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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와 <닥터 지바고> 무대 위에 펼쳐지는 러시아 문학의 향연
사상가이자 철학자, 심지어는 예언자의 역할을 했던 러시아의 문인 대다수가 방대한 분량과 숱한 등장인물, 심오한 주제로 전 세계 독자를 고통스럽게 한다. 다행히 친절한 무대 예술가들은 고전을 손수 잘게 다지고 먹기 좋게 익혀 무대에 올려놓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1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 <안나 카레니나>, 이달 말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닥터 지바고>는 당대 러시아인의 삶과 고뇌를 진하게 녹여낸 수작들이다. 음악과 춤, 의상과 무대장치까지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한 뮤지컬 장르의 장점까지 더해 좀 더 쉽고 유쾌하게 러시아 고전에 빠져볼 기회를 제공한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안나의 내면에 집중하다

<안나 카레니나> 1. 10~2. 25,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예술작품으로서 완전무결하다.”(도스토옙스키)
“세계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사회 소설이다.”(토마스 만)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쏟아진 찬사다. 안나 카레니나라는 상류층 여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결혼, 가족 등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와 사랑, 욕망 등 인간의 내면을 통찰하는 이 소설은 지금까지 영화는 물론 발레와 오페라,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져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러시아의 유명 뮤지컬 프로덕션인 ‘모스크바 오페레타 시어터’의 대표작으로 세계 초연하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사랑과 가정 사이에서 고뇌하는 안나의 내면에 집중한다. 연상의 남편 카레닌과 사랑 없는 결혼을 하고 꿈과 욕망을 숨긴 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귀부인으로 살아가는 안나는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사랑하는 아들마저 남겨둔 채 가정을 떠난다. 그러나 사랑이 인생의 전부가 된 안나는 브론스키에게 집착하고 그의 사랑이 식었다는 착각 속에 고통받는다. 운명의 열차는 안나를 지옥까지 몰고 간다. 결국 브론스키와의 다툼으로 유리장같이 약해진 영혼에 상처를 입은 안나가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하며 막을 내린다.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안나가 브론스키를 처음 만나고 훗날 죽음을 맞이하는 기차역을 비롯해, 소설 속에 생생하게 묘사된 장면들을 얼마나 완성도 높은 무대 문법으로 풀어냈느냐다. 이번 프로덕션에서는 초대형 LED 스크린을 장착한 무대 구조물을 활용해 기차역과 무도회장, 농장, 오페라 극장으로 순식간에 장면을 전환하는 한편, 마지막 장면에는 2.5m 규모의 대형 기차 세트를 등장시켜 소설 속 장면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러시아 현지에서 공수해온 200여 벌의 의상과 소품도 특별한 볼거리다.
비비안 리부터 소피 마르소, 키이라 나이틀리 등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거쳐간 ‘안나’ 역할인 만큼 국내 무대에서도 최고의 여배우들이 안나로 분한다. 정선아가 ‘불꽃같이 생동하는 안나’라면 옥주현은 ‘우아함 뒤에 슬픔을 간직한 안나’다. 브론스키 역에는 이지훈과 민우혁이 더블 캐스팅됐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2 뮤지컬 <닥터 지바고> 2012년 초연 당시 무대 모습.

소설로 쓴 시, 6년 만에 돌아오다

<닥터 지바고> 2. 27~5. 7, 샤롯데씨어터

소비에트 리얼리즘 문학이 주류였던 20세기, 러시아 문학의 이단아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소설 <닥터 지바고>는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을 배경으로 의사이자 시인인 유리 지바고의 사랑과 열정을 담은 로맨스 대서사극이다. 본래 20세기 초 러시아인들의 삶과 격동의 사회상을 다루는 대하소설이지만 뮤지컬 <닥터 지바고>는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남녀, 지바고와 라라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 집중했다.
이 작품의 백미는 파스테르나크의 시적 분신인 지바고가 남긴 유고시를 바탕으로 탄생한 넘버들이다. 러시아 문학 전문가이자 서평가인 이현우 씨(필명 로쟈)는 <닥터 지바고>가 ‘소설로 쓴 시’이며 지바고는 소설 속 주인공이라기보다 파스테르나크의 서정적 분신이라고 해석하는데, 이 관점에서 소설 끄트머리 부록처럼 더해진 지바고의 유작시들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작2곡가 루시 사이먼은 유작시에 아름다운 선율을 덧입혀 시대적 혼란, 지바고와 라라의 애절한 사랑을 유려하게 풀어낸다.
6년 만에 돌아온 이번 작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무대다. 2012년 초연 당시, 광활한 러시아 대륙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를 4.4도 경사로 기울이고 기하학적 무늬의 패턴으로 장식했는데, 무대의 한계를 뛰어넘어 원근감을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240여 벌의 의상, 30여 명의 등장인물을 비추는 450여 대의 고정 조명, 80여 대의 LED 장치, 72대의 무빙라이트, 작품의 대미인 설원을 장식하기 위해 설치된 20대의 스노 머신까지 ‘블록버스터급 뮤지컬’에 맞는 무대장치와 소품으로 화제를 모은다.
초연 당시 홍광호, 조승우 등이 분했던 주인공 ‘닥터 지바고’는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관록을 자랑하는 배우 류정한과 박은태가 맡았다. 또 지바고의 뮤즈이자 강인한 여성 라라 역에는 조정은과 전미도가 열연한다.

글 서은영_ 서울경제신문 기자
사진 제공 서경스타, 오디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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