고 동물들 때문에 더욱 우울해진다. 도시마다 사람들의 표정이모두 다르듯 각각의 나라와 도시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표정도 천차만별이다. 출장 때마다 항상 작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그 도시의 동물들을 찍고 표정을 관찰한다. 사람들에게 온화하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뉴질랜드의 개들, 지나가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누워 있는 일본의 고양이들. 서울을 돌아다니며 보게 되는 동물들의 표정은 서울이 어떤 도시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목줄에 묶인 개들은 공격적이고 길고양이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다닌다. 특별히 일부러 공격성을 띠도록 키우는 개 이외에 사람을 무는 개들은 거의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 왜 길고양이들은 사람이 지나갈 때 차 밑에 숨어 있거나 멀리 돌아서 갈길을 가는지에 대한 답은 너무 뻔하고 명확하지 않은가. 동물들의 표정은 사람들이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간디는 “한 국가의 힘과 도덕성은 그 나라의 국민들이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얘기했다. 간디의 표현대로라면 서울이란 도시에 대한 평가는 그 외형보다 훨씬 더 낮아야 할것이다. 며칠의 휴가를 위해, 혹은 귀찮거나 사정이 생겼다는 이유로 기르던 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 쓰레기봉투를 뒤진다는 이유로, 한밤중에 아기 같은 울음소리를 낸다며 동물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는 과연 어떤 도시일까.
염리동에서 찍은 사진은 이제 거의 30년이 다 된 것이다. 모두가 집을 지키라고 개를 키우던 시절, 지금은 없어진 마포의 한 동네를 지나다가 우연히 마주쳤던 하얀 개. 낯선 이방인을 극도로 경계하던 그 흰둥이. 또 다른 개의 사진은 오래전 황학동 재개발 지역에서 찍은 것이다. 개는 자신이 살던 보금자리가 한순간에 밀려버린 놀라움과 황당함을 뒤로 하고 먹을 것을 찾아 정처 없이걷고 있다. 한밤중에 만난 고양이 역시 사람을 경계하고 있다. 서울에서 만나는 길 위의 동물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삭막하고 어둡기 그지없다. 이 동물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 도시가 더 싫어진다. 어쩌면 나는 그저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부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동물들의 어두운 표정이 편견을 가진 나만의 착각인 것 같지는 않다. 서울이 동물들도 웃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

글·사진 김현성 사진가, <오보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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