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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호

작가의 방
서울문화재단은 다양한 장르에 걸쳐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합니다. ‘작가의 방’에서는 지원작가들 가운데 눈에 띄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작가를 선정해 소개합니다.
김남진 현대무용 안무가난해한 현대무용에 스토리를 가미하다

김남진 현대무용 안무가

“현대무용을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 관객들의 공감을 얻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현대무용 안무가 김남진이 늘 해온 말이다. 그는 이 말을 7월 2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개한 창작무용 <에스>(S)의 개막을 앞두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클래식·모던·재즈 등 다양한 춤 스타일이 결합된 현대무용은 20세기 중반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했다. 잘 훈련된 무용가들이 펼치는 현대무용은 예측하기 어려운 리듬과 속도, 방향의 변화 등으로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로 인식됐다.
김 안무가는 낯선 역사적 소재를 다루면서 사회적 목소리를 냈다. 이를 위해 연극적 요소도 자주 도입했다. <에스>도 ‘억압받는 여성들의 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우리는 원치 않게 희롱당하고 사죄를 받지도 못한 채 고통스러워하는 여성들을 방치했다”고 말한다.
1·2부로 구성된 작품에는 ‘과거’와 ‘현재’를 대표하는 두 부류의여성이 등장한다. 1부에서는 일제강점기 성노리개가 돼 절규하는 위안부들이 나오고, 2부에서는 미투 운동을 다룬다. 이때 ‘송곳’이 주요한 연극적 소품으로 활용된다. 송곳은 때로는 남자의 성기를 상징하고, 때로는 여성을 강제로 농락하는 도구로 이용된다.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관혁악곡 <볼레로>를 배경음악으로 쓴 것 또한 절묘하다. 1928년 초연 당시 ‘마치 포르노 같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던 작품이다.
“민감하고 부끄럽고 어색한 이야기들을 감추고 싶은가요? 그러나 우리가 보호하지 못한 이 여성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아닌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김 안무가가 스토리 없는 것으로 이름난 현대무용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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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진은 부산경상대에서 연기를 전공했으며, 1991년 뒤늦게 다시 경성대 무용학과에 입학했다. 1998년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렌 국립현대무용단에 입단했고, 2002년부터 벨기에 세드라베 현대무용단에서 활동했다. 2006년 서울에서 댄스씨어터창, 2015년 부산에서 김남진피지컬씨어터를 창단했다. 사회의 굵직한 문제를 작품에 투영하는 안무가다.

이재명 작가전봇대 같은 초라한 풍경은 인정 못 받는 현대인의 초상

이재명 작가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한 공간조차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도심 속 풍경을 오랫동안 탐색해온 작가 이재명은 7월 11일부터 8월 7일까지 서울 강남구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 <풍경들>(Splendid Scenery)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는 도시의 구조물 중 ‘자신만의 의미를 찾지 못한 장면’에 주목했다. 전시장을 채운 30개 작품은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소소한 것들이었다. 대표작 <다섯 번의 인사>를 살펴보자. “5주 동안 참여한 드로잉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 늘 같은 자리에 서 있던 전봇대의 등입니다.” 작가는 그에 대해 “거대한 도시에 비해 볼품없고 초라한 그 모습이 마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내 처지와 비슷해 보였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작가는 그렇게 주목받지 못하는 도시 풍경 속에서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현대인의 일상”을 본다.
경북 안동 출신인 작가는 서울에 온 뒤 줄곧 이렇게 ‘잊힌 도심의 풍경’에서 ‘잊힌 우리의 모습’을 찾았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된 기계와 기성품들도 예술작품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프랑스의 혁명적 미술가 마르셀 뒤샹(1887~1968)의 주장과도 상통한다. 이 작가는 자신의 작업 방식을 ‘빠르게 훑어내기’라고 표현한다. 단순한 형태와 원색 중심의 작품을 빠른 붓 터치로 그려내기 때문이다. “예술의 대상이 된 도시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담아내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작가는 작품이 공개되는 전시 공간도 특별한 의미를 띤다고 했다. “서울에서 빈번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이 공존하며, 가장 도시다운 모습을 자랑하는 강남구 테헤란로 한복판에서 전시를 열었습니다.” 그곳은 ‘빈번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 중 상당수가 서로 잊힌 존재일 수 있는 곳이다. 전시 공간 선택마저도 잊힘을 일깨우려 하는 작가의 배려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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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의 인사> 캔버스에 유채, 130.3×162.2cm, 2018

이재명은 홍익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제10회 ‘금호 영 아티스트’의 <에어리어>(금호미술관, 2011)로 시작해 <짙은 초록>(63art 미술관, 2016), <가장자리>(KSD갤러리, 2018) 등의 개인전을 열었다. 2018년 제4회 포스코미술관 신진작가로 선정됐다.

글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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