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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공예작가 이문혁 레진의 ‘색’다른 변신
이문혁 작가는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이라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인해 유도선수의 꿈을 접고 뒤늦게 공예작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색약이라는 약점 또한 극복하고 레진을 소재로 독창적인 색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예술가의 밥그릇 관련 이미지1, 2 <Resin Desk Services_1>, 레진, 느티, 80x190x30,200x200x30mm, 2017. 윤정무 작가와 공동으로 제작한 작품.
3 <틀>, 메이플벌, 마파벌, 음핑고, 레진, 월넛, 30x100x190, 30x250x130, 30x100x190mm, 2016.
4 <틈>, 레진, 느티, 300x300x480mm, 2016.
5 이문혁 작가.

공예작가가 되기까지

지금 이렇게 작업할 수 있기까지 평탄하지 않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예술을 전공하고 예술 분야에서 활동할 줄은 몰랐다. 어렸을 때부터 유도를 하다가 부상을 당해 운동선수라는 꿈을 접었다. 좌절감과 상실감이 컸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앞으로의 진로를 생각해보았고 문득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 종이접기 책을 사 종이를 접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 후로 프라모델 등을 만드는 게 취미가 됐다. 공예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현실의 대학 입시는 만만치 않았다. 공예과에 진학하려면 미대 입시학원을 다녀야 했고 수능이라는 벽도 있었다. 운동만 했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보다 기초가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학원과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입시 준비를 했고 재수를 해 공예과에 진학했다.
재수를 할 때 알게 된 나의 또 하나의 특이점은 색약이라는 것이었다. 미술학원에서의 일들이 그제야 이해가 갔다. 남들과 조금 다르게 색을 봤고 남들에게는 강렬한 색이 나에겐 그다지 강렬해 보이지 않았다. 색약이라는 사실이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현재는 작업에 있어 약점이 아닌 장점이 되고 있다.

레진의 무한 매력

대학 때 목공예와 금속공예를 전공했는데, 졸업 전시 준비를 하며 이 두 가지 외에 ‘레진’이라는 재료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더 알아보고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 3, 4학년 때는 레진에 대한 기초 지식도 별로 없고 계획 없이 사용해 실패를 많이 했다. 하지만 실패했던 경험이 쌓여 지금은 소중한 나의 데이터가 되었다. 새로운 작업을 할 때 바로 성공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때문에 항상 테스트를 해보고 신중하게 제작에 들어간다.
합성수지인 레진은 현대 산업에서 다방면에 사용되며 혁신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레진은 예술에서도 많이 사용되므로 연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레진은 국내보다는 해외 작가들이 선호한다. 최근 들어 레진을 사용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작가들이 많이 생겨 서로의 작업을 공유하며 배우고 싶다.
액체인 레진은 경화제를 섞은 후 시간이 지나면 고체로 변한다. 주로 투명레진을 사용하여 내가 표현하고 싶은 색을 만든다. 원목의 색상은 한정적이다. 흔히 알고 있는 것보다 의외로 색이 많긴 하지만 비슷한 계열이고, 강렬한 색은 없다. 그래서 레진과 원목을 사용할 때는 일부러 원목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질적인 색상을 많이 쓴다. 이런 이질적인 색상이 눈에 들어오고 좋아하게 된 데는 색약이 한몫했다.
매일 레진의 색을 조색하며 새로운 색을 발견한다. 색상표를 만들면 같은 색을 편하게 뽑아낼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양을 제작해놓고 작품을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목재의 면적과 깎인면의 빛 투과율 때문에 같은 색이 나오지 않는다. 목재소에서 버려지는 폐목재를 활용하기에 같은 모양이 없다. 때문에 가공 후의 모습도 최종 가공을 해봐야 알 수 있다. 그게 이 작업의 매력인 것 같다. 그래서 계속 연구하고 시도하며 물성을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도전하고 노력하는 작가로서의 삶

요즘 제일 큰 관심사는 ‘재료의 융합’이다. 현재는 레진을 목재와 금속에 주로 사용하지만 다른 재료와도 결합해보고 싶다. 목공예를 전공한 윤정무 작가와 공동으로 가구를 제작해 전시하기도 했다.
앞으로 다른 작가들과도 협업해보고 싶다. 색상에 대한 영감은 주로 전시와 영화에서 얻는다. 내가 느낀 시각적 색상을 사진을 찍어 간직한다. 전시나 영화뿐만 아니라 쇼핑을 하며, 혹은 길을 걷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나 사물이 생기면 사진을 찍어둔다.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나가서 한숨 돌리고 에너지를 얻는다.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나는 작업을 할 때만큼은 힘든 일도 잊고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냥 이렇게 무언가를 만드는 것 자체가 좋다.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작업을 해나가며 더 열심히 작가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싶다.

글·사진 이문혁_ 색약이라는 핸디캡을 독특한 색감의 작품으로 승화시킨 청년공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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