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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책 <윤동주 평전>과 <백석 평전> 역사 속에서 ‘시인으로서’ 삶
이 땅의 문학사에 영원한 청년으로 남은 이름들이 있다. 김소월, 이상, 백석, 윤동주…. 시대의 한계와 씨름했고, 덜 갖추어진 모국어의 미래를 열었고, 마침내는 시와 자신의 운명을 맞바꾼 이들이다.

올해는 윤동주가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시인은 1945년 2월 16일 복강형무소에서 옥사했다. 오는 8월 15일은 윤동주의 72주기인 동시에 이 나라가 해방을 맞은 지 72년이 지나고 맞는 광복절이기도 하다. 일제강점이 초래한 문화사회적, 정치적 문제들은 여전히 현대사의 과제로 남아 있다. “도둑처럼 찾아온”(고은) 해방의 기조차 호흡해보지 못하고, ‘청년’ 시인은 내지(內地) 일본의 옥사에서 숨을 거두었다.
저 만주라는 공간을 떠올리자면, 역시 만주에서 일제강점기 1940년 대의 총동원 체제를 피해 붓을 꺾었던 시인 백석이 곁따른다. 강압적인 지배와 정치의 이데올로기를 동원해도 획일화하고 균질화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면, 그것은 언어를 매개로 삶과 꿈을 ‘직접’ 그려 보이는 시의 자리일 것이다. 8월을 맞아, 저 일제강점기를 치열하게 건너며 문학사에 풍요로운 의장을 선물한 동시에 깊이를 더한 두 시인의 삶을 되새기는 책들을 펼쳐본다.

역사와 시의 만남, ‘온몸으로 읽어낸’ 시인의 삶

<윤동주 평전> 송우혜 지음, 서정시학

윤동주의 삶을 온전한 모습으로 그려 세상에 내보인 이는 역사학자이자 소설가인 송우혜다. 1988년 초판이 발행되며 문학사는 물론 역사와 정치사에서 쉬이 지나칠 수 없는 역저로 손꼽혀왔다. 이 책은 저 만주와 간도에서부터 일본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발로 뛰며 엮어낸 인물들의 지도가 생생하게 살아 꿈틀대는 문체로 가득하다. 송우혜는 역사학자의 바지런함으로 1998년, 2004년, 2014년 개정판을 발간했다. 저자는 사실 관계를 바로잡고 해석의 오류를 자료를 통해 보충하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윤동주의 삶이 담긴 책’을 되 살려왔다.
이 책은 사건과 사실을 꼼꼼하게 직조하는 세밀함에 더해 해석과 판단을 조심스레 펼쳐 보이는 진중함을 미덕으로 지닌다. 송우혜는 윤동주의 삶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쌍생아’와 같은 운명을 걸어간 송몽규라는 인물을 원형에 가깝게 고구해냈다. 시대의 격랑이 두 소년 문사의 앞날에 가져오는 변화의 향방을 가늠하며 큰 그림과 작은 그림을 넘나드는 시야는 직관적인 동시에 엄밀해서, 마치 비사(?史)의 한 폭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들 정도다. 책의 말미에는 윤동주, 송몽규와 함께 복강형무소에 투옥되어 6개월간 고초를 치르다 풀려난 ‘고희욱’이라는 이름을 발견한 저자가 그를 찾는 과정이 생생하다.
저자는 역사의 큰 줄거리 속에 자취조차 남기지 못하고 스러져간 선인들의 이름들을 다사로운 시선으로 행간에 보듬는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운명과 우연, 씨줄과 날줄이 한 시인의 운명의 지도를 만들어가는 우연의 필연! 일제강점기를 살아간 저 청년들이 과연 운명을 시와 맞바꾼 ‘순수’ ‘유미주의자’에 그치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은 송우혜가 온몸으로 읽어낸 시인의 삶 앞에서 쉬이 무력해진다. 시인의 삶, 그 잉크와 피의 무게를 새삼스레 헤아려본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

역사의 씨줄을 거슬러 시인이 시인에게 바치는 헌사

<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다산책방

시인 안도현은 2017년 5월 오랜 절필을 깨고, 다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안도현은 무잡한 시대를 건너는 방식으로 오래전 선배 시인들이 택한 방식 그대로 붓을 꺾고 5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시인이 숨죽이며 분노하던 그 시간의 틈바구니에서 펴낸 책이 바로 <백석 평전>이다. 윤동주가 백석에게 그러했듯, 안도현은 스스로 오랜 시간 백석의 ‘팬’을 자처해왔다. 송우혜의 평전이 역사가인 자 신의 사명감과 문화적인 감식안을 투과해서 윤동주라는 인물상을 재구했다면, 안도현의 평전은 시인인 자신의 언어의 뿌리를 찾아가는 초발심으로 백석의 시대를 되살려내는 작업을 감행한다.
백석은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났다. 1930년대 중반 경성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첫 시집 <사슴>을 내기까지의 짧은 경성 생활을 제외하자면, 백석의 삶은 주로 평안도나 함경도, 나아가 만주 등지의 ‘북방’에 머문다. 안도현은 백석의 삶을 지도 위에 펼치며 촘촘한 보폭으로 낱낱이 훑어간다. 한국전쟁 이후 백석은 북한에서 문학활동을 이어가다가 1962년 강제로 절필을 당한다. 백석은 1996년 숨을 거둔다. 안도현은 애정 어린 노력으로 백석 문학의 후반기를 복원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 시인의 애정과 고투만으로는 넘기 힘든 시공간의 간극이 여전히 책의 행간 곳곳에 도사린다. 안도현은 시인 특유의 웅숭깊은 시야로 결락 지점을 메우며 백석의 삶과 문학을 재 해석한다. 즉물적인 이북 방언들이 노니는 백석의 시편들을 꼼꼼하게 해석하고, 사실관계와 내밀한 사연을 덧붙이는 시인의 필력이 돋보인다. 인간 백석 읽기를 통해 고단한 시대의 거울상을 엮어낸 시인의 고투가 아련하다.

글 신동옥_ 시인. 2001년 <시와반시>로 등단했으며 시집 <악공, 아나키스트 기타>, <웃고 춤추고 여름하라>, <고래가 되는 꿈>, 산문집 <서정적 게으름>을 펴냈다. 2010년 윤동주상 젊은작가상, 2016년 제16회 노작문학상 수상.
사진 제공 서정시학,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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