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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호

길어지는 문화예술단체장 공백문화예술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하여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소속, 산하, 유관 기관 단체장들의 궐석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행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문체부는 전 정부의 국정농단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조직이다. 문화예술 지원 관련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거나 실행한 혐의로 국민의 원망을 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적폐 청산’을 내걸고 야심차게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수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거나 후보자들이 미투 운동 여파 또는 블랙리스트 연루 등으로 낙마했다. 문체부가 지난 5월 독자적으로 새 정책안인 ‘문화비전 2030’을 발표했지만 힘이 실리지 않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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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경.

수장 공백 단체들

문체부 산하 대표적인 예술지원 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의 위원장 자리는 8월 현재 6개월째 공석이다. 황현산 전 위원장이 지난 2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예술위는 전 정부의 ‘블랙리스트 실행 기관’이라는 오명을 썼다가 황 전 위원장 임명 이후 개혁에 박차를 가하던 중이었다. 최창주 위원장 직무대행이 쇄신에 힘쓰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안팎으로 힘을 모으는 상징적인 존재인 수장의 부재는 뼈아픈 상황이다. 게다가 8월 8일 황 전 위원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심리적 타격이 더해졌다. 최근 위원장 공모에 10여 명이 지원했는데 서류, 면접 심사를 거쳐3명 안팎의 최종 후보자를 가려낸다. 독립성이 강조되는 기관이어서 인사추천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위원장이 임명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도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윤미경 전 국립극단 사무국장이 임명됐다가 블랙리스트 실행에 관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문체부가 하루 만에 임명을 철회했다. 가을에 국내 최대 공연 예술 축제인 ‘서울국제공연예술제’도 치러야 하는 만큼, 부담이 크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장인 국립극장에는 무려 11개월째 극장장이 없다. 안호상 전 극장장이 지난해 9월 사임한 후 두 차례 공모를 냈으나 ‘적격자 없음’으로 결론 났다. 유력 후보였던 김석만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성추행 의혹으로 공모 도중 낙마했다. 공연계에서 유력 후보로 거명된 학계 인사는 스스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극장은 안 전 극장장 시절 레퍼토리 시즌 등을 도입하며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을 받았다. 극장 측은 새 레퍼토리 시즌의 시작과 맞물리는 9월 초에 극장장이 인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유력 후보자가 거명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이번에도 임명이 불발되면 문체부 장관이 지목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하지만 이 선택은 국립극장이나 문체부 양쪽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한국영상자료원, 세종학당재단 등도 수장이 공석이다. 2015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 문화예술의 허브가 되겠다며 출범했으나, 직무대행 체제로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전당장을 뽑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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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경.

3 지난 6월 19일 진행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 운영결과 발표. 블랙리스트, 미투 운동 등의 굵직한 사안은 기관장 인선에도 영향을 미쳤다.(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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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선, 왜 늦어지나?

기관장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적폐 청산을 우선시하다 보니 인재풀을 만들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블랙리스트, 미투 운동 등 공모와 임명 과정에서 굵직한 사안들이 터지면서 이와 무관한 인사들을 찾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문재인 정부 자체가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데 블랙리스트, 미투 운동으로 인해 조건이 더 까다로워지면서 적당한 인사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능력이 있다는 평을 받는 중장년 남성 중에서 각종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운 인사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자조 섞인 농이 나오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양성평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양성평등을 앞장서서 실행해야 할 조직이 문체부다. 하지만 소속, 산하, 유관 기관에서 여성이 수장으로 있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눈에 띄는 건 국립국악중고등학교장뿐이다. 검증 때문에 인사가 늦어진다고 해명하기도 했는데, 검증 과정 자체에 대한 문제도 불거졌다.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임명을 하루 만에 철회한 것이 그 예다. 벌써부터 인사 검증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블랙리스트 등의 적폐 청산을 위한 노력만큼, 각 기관의 새로운 수장을 뽑는데 외부의 의견에 크게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공연계 한 인사는 “조선 후기 영·정조의 탕평책처럼 정치적 이해나 당파 상관없이, 전문성과 리더십으로 수장을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문화예술계 기관장 인사가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정상회담 등 굵직한 사안들에 밀리면서 지지부진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그런데 문화예술의 중요성도 다른 영역 못지않다. 지난 4월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이 남북정상회담의 다리를 놓았다. 갈수록 문화가 중요해지고, 그 역할도 커지고 있는데 정부의 대접은 그 위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꼼꼼한 검증도 중요하지만 빨리 수장을 정해야 길게 내다보고 예산 편성 등에 힘을 쓸 텐데, 안타깝다”고 했다. 기관장이 비어 있는 단체의 한 관계자는 “수장이 없다 보니, 극장 안팎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면서 “외부와 언론의 관심도 수장이 있을 때만큼 못하고 하는 일마다 크게 힘이 실리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글 이재훈 뉴시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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