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서울문화재단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검색 창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ASSOCIATED

8월호

‘제17회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수상한 작가 오민 불안과 통제의 공존에 대하여
지난 3월 ‘제17회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을 수상한 오민 작가는 음악, 무용, 시각예술에 걸친 관심사를 ‘융복합’으로 풀어내고 있다. ‘간결한 제스처나 반복적인 패턴, 절제된 표현의 정교한 결합이 성스러운 의식처럼, 가벼운 유희처럼 펼쳐지는’ 그의 작품은 미술계 권위 있는 전문가들의 지지를 얻었다.

사람과 사람 관련 이미지

현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작업하고 있는 오민 작가가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수상 이후 국내 전시에 참여했다. 오는 9월 3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되는 기획전 <무빙 / 이미지>에 참여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이 전시는 최근 아트선재센터 부관장으로 선임된 독립 큐레이터 김해주 씨가 지난해 문래예술공장에서 먼저 선보였던 동명의 전시 및 퍼포먼스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에 있다. 총 5개 국 11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오민 작가는 지난해 퍼포먼스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에는 영상작업을 소개한다.
오민 작가는 “음악과 무용은 원래 연결돼 있다”고 한다. 연주도 몸을 움직이는 것이고, 무용도 몸을 움직이면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미뉴에트가 음악의 형식이면서 무용의 형식이 되고, 굿거리 역시 음악과 무용이 장단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 움직임을 카메라로 기록하면 영상작업이 된다. 이들의 긴밀한 연결고리에 작가의 작업이 기반하고 있다.
그의 ‘스펙’은 화려하다. 서울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이후 동 대학 미술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며 진로를 틀었다. 미국 예일대 예술대학에서 그래픽디자인 석사를 마쳤고, 국내외 유명 작가 레지던시도 거쳤다. 2011~2012년 암스테르담 라익스아카데미, 2014년 금천예술공장, 2014~2015년 삼성문화재단 파리국제예술공동체(파리 시테)에 이어 올해 1~6월 뉴욕 두산 레지던시에서도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국내에서의 개인전은 내년 8월쯤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예정돼 있다.

사람과 사람 관련 이미지<마리나, 루카스, 그리고 나> (Marina, Lukas and Myself ) 2014 , video installation, 24 min 20 sec, 3채널 비디오, 6채널 오디오.

지난해 문래예술공장에 이어 올해 아르코미술관에서 <무빙 / 이미지> 두 번째 전시를 연다. 올해 보여준 작품에 대해 설명해달라.

지난해에는 퍼포먼스로 참여했는데 올해에는 비디오 작품을 소개한다. 이 작업은 세 가지 질문에서 출발했다. 먼저 ‘생각의 표정’이다. 2014년 만들었던 <마리나, 루카스, 그리고 나>(Marina, Lukas, and Myself)가 이러한 생각의 표정에서 출발했던 작품이다. 벨기에 무용가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Anne Teresa de Keersmaeker)의 렉처 ‘안무가의 악보’(Choreographer’s Score)를 DVD로 본 적이 있는데, 그가 렉처를 할 때와 공연을 할 때 표정이 같아 보였다. 공연하는 사람이 무언가를 기억해내는 표정을 한다거나, 생각을 하는 표정으로 춤출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지하게 된 순간이었다. 충동적으로 마음 가는 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연습을 통한 ‘인지’를 기반으로 나를 알아가고 끊임없이 ‘결정’해나가는, 그런 종류의 공연에 관심을 갖게 됐다. 또 그러한 표정은 관객들에게서도 나올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렇다면 ‘그 표정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가 첫 번째 질문이었다.
두 번째 질문은 ‘스코어’(악보)에 관한 것이다. 스코어가 어떤 형식을 갖고 있고 어떤 내용을 담을 수 있는가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졌다. 스코어는 단순히 저자와 공연자를 연결시켜주는 기능만 있는 게 아니라 저자 자신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간다거나, 공연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도 하고, 관객이 공연을 읽는 가이드가 되기도 한다.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개념적, 형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는 견지를 가지고 있다. 완결된 듯하지만 여전히 불안정함을 내재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것을 더 불안정한 형태로 ‘의도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질문했다.
세 번째는 공연에는 작곡가와 연주가, 혹은 안무가와 무용가 등 여러 역할들이 있는데, 이러한 경계가 불분명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작곡가가 지시문의 형태로 악보를 만들면 연주자는 작곡가가 예상치 못한 소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즉흥 공연자의 경우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관찰하며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공연자이면서 관람자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역할이 중복, 확장되는 것 뿐만 아니라 ‘하나의 공연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과 후, 인과관계를 뒤집어볼 수 없을까’ 생각했다. 이러한 세 가지 질문이 만나는 지점에서 이번 신작의 작업이 진행되었다.

