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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3월호

고연옥 작가·이연주 연출 인터뷰 공끊임없이 질문하고, 끊임없이 소통하라
한파가 불어 닥친 2월의 어느 날, 연극계의 봄바람을 기대하며 고연옥 작가, 이연주 연출을 만났다. 이들은 남산예술센터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고연옥 작가는 지난해 김정 연출과 함께 작업한 <손님들>로 각종 연극상을 휩쓴, 국내 대표 극작가다. 극단 ‘전화벨이 울린다’의 대표인 이연주 연출은 장애인, 성소수자 등을 대상화하지 않고 신중한 시선으로 그려내 호평받고 있다. 지난해 ‘제8회 두산연강예술상’ 공연 부문 수상자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그동안 연극계가 간과하고 있던 부분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지원에서 배제시켜 무대를 잃은 뒤 공공극장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하게 된 것이다. 광화문광장에서는 공공극장을 표방하는 ‘블랙텐트’가 세워져 연극 관계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에게도 호응을 얻었다. 기존 국공립극장 중에서는 2009년 재개관한 서울문화재단의 남산예술센터가 공공극장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엄혹한 기운이 남아 있던 2016년에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라는 태풍을 몰고 온 주인공인 박근형 연출의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시즌 프로그램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외롭거나 리스크가 있거나 논쟁적일 수 있는…, 이런 작품들도 수용할수 있는 공공극장도 있어야 한다”는 남산예술센터의 평소 신념이 반영된 것이다. 서울시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극장의 사명감인 셈이다.

남산예술센터의 공공성

지난 2009년 재개관 공연과 지난 2016년 <곰의 아내> 등으로 남산예술센터와 작업했던 고연옥 작가는 “남산예술센터는 다른 국공립 제작극장과 차별성이 있다”고 봤다. “명동예술극장(국립극단)은 중견 창작자와 해외 고전을 위주로 한 ‘웰메이드 작품’을 만들어 관객층을 넓히려는 목표가 있다면, 남산예술센터는 창작자 중심이다. 기성이든 신인이든 창작진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의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목표로 보인다”는 것이다. 연극계에서 남산예술센터와의 작업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는 얘기다. 고 작가는 “세금이 들어가니,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책임도 느껴야 한다.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을 맡아야 하는 거다. 작업자로서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도 책임감이 따라온다. 남산예술센터는 그런 작업자를 지원한다.”
이연주 연출은 남산예술센터의 동시대적 감각에 주목했다. 그는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를 통해 대학로 소극장에서 초연했던 <이반검열>을 발전된 형태로 지난해 남산예술센터에서 선보였다. 이 연출은 “남산예술센터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동시대적 감각에 따라 선정된 작품들이 보인다”면서 “초반에는 창작자에 대한 지원까지 아우르는 개념이었다면 최근에는 개념 기반의 공연, 텍스트 기반의 공연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강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현장 중심, 트렌디한 부분이 강조되는 듯하다”고 봤다.

관련이미지“국공립극장의 창작품은 문화예술계의 자산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수준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단서다. 국공립극장이 알맞은 역할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다.”
고연옥 작가

