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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삶을 바꾸는 예술의 힘 우리는 왜 생활예술을 논하는가?
우리나라의 문화정책은 1984년 수립된 ‘지방문화중흥 5개년 계획’ 이래 문화복지적 입장을 강하게 보여왔다. 이는 문화시설을 확충하여 국민들의 문화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지방자치제가 본격화되면서 문화공간 확충은 지역문화정책의 우선순위를 점하였고, 문화기반시설 건립이 경쟁적으로 가속화되었다. 이와 같은 전략의 근저에는 예술에 대한 접근 기회를 일반 대중에게 확대하면 대중의 문화소비가 증가하고, 이는 자연히 문화적 평등에 기여할 것이라는 논리가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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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예술은 생존을 위한 삶의 기술

안타깝게도 문화시설 확충이 문화향유 증대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었다. 2000년대 이후 서울의 문화시설은 2배 이상 증가하였지만, 서울시민의 예술관람률은 매우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서베이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연평균 공연관람 횟수는 2007년 0.43회에서 2014년 0.48회로 증가율이 매우 미미하며, 동 기간 미술관람은 0.4회에서 0.2회로 오히려 감소하였다. 서울시민의 문화환경 만족도 역시 2011년 6.02점에서 2015년 5.63점으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이다.
문화시설 확충과 전문예술 중심의 예술정책이 시민의 문화향유 수준을 높이지 못한다는 사실은 미국이나 영국 등 소위 문화선진국들에서도 동일하게 증명되었다. 이에 우리나라 문화정책은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하였으며, 그 결실이 ‘지역문화진흥법’이다. 이 법은 생활문화 진흥을 강조하는데, 이는 시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예술 활동을 경험하고 내재화할 수 있어야만 문화역량 강화와 문화의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뒷받침된 것이다. 시민이 일상생활에서 수행하는 자발적 예술 활동을 우리는 생활예술이라 부른다.
그런데 우리에게 왜 생활예술이 필요한가? 우선,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예술적 체험은 창조성과 자율성을 고양하고 삶에 대한 자기결정력을 높임으로써 현대사회 구성원들이 노출되어 있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이겨내게 하고 행복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OECD 국가 중 행복지수 최하위권, 자살률 1위 등의 지표는 우리 국민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같은 시기에 예술의 순기능은 매우 소중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예술 관람과 같은 수동적 형태보다 예술 참여와 같은 직접적 형태의 예술 행위를 수행하는 사람의 행복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1)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생활예술의 영향력은 개인적 차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소통과 관계 회복에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예술은 인류가 전 역사에 걸쳐 자신을 표현하고 이해시키며 타인(타문화)과 소통하기 위해 발전시켜온 고도화된 방식이자 기술이다. 오죽하면 레이몬드 윌리엄스가 예술을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라고 하였겠는가. 예술을 매개로 지역주민들과 접하고 교류하는 가운데 공동체가 회복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이때의 공동체는 구성원을 하나의 규율로 억압하고 외부를 배척하는 배타적 결속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 상호신뢰와 사회적 참여 같은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는 공동체를 말한다. 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원봉사와 같은 사회공헌 활동 참여가 가장 활발하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증명된 바 있다. 지나친 경쟁으로 파편화되어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생활예술은 ‘생존을 위한 삶의 기술’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된다.

생활예술을 활성화하려면

한편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예술을 경험하는 생활예술을 정책적으로 장려하는 것이 전문예술 지원정책과 배치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생활예술의 활성화는 전문예술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가꾸고 저변을 확대하는 밑거름이 되어 예술생태계 선순환(창작·매개·수용)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생활예술 활성화를 통해 문화예술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수요가 확산되면 전문예술인과 생활예술인들 간에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생활예술 동아리들은 전문예술에 대한 학습과 소비 욕구가 높다. 이는 결국 전문예술인의 활동의 장이 확대되는 효과를 낳는다. 또한 전문예술인과의 연계는 생활예술 활동의 성장을 이끌게 되므로, 전문예술과 생활예술 간에 상생관계가 형성된다. 이때 비로소 문화시설 확충만으로는 이끌어낼 수 없었던 시민의 문화적 삶이 구현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활예술을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까? 생활예술의 모든 긍정적 효과와 가치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 영역에서 ‘개인의 기호에 따라’ 이루어지는 활동들에 대한 공공의 지원은 자칫 재원 낭비의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생활예술 활동(동아리)에 대한 직접지원이 오히려 그들의 자생성을 해치는 부작용도 흔히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생활예술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없다면, 문화자본의 양극화는 자명한 결과가 될 것이다. 생활예술 활성화를 위해 공공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까? 필자는 생활예술 활동 환경 조성 및 그에 대한 접근성 제고 등 간접지원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개인이나 동아리, 단체가 생활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발굴하고, 교류나 공헌 활동에 관심이 있는 생활예술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생활예술이 뿌리를 뻗고 잎을 내어 꽃을 피울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일상생활의 변화는 매우 더디게 찾아온다. 그러나 그 결과는 지극히 아름다울 것이다.

1) 이명우·홍윤미·윤기웅, 2016, “여가활동이 국민 행복에 미치는 영향: 여가만족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문화정책논총>, 30(2), pp.266~289.

글 백선혜_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지리학 박사
그림 이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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