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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2월호

고악기 연주의 매력 고전의 본질을 전하다
올해 열릴 클래식 공연을 살펴보면 ‘고(古)악기’ 연주 단체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4월에는 세계 정상급 메조소프라노 막달레나 코제나가 고악기 연주단체인 라 체트라 바로크오케스트라와 공연하고(4월 17일, LG아트센터), 비발디 <사계> 음반으로 돌풍을 일으킨 바이올리니스트 파비오 비온디와 에우로파 갈란테가 5월에 내한할 예정이며(5월 15일, 롯데콘서트홀), 콘서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연주를 맡은 프라이부르크 바로크오케스트라의 공연(7월 6~7일, 롯데콘서트홀) 역시 기대된다. 그 밖에 일본 고음악계의 중심인물인 스즈키 마사아키의 하프시코드 독주회(7월 26일, 금호아트홀), 세계적인 하프시코드 주자 피에르 앙타이의 독주회(9월 20일, 금호아트홀) 역시 놓칠 수 없다. 이처럼 주목할 만한 고악기 공연들을 앞두고, 고악기의 매력과 고악기 연주에 대해 알아보자.

최은규의 음악 정원으로 관련 이미지

오늘날의 악기와 고악기의 차이점

아마도 클래식 공연에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 ‘고악기 연주’라는 말은 매우 이상하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오늘날 클래식 공연 무대에서 연주되는 악기들은 거의 모두 예전에 만들어진 악기, 즉 고악기가 아닌가? 바이올린이 발명된 것은 16세기이고 피아노가 발명된 것은 17세기 말이므로 두 악기 모두 오래됐다는 점에서 ‘고악기’이다. 그러나 오늘날 연주되는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모두 발명된 시점의 소리와 모양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오랜 세월을 거쳐 개량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현대적으로 개량된 악기로, 현악기 줄의 재질이나 활의 모양, 피아노 건반의 수와 페달 등은 개량되지 않은 고악기들과 많은 차이가 있다. 따라서 오늘날 연주되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모차르트 시대와는 다른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대적인 바이올린에는 강철선이 걸려 있고 바이올린 목은 뒤로 젖혀져 밀도 높은 소리를 만들어내며, 활털의 탄력은 나사를 이용해 팽팽하게 만들 수 있다. 반면 모차르트 시대의 바이올린 줄은 양의 창자로 만들어진 거트현이었고 활 모양도 지금보다 더 구부러졌으며, 기준음 역시 지금보다 반음 정도 낮았다.

고악기 연주의 선구자들

아마도 모차르트가 살아 돌아와 현대의 콘서트홀에서 연주되는 자신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는다면 크게 놀랄 것이다. 더 크고 높은 소리, 더 자극적이고 강렬한 소리에 귀를 막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이런 문제에 주목한 음악가들이 있었으니, 20세기 중반 몇몇 음악가들은 17세기나 18세기의 음악작품들은 그 시대에 사용되었던 고악기로 연주해야 더욱 정확하게 그 작품의 본질을 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다.
1968년, 지휘자이자 첼리스트인 아르농쿠르는 독일의 레코드사를 통해 바흐의 미사 b단조를 고악기로 연주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바흐 생전에 사용했던 악기들과 그 당시 연주 관습에 따라 새롭게 해석했고, 이후 ‘아르농쿠르’라는 이름은 곧바로 ‘고음악 연주’의 대명사가 되었다. 또한 존 엘리어트 가디너가 이끄는 혁명과 낭만의 오케스트라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고악기 연주로 녹음해 돌풍을 일으켰고,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파비오 비온디와 그가 이끄는 ‘에우로파갈란테’가 비발디의 <사계>를 활기찬 고악기 연주로 선보이며 큰 인기를 모았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사랑받아온 류트와 하프시코드

이처럼 바이올린이나 첼로, 피아노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악기들을 개량되지 않은 상태로 연주하는 고악기 연주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되고 오늘날 거의 연주되지 않는 옛 악기들을 발굴해 연주하는 경우도 있다. 류트와 하프시코드 연주가 대표적이다.
그중 류트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발명된 악기로, 기타와 비슷한 듯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겼다. 류트는 특히 르네상스 시대의 최고 인기 악기로, 오늘날 어린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피아노를 배우듯 르네상스 시대에는 류트를 배웠다고 한다. 류트는 작은 계란형의 몸통과 프렛(손가락을 짚는 지판에 표시된 구분선)이 붙은 긴 목으로 이루어졌고, 그 종류도 다양해서 작은 크기의 류트뿐 아니라 ‘테오르보’라 불리는 큰 류트도 있다. 간혹 고악기 오케스트라의 공연에서 커다란 테오르보를 볼 수 있다.
하프시코드는 15세기 초반에 발명되었으니 류트만큼 오래된 악기는 아니지만, 이 악기 역시 일반적인 음악회에서는 보기 힘들다. 피아노 가 인기를 얻기 전까지 보편적으로 연주되었던 건반악기인 하프시 코드는 ‘쳄발로’나 ‘클라브생’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맑고 섬세한 울림은 귀족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실제로 이 악기는 귀족들의 저택에서 연주되었던 ‘귀족의 악기’였고, 그 귀족적인 이미지 때문에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을 때 혁명군들은 하프시코드를 불태웠다고 한다. 이후 피아노가 중산층의 사랑을 받으면서 하프시코드는 인기를 잃어갔지만, 오늘날 고악기 연주회에서 하프시코드는 매우 중요하며 음악 애호가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글 최은규_ 서울대 음악대학 및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전당, 부천필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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