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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전시 <아시아 디바: 진심을 그대에게>와 <시티 코르타니아>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여기, 조작된 기억과 엉뚱한 상상이 만들어낸 두 개의 세계가 있다. 가짜가 된 진짜와 진짜 같은 가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아시아 디바: 진심을 그대에게>가 현대사의 낭만적 환영에 가려졌던 여성과 타자들의 목소리로 제국의 벽을 허문다면, 아카이브 봄의 <시티 코르타니아>는 현실의 복제를 통해 가상의 고대 문명 도시를 건설한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 1, 2 <아시아 디바: 진심을 그대에게>.

감각의 제국

<아시아 디바: 진심을 그대에게> 7. 14~10. 9,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TV에서 다루는 60~70년대는 낭만의 시대다. 통기타와 나팔바지, 쎄씨봉, 그리고 고고 클럽. 달나라 여행마저 현실이 된 이 환상의 세계는 그야말로 모험과 신비로 가득하다. 아폴로 11호가 실은 냉전 이데올리기의 산물이며, 패셔너블해 보이는 히피 문화가 베트남전쟁과 체제에 반대하는 저항 정신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 따위엔 별로 관심이 없다. 과거에 대한 향수가 만들어낸 왜곡된 기억 탓이 아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아시아 디바: 진심을 그대에게>는 60~70년대라는 이 추억 속 놀이동산의 관계자들을 현재로 소환한다. 냉전 이데올로기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정치·문화적 상황이 갓 식민지에서 벗어난 한국, 그리고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현지화되어갔는지, 후기 식민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본 전시는 독재정권하에서 ‘퇴폐’로 낙인 찍힌 하위 문화와 소외당한 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한다.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가 울려 퍼지는 전시장은 반세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린다. 패션 1번지 명동을 기록한 임응식의 사진, 김추자의 그 시절 의상과 음반이 전시된 공간을 지나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종군기자로서 베트남전쟁을 기록한 최경자의 그림과 유순미의 다큐멘터리 영상 <씻김: 죽은 자와의 대화>는 잊혀가던 전쟁의 참상을 환원한다. 응녹 나우는 모신을 숭배하는 베트남의 무속신앙 ‘렌동’을 통해 가부장적 권위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여성들의 열망을 보여준다. 지난 5월부터 베를린 ‘세계 문화의 집’에서 열리고 있는 후기 식민주의와 연관된 또 다른 전시 <2 or 3 Tigers>의 참여 작가인 박찬경과 제인 진 카이젠의 작품도 볼 수 있다.
<Asian Diva: Muse and The Monster>라는 영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전시의 화자는 이 땅의 모든 여성이다. 국위 선양에 앞장선 톱스타인 동시에 남성의 권위에 도전하는 위험한 여성이기도 했던 섹시한 디바는 한국 사회의 양가적 시선에 따라 여신으로 추앙받거나 괴물로 매도당했다. 기지촌 미군 위안부, 전쟁으로 고통받은 베트남 여성, 성소수자, 무속인, 그리고 강제 이주된 고려인 모두 주류에서 벗어난 약자들이다. 이러한 대상화는 서구 중심의 미술계 속의 아시아 미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전시 티저 영상을 맡은 노재운의 몽환적인 비디오 아트는 60년대에 유행했던 사이키델릭 장르를 차용한다. 그리스어로 각각 ‘정신’과 ‘눈으로 보이는’이라는 뜻을 지닌 ‘Psyche’와 ‘D’elsos’를 결합한 사이키델릭(Psychedelic)은 일시적이고 강렬한 환각적 도취 상태를 말한다. 이는 식민지 시대와 전쟁의 상흔을 외면한 채 고속 성장의 번쩍이는 유혹에 취해 정신없이 달려온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기도 하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 3 <시티 코르타니아>.

복제된 도시

스튜디오 씨오엠 <시티 코르타니아> 7. 14~8. 4, 아카이브 봄

효창동의 낡은 건물을 개조한 아카이브 봄은 젊고 가능성 있는 작가들의 개인전이 열리는 독특한 전시 공간이다. 방의 골조가 드러나고 화장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이곳은 2층과 3층의 전시장과 1층 카페, 그리고 곧 오픈을 앞둔 지하의 고밑애 키친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 전시 오프닝 날이면 맥주 파티가 벌어지고, 작품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든 음식이 준비된다. 이번 전시 주자는 김세중, 한주원으로 구성된 디자이너 듀오 씨오엠이다.
무대미술과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이들은 컴퓨터 목공을 기반으로 한 공간디자인 및 가구디자인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스튜디오 씨오엠을 주제로 전시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복적인 직선의 배열과 독창적인 커팅 방식이 돋보이는 이들의 디자인은 지극히 모던해 보이지만 그 작업의 내막은 다양한 건축 사조와 이에 대한 주관적 견해의 혼합체다. 실제로 존재하는 서울의 어느 빌딩 외관을 거의 그대로 본떠 만든 책장도 있다. 아카이브 봄 1층 카페에 놓인 도록 수납장이 바로 그것이다. 시대 미상, 국적 불명. 씨오엠은 마치 미지의 도시를 설계하듯 공간을 다룬다.
<시티 코르타니아> 전의 코르타니아는 두 작가의 머릿속에서 탄생한 가상의 도시다. 전시 기획자에 따르면 코르타니아는 ‘발췌’라는 의미의 라틴어 콜렉타네아(Collectanea)에서 변형된 일종의 사투리다. “이 도시는 해안가에 세워졌으며 때문에 고대 도시국가 때부터 적을 감시해온 첨탑이 선조들의 유산으로 남겨졌다.” 전시는 왕좌를 연상시키는 ‘원형 안락 의자’, 피사의 사탑처럼 비스듬히 세워진 ‘기울어진 행거’, 중세 성당의 첨탑과도 같은 ‘둘을 위한 책상’ 등의 목재 가구들로 하나의 도시를 형성한다. 옥외엔 ‘트로피’라는 이름의 스툴이 도시를 수호하듯 우뚝 서 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이다.
아카이브 봄 특유의 거친 공간은 이 작품들을 사라진 문명 도시의 유물처럼 신비롭게 만든다. 바닷바람에 실려온 체리나무 꽃향기를 맡으며 산책과 사색을 즐기던 어느 코르타니아인을 한 번 떠올려보라. 그는 이곳에서 어떤 꿈을 꿨을까? 전시를 관람하는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상상에 있다. 아직 휴가를 가지 못했다면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씨오엠의 고대 도시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이미혜_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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