공공극장의 역할

그렇다면 남산예술센터를 비롯한 공공극장 본연의 역할은 무엇일까? 고 작가는 민간에서 할 수 없는 기획이나 프로그램, 공연과 개념 등을 시도함으로써 민간단체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이에 따라 공적 영역의 극장과 민간 영역의 극장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공립극장이 좋은 창작자들의 작품을 발표하고 이들을 성장시키는건 해당 단체나 개인 예술가들에게만 명예로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연극계, 나아가 문화예술계의 자산이 되는 일이다.” 아울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반증하듯, 예술가들을 편견 없이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공립극장의 창작품은 문화예술계의 자산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수준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단서다. 국공립극장이 알맞은 역할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다.”
고 작가는 동시에 국공립극장이 유의해야 할 부분도 짚었다. 그는 지난해부터 각종 토론회 등을 통해 국공립단체가 민간단체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예술가들은 국공립극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명예롭기 때문에 그곳에서 공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럴수록 국공립극장이 예술가를 존중하고 마음껏 작업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권위와 존중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이 연출은 국공립극장이 공공성과 민주주의와 연결된 만큼 다양한 질문이 쏟아져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묻고 답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연극단체, 극장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국공립극장은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 문화예술의 역할, 기능, 비중에 대해 예술가들 스스로 합의를 거쳐야 한다. 왜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 왜 문화예술이 필요한지 등의 고민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런 이유 때문에 문화예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국공립극장과 어떻게 같이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과 현장이 적절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긴 호흡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동시에 국공립극장의 성과 위주 풍토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나타냈다. “요즘 성과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한 해 실패하더라도 꾸준히 몇 년간 지켜봐주어야 한다. 최근 극장들의 공연 라인업을 보면, 서로 좋은 기획 프로그램을 교대하는 느낌이다. 이는 장기적인 안목이 없어 벌어지는 현상이다. 각자 정체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국공립극장의 관객 개발 역시 화두다. 예컨대, 물리적인 형태의 극장이 없는 영국 웨일스국립극장은 공연장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학교, 기차역 등지를 찾아가는 공연을 선보이며 관객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이 사례는 지난해 남산예술센터가 기획한 <서치라이트>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이 연출은 “우리나라의 국공립극장이 행정적인 고민을 더욱 해야 한다”면서 “관객의 수준을 낮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경험 속에서 공연들을 접하고, 이를 통해 내용과 형식을 확인하는 작업이 있어야 경계가 넓어지고 시각 자체가 다양해진다”면서 “‘대중적인’이라는 말의 뜻이 불분명함에도, 대중적이라는 시각으로 관객들을 미리 재단해 만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열악한 환경의 민간극장은 물론이고 상당수의 국공립극장 역시 장애인 관람 환경에 무신경하다는 문제의식도 나왔다. 이 연출은 장애인 극단인 ‘애인’과 꾸준히 작업하면서 이 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해왔다. 그는 무대 위에서 장애인 배우가 움직인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연극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지난해 말 ‘애인’이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공연한 페르난도 아라발의 <전쟁터 산책>은 완성도 면에서 화제가 됐다. 이 연출은 “장애인배우를 배우가 아닌, 장애를 극복해나가는 인간 승리의 관점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면서 “국공립극장에서 장애인 연극을 만나면 처음에는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관객들에게는 다양한 감각을 만나는 기회가 된다”고 했다. <전쟁터 산책>을 직접 관람한 고 작가는 “많이 공연된 작품임에도 이번 공연은 삶의 부조리를 담는 데 있어 최적의 캐스팅이었다”면서 “장애인 극단의 잘 만든 작품이 더 많이 공연됐으면 한다. 그래야 우리가 같이 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이미지“모든 연극단체, 극장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국공립극장은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 문화예술의 역할, 기능, 비중에 대해 예술가들 스스로 합의를 거쳐야 한다.”
이연주 연출

국공립과 민간의 위계, 그리고 남산예술센터를 위한 제언

국공립극장과 민간의 위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이미 공연한 <이반검열>을 남산예술센터에 다시 올리면서 생각이 많았다는 이 연출은 “대학로 공연의 단계가 낮은 것이 아니고,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한다고 그 단계가 더 높아지거나 대단해지는 것이 아닌데도 단계적으로 상승했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면서 “민간과 공공극장의 작업물이 하나의 결과로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소통의 과정을 수면 위에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반검열> 재공연 시 민간 차원에서 소극장에서 공연했을 때와 국공립극장에서 공연했을 때의 결과물에 대한 비교와 평가가 많았다. 그보다는 2016년 공연과 2017년 공연의 명분이라든지, 좀 더 다양한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는 의미가 컸는데도 말이다.” 고 작가는 “그간 프로덕션 형태의 극장들이 늘 젊은 창작자들에게 가혹했다”는 말로 이 연출에게 힘을 실었다. 그는 “우리 연극계는 신인 연출가와 작가들을 기다려주기보다 어떻게 소극장에서 중극장으로 옮길 것인가, 다음 작품에서 망할 것인가, 꺾일 것인가, 얼마나 갈 것인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다”고 했다. 이 연출은 “남산예술센터만큼은 너무 빠르게 가지 않아도 되고, 다양한 시도를 해도 된다는 걸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 작가는 “연극에서는 대본이 굉장히 중요한데, 남산예술센터 상시 투고 시스템인 ‘초고를 부탁해’ 같은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작가들의 진입은 연출가에 비해 쉽지 않다. 극작가를 위한 환경에 좀 더 신경 써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글 이재훈 뉴시스 기자
사진 최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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