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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7월호

속편의 시대, 다시 보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클래식한 공간에서의 흥미로운 액션 시퀀스
속편의 시대. 최근 10년간의 할리우드를 규정할 수 있는 가장 큰 흐름에 대해 묻는다면 이렇게 답해야 할 것이다. 한국 극장가에서 만날 수 있는 규모의 할리우드 영화들을 떠올려보자. 언제부턴가 속편은 오리지널보다 사랑받는 영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제작자들은 참신하고 독창적이지만 흥행에 실패할지도 모를 새로운 영화보다, 익숙함 가운데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속편 제작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최근작이자 오스트리아 빈의 국립 오페라 하우스에서 펼쳐지는 우아하고 고요한 액션 장면이 인상적인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또한 흥행에 성공한 속편 중 하나다.

영화의 틈 관련 이미지

흥행불패 신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속편은 시리즈에 대한 관객의 애정을 확인하는 데도 안성맞춤이다. 무엇보다 21세기의 대중은 영화 속 캐릭터와 함께 성장해온 사람들이다. 우리는 해리 포터를 연기한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작은 망토를 두른 마법 소년에서 아트하우스 영화에 도전하는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는 것을 지켜보았고,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의 배우가(R.I.P. 폴 워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디지털 캐릭터로, 대역 배우의 연기를 통해 영화 속에서 되살아나는 순간을 목도해왔다. 시리즈 영화는 관람자의 어떤 순간과 감정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관객과의 유대를 공고히 한다. 당분간 이러한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 올해의 여름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외화만 해도 속편이 즐비하다. 300만 관객을 향해 순항 중인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와 최근 개봉한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8월경 개봉 예정인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모두 프랜차이즈 영화의 속편이다.
그런데 속편이 할리우드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기 전부터 이미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왔던 프랜차이즈들이 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996년, 미국 톱스타 톰 크루즈를 앞세워 할리우드가 야심차게 선보인 이 프랜차이즈 영화는 지난 2015년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까지 5편을 경유하며 단 한 번도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불가능한 임무’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유능한 첩보요원 이단 헌트(톰 크루즈)와 그가 속해 있는 첩보 기관 IMF의 요원들이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난해한 사건들을 정면 돌파하는 모습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핵심적인 관전 포인트다.
이러한 정체성 때문인지 5편의 <미션 임파서블> 영화는 이단 헌트의 현란한 개인기와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는 각종 최첨단 장비를 앞세워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1편의 와이어 액션 시퀀스나 이단 헌트가 828m의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빌딩을 맨몸으로 오르던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면 될 것이다. 첨단의 장비를 이용한 액션 장면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구상한다는 건 여타의 영미권 첩보 영화들과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구분 짓는 특유의 개성이기도 하다. 마티니를 즐기고 턱시도를 사랑하는 영국 요원, 제임스 본드를 구닥다리처럼 느껴지게 하는 ‘최신’에 대한 매혹이 이 미국산 첩보물에 있었다.

영화의 틈 관련 이미지

<투란도트>와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그런 의미에서 크리스토퍼 매쿼리가 연출한 시리즈의 5편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은 의외의 즐거움을 선사한 영화다. 가장 클래식하게 연출한 장면이 가장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백미는 오스트리아 빈의 국립 오페라 하우스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액션 시퀀스에 있다. IMF의 존립을 위협하는 미지의 적, 신디케이트의 수장이 오페라 공연에 참석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이단 헌트는 동료 벤지(사이먼 페그)와 함께 빈으로 향한다. 전 세계 각국의 귀빈들이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평화롭게 관람하는 도중, 각국의 스파이들은 무대 뒤편에서 소리 없는 전쟁을 시작한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위장한 암살자와 플루트 모양의 총을 어딘가로 겨누는 미스터리의 여인 일사(레베카 퍼거슨), 오페라 팸플릿 모양의 태블릿 PC를 이용해 용의자의 얼굴을 바쁘게 좇는 벤지와 <투란도트>의 고공 무대 장치를 뛰어다니는 이단 헌트가 벌이는 첩보전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우아하고도 고요한 액션 장면으로 기억될 듯하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전례 없는 고전적인 기운을 불어넣은 5편의 오페라 극장 액션 시퀀스는 크리스토퍼 매쿼리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우연히 런던 콜리세움 극장을 방문했던 매쿼리는 무대 뒤편에서 <투란도트>의 세트와 소품들을 본 뒤 많은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필두로 한 액션 시퀀스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암살의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은 <투란도트>의 가장 유명한 아리아인 <공주는 잠 못 이루고>가 흐르는 대목이다. 오페라의 주인공 투란도트는 구혼자들을 대상으로 3개의 수수께끼를 내 맞히지 못하면 목숨을 거두는 냉혹한 중국의 공주다. 그런 그녀의 수수께끼를 모두 맞힌 칼리프 왕자는 도리어 투란도트에게 자신의 이름을 맞혀보라며 호기롭게 이 노래를 부른다. 더 많이 아는 자가 결국은 승리에 이르게 된다는 첩보 세계의 비정한 현실은 오페라 역사에 길이 남을 <투란도트>의 파워풀한 아리아 선율과 맞닿아 있다.

글 장영엽_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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