사람과 사람 관련 이미지1, 2 <관객>(Audience) 2017, video installation, 6 min 53 sec, 싱글 채널 비디오, 4채널 오디오.

과거 인터뷰에서 “불안의 감각을 관찰한 작업”이라며 그 불안이란 “움직임의 동력”이 된다고 했다. 위와 같은 작업 역시 불안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나.

생각의 표정이라든가, 스코어, 그 역할과 과정 모든 것이 미완결이다. 결정되지 않은 요소가 불안의 감각을 만든다. 불안은 또한 집중력을 끌어온다. 불안과 집중력이 주는 긴장감, 나는 거기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

불안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긴장감에 작가만의 미적 감각이 있다는 건가.

꼭 나만이 추구하는 미적 요소는 아니다. 고전 예술에서는 ‘완성’된 스코어를 공연자에게 전달하면 공연자가 스코어를 충실하게 연구, 해석하여 연주했는데, 최근에는 ‘해석’의 여지가 훨씬 넓어졌다. 때로는 훈련되지 않은 공연자들과 공연을 하기도 하고, 완성되지 않은 느낌을 추구하기도 한다. 내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불안을 조성하는 가운데 또 다른 통제를 하는 것이다. 불안과 통제, 그 두 가지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다.

사람들은 흔히 예술가에게 감상적인 면, ‘즉흥성’을 기대하는데, 작가는 철저하게 계획적이고 매우 이성적인 것 같다. 작업 역시 그런 측면이 돋보인다.

나는 이성과 감성을 분리하지 않는다. 이성 안에도 지극히 아름다운 감각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의 황금비율이나 어떠한 반복적인 형태를 볼 때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일종의 힌트라고 생각한다. 마틴 크리드(Martin Creed)라는 영국 작가의 어느 인터뷰에서 질문자가 “왜 패턴은 만족스러운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그 말이 강렬하게 와 닿았다. 이후, 특정한 패턴과 계획된 구조가 주는 만족감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완벽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달할 수 없는 그것에 불안해하고, 불안을 잡기 위해 집중하고, 그 집중에서 긴장감을 느끼고, 그리고 거기에서 미적 지점을 찾는다.

오민 작가의 작품은 텍스트를 촘촘히 읽어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인지 ‘어렵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사람들은 서양의 고전음악을 들을 때 ‘음악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듣기에 아름답다’는 말을 많이 한다. 사실 고전음악은 굉장히 이성적이다. 라흐마니노프 소나타를 재료로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매우 친숙한 음악인데도 면밀히 분석하며 공부했을 때 피아노를 전공한 나도 그 구조를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구조에 매료되었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음악의 ‘표면’에서 감각적으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차원의 감상이 있지만, 구조를 파고들어갔을 때 즐길 수 있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작업에서 관객들이 (구조를 파고들어가듯) 그렇게 계속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싶다.

미술가가 되기 전, 그러니까 서울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던 음악학도 시절의 얘기를 해달라.

나는 어린 시절부터 아주 전형적인 음악교육을 받았다. 한국에서의 음악교육은 한 번 정해진 ‘트랙’에 들어가게 되면 질문의 여지없이 음악 하는 사람으로 결정지어진다. 나 또한 그런 시절을 보냈다. 그렇다고 평생 음악만을 위해 사는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았고, 그래서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다른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 외에 영상 보는 걸 매우 좋아했다.

특별히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있다면.

안무가 중에서는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를 좋아하고, 스티븐 라이히(Steve Recih, 미국 출신 미니멀리즘 현대음악의 대가)가 나의 ‘뮤즈’다. 최근에는 줄리아 울프(Julia Wolfe)라는 미국 작곡가에게 빠져 있다. 뉴욕에서 그의 콘서트를 본 적이 있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보통 ‘주제’ 위주로 듣고 또 생각하는데, 그의 음악은 특정한 주제가 아닌, 어떤 지나가는 장면 같은 것들을 모아놓은 인상을 받았다. 지금 나의 최대 관심사는 울프다.

해외에서 주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어쨌든 한국 작가니까, 한국의 미술계 상황에 대해 작가로서 이야기를 한다면.

어려운 질문이다. 한국 미술 상황의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볼 때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암스테르담에 비하면 한국은 굉장히 역동적이다. 미술관도 많고 보고 싶은 전시도 많다. 서울에 올 때마다 보고 싶은 전시를 다 보고 가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다만, 아직까지는 전시를 하거나 지원을 받을 때 작가들을 위해 여러 가지로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들이 있다. 특히 계약 내용과 기금 집행에 관련한 부분들인데, 여러 가지 논의를 통해 더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김아미_ 뉴스1 기자
사진 최성열
사진 제공 오민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