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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전시 <마리 로랑생전-색채의 황홀>과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 독창적 세계로 자신을 증명하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일은 예술가에게 주어진 사명이자 숙명이다. 예술에 있어서 ‘독창성’은 그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길을 가야 하는 예술가의 삶은 외롭고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인생을 산화시켜 만든 작품들은 세기에 걸쳐 명작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낭만주의의 끝자락, 당대 남성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이자 여류 예술가로서 독창적인 색채의 그림을 선보인 화가 마리 로랑생, 그리고 20세기 중반의 모더니즘 시대, 조각계에 한 획을 그은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유독 추운 올겨울 국내 관람객을 찾아왔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마리 로랑생 <세 명의 젊은 여인들>, 캔버스에 유채, 1953.

벨 에포크 시대의 뮤즈

<마리 로랑생전-색채의 황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017. 12. 9~3. 11

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인 20세기 초까지, 평화와 번영이 지속된 벨 에포크 시대. 마르크 샤갈에 비견되는 몽환적인 색채로 파리의 여성들을 담아내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완성한 여성화가 마리 로랑생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몽마르트의 뮤즈’이자 아이콘이었다. 입체파와 야수파가 주류였던 100여 년 전의 유럽 화단, 예술마저 남성 위주의 전유물이었던 시대에 그의 화풍은 더욱 빛났다.
천재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연인으로 그의 시 <미라보 다리>의 주인공으로도 알려진 로랑생은 1, 2차 세계대전의 풍랑 속에서 영화나 연극의 주인공보다 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여성화가가 드물던 당시 마리 로랑생은 미술 교육기관인 아카데미 앙베르에서 입체파의 창시자로 불리는 조르주 브라크에게 재능을 인정받으며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이후 파블로 피카소의 작업실이자 세계 곳곳에서 파리로 몰려든 젊은 예술가들의 아지트이기도 했던 ‘세탁선’을 드나들며 기욤 아폴리네르, 막스 자코브, 앙리 루소 등과 어울리는 한편, 본격적으로 작품 세계를 일궈 ‘입체파의 소녀’로 불린다. 연인 아폴리네르와 헤어진 후 독일인 남작과 결혼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 발발로 파국을 맞이한 그는 이후의 생을 예술에 바친다. 1920년대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초상화가로서 명성을 떨쳤던 그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인 70대에 이르러서도 시집을 출간하고 그림을 그렸다. 황홀한 파스텔 톤에 윤곽을 뭉뚱그린 듯한 그의 화풍은 세상의 고통을 감싸 안으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을 받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명작가였던 20대부터 73세의 나이로 죽기 전까지 그린 유화 70여 점과 석판화, 수채화, 사진과 일러스트 등 주요 작품 16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2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 전시장 전경.

세계 조각사에 한 획을 긋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2017. 12. 21~4. 15

앙상한 뼈대만 남은 인체 조각상. 188cm 높이의 이 조각상을 멀리서 보면 마치 기아에 허덕이고 굶주린 듯한 사람의 형상처럼 보인다. 칼바람이 스치면서 남아 있는 온기마저도 잃어버린 듯한 마른 걸음이 냉랭한 우리의 일상을 대변한다. 20세기 미술의 상징이 된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이다. 세계대전의 화마를 지켜보며 극한에 놓인 인간의 고독을 형상화했다는 이 작품은 지금도 우리가 여전히 자코메티의 작품을 보아야 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세파에 쓸려 금방이라도 부스러질 것 같은 형체이지만 그럼에도 앞을 향해 걸어 나가야만 하는 인간의 고된 운명을 표현한 이 조각은 그 눈빛이 공허하기까지 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20세기를 상징하는 예술가이자 조각가로 현대미술과 철학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예술가 중의 예술가’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모더니즘 정신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남겼다. 현대미술사에서 그의 작품 하나하나는 불후의 명작으로 유명하다. 생명의 핵심을 인간의 ‘시선’이라고 생각한 자코메티는 두상 작업에 평생을 바쳤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초기부터 말기에 이르는 작품 120여 점을 선보인다. 고향 스위스 스탐파에 있는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시작해 프랑스 파리에서 보낸 1960년대 생의 마지막 시기까지 예술적 성취 과정을 모두 보여준다. 특히 이번 서울 전시에서는 직전에 열렸던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과 중국 상하이 유즈미술관의 전시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대표작 <걸어가는 사람>의 석고 원본이 특별히 아시아 최초로 전시된다. 또 그가 죽기 직전 만든 <로타르 좌상> 및 <디에고 상>, <아네트 상> 등 주요 작품들도 선보인다. 조각 외에도 마지막 페인팅 작품인 <자크 뒤팡의 초상화>를 포함한 인물 드로잉, 페인팅, 사진, 원고 및 기타 보관 자료가 함께 전시된다.

글 박지현_ 파이낸셜뉴스 기자
사진 제공 예술의전당, 코바나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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