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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7월호

검정치마의 새 앨범 <TEAM BABY> 난 네 음악 듣는 게 제일 좋아
검정치마, 국카스텐, 혁오. 데뷔 앨범과 함께 갑자기 튀어나와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이들이다. 그중 국카스텐과 혁오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덕을 톡톡히 보며 거물급 스타가 됐고, 검정치마는 방송 출연 없이 조용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소식이 들리지 않아 궁금했던 검정치마가 최근 6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했다.

서정민의 썰 관련 이미지1 검정치마의 새 앨범 <TEAM BABY>.
2 검정치마 1집 <201 >.

나의 ‘강추’ 음악 리스트

“요즘 들을 만한 음악 뭐 있어요?”
대중음악 담당 기자를 오래 하다 보니 주변에서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묻는 사람이야 별 생각 없이 툭 던졌겠지만, 이것만큼 어려운 질문이 또 없다. 음악은 시쳇말로 ‘개취’(개인적 취향)이고, 그 사람의 평소 취향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추천해주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제 아무리 음원 차트를 휩쓸어도 내게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는 음악이 있는 것처럼, 내가 아무리 좋다 해도 남에게는 영 별로인 음악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보통 이런 질문에는 곧바로 대답하는 대신 “평소 즐겨듣는 음악이 뭔데요?” 하고 되묻는다.
그러던 내가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망설이거나 되묻지 않고 자신 있게 대답하던 시기가 있었다. 2008~2009년이 그랬고, 2014~2015년이 그랬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보다 뭐라고 대답했는지를 말하는 게 더 낫겠다. 묻는 사람이 누구든 그 시기에 ‘강추’한 건 딱 셋이었다. 검정치마, 국카스텐, 그리고 혁오.
2008년 말 검정치마라는 낯선 이름을 내건 음반을 듣고 깜짝 놀랐다. 너무 좋아서였다. 가사는 한국말인데 분위기는 미국 인디 팝 같았고, 어떤 곡은 국적을 가늠조차 하기 힘들었다. 이 엄청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데뷔 앨범을 당시 연재하던 한겨레21의 기명 칼럼에 소개했다. 거기에 조휴일의 1인 밴드 검정치마에 대해 이렇게 썼다.
“중학생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조휴일이 2004년 뉴욕에서 3인조 펑크 밴드로 시작한 게 발단이다. 밴드가 공중분해된 뒤로는 조휴일 혼자 활동해왔다. 재작년 한국에 들어와 홍대 앞 클럽에서 잠시 공연을 하다 국내 앨범 발매를 결심했다. 다시 태평양을 건넌 그는 미 전역을 떠돌며 공연과 녹음을 했고, 그 결과물을 고국에 선사한 것이다.” 방송 출연 한 번 없이 입소문을 타고 퍼진 그의 노래들은 음악깨나 듣는 이들 사이에선 제법 유명해졌다. 2009년 가을 음악축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서는 그의 무대를 보러 온 사람들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이 가득 차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2011년 2집을 발표했을 때는 언론들이 앞 다퉈 그를 인터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내심 흐뭇해하며 나도 그 인터뷰 행렬에 동참했다.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조휴일은 “제 데뷔 앨범을 언론매체에 가장 먼저 소개해준 기자님”이라며 고마워했다.
2009년 초 국카스텐의 데뷔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도 쾌재를 불렀다. 이렇게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록 음악을 이렇게 끝내주게 노래하고 연주하는 괴물들이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왔을까! 다만 가사와 음악 스타일이 좀 난해해서 검정치마에 비해 대중적으로 어필하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사람들에게 열심히 추천했다. 이런 밴드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미래는 없다는 생각까지 했다.
이후 한동안은 검정치마나 국카스텐처럼 갑자기 튀어나와 내 마음을 강렬하게 사로잡은 앨범을 좀처럼 만나지 못했다. 훌륭한 앨범들은 많았으나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권할 만한 앨범은 흔치 않았다. 그러다 2014년에 만난 게 혁오 데뷔 앨범이었다. 일단 음색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앨범 수록곡들 사이에 편차는 좀 있었지만, 목소리가 그 모든 걸 상쇄하고도 남았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밴드라 여기며 주변에 열심히 알렸다.
이후는 다들 아는 대로다. 국카스텐은 MBC <나는 가수다>와 <복면가왕>에 나오면서 전국구 스타가 됐다. 공연을 하면 다들 표를 못 구해서 안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혁오는 <무한도전>에서 정형돈과 함께 무도가요제 무대에 오르면서 어마무시한 화제를 모았다. 혁오가 지난 4월 발표한 앨범 <23 > 수록곡들은 최고 인기 아이돌 가수들이나 한다는 음원 차트 줄 세우기를 해냈다. 이젠 평범한 동네 술집에서도 혁오의 새 앨범 노래가 흐른다.

서정민의 썰 관련 이미지3 국카스텐 1집 <Guckkasten>.
4 2015년 혁오 단독 콘서트 포스터.

돌아온 검정치마

국카스텐과 혁오가 전국구 록 스타가 되어 이름을 만방에 떨치는 걸 보며 내심 검정치마가 궁금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2011년 2집 발표 이후 간간이 디지털 싱글만 내놓았을 뿐, 앨범 소식은 도통 들리지 않았다. 그랬던 검정치마가 드디어 돌아왔다. 지난 5월 30일, 무려 6년 만의 새 앨범 를 발표한 것이다. 그동안 조용히 묻혀 지내며 칼을 엄청나게 갈았나 보다. 이 앨범만 해도 수록된 10곡이 다 너무 좋아 죽을 지경인데, 추가로 2장의 앨범을 순차적으로 발표하며 20곡을 더 들려준다는 거다. 말만 들어도 행복해 죽겠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덕을 톡톡히 본 국카스텐과 혁오는 인디 밴드에서 시작해 이제는 거물급 밴드가 되었다. 매번 큰 공연장을 가득 채우며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반면 검정치마는 방송 출연 없이 조용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어떤 방식이 더 낫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검정치마 같은 이도 끝내주는 음악만 한다면 국카스텐이나 혁오 못지않은 성공을 거두는 음악생태계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그러려면 일단 검정치마의 이번 앨범부터 성공해야 한다.
사실 이제는 내가 굳이 검정치마를 추천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알아서 새 앨범을 열심히 알리고 있다. 난 그저 이 좋은 노래들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이런 코멘트만 툭툭 날리면 된다. 난 이번 앨범에서 “난 너랑 있는 게 제일 좋아”라고 노래하는 아홉 번째 곡 <혜야>가 제일 좋아, 라고.

글 서정민_ 씨네플레이 대표
사진 제공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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