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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4월호

차별의 시대를 조명한 실화 영화들 역사 속 가려진 ‘이름들’을 찾다
시나리오 작법에 이런 이야기는 아마 ‘절대 피해야 할 조항’에 포함될 법하다. 관객에게 미처 도착하기도 전, 제작자나 투자자가 너무 드라마틱하다거나, 너무 꾸며낸 것 같으니 빼자는 조언을 했을 법한 장면도 많다. 언급하는 2편의 영화는 그런 예에 해당한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사건들, 그리고 차별과 편견의 시간을 지나온 사람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많은 영화들이 ‘구하는’ 것은 바로 그런 시절의 공기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지났다고 생각하는 그 과거 속에서 현재의 우리 역시 답을 구하고자 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실화 소재의 영화들을 소개한다.

영화의 틈 관련 이미지1, 2 나사(NASA)의 흑인 여성 과학자들을 조명한 영화 <히든 피겨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 <히든 피겨스>

첫 번째 들려줄 이야기는, 아니 그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라고 해도 좋겠다. 바로 나사(NASA)의 흑인 여성 과학자들을 조명한 영화 <히든 피겨스>다. 백인 남성들이 절대적 지위를 행사하던 1960년대. 인종 차별이 횡행하던 당시는 흑인들이 백인과 함께 화장실조차 쓰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나사 최초의 우주 궤도 비행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끈 숨은 인재들이 있었다. 천부적인 수학 능력으로 우주 궤도 비행 프로젝트의 새 공식을 만들어낸 캐서린 존슨(타라지 P. 헨슨), 나사의 IBM 컴퓨터 정착에 큰 공헌을 한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 진취적 자세로 나사 최초의 흑인 여성 엔지니어가 된 메리 잭슨(자넬 모네).
나사는 그들의 능력을 활용하지만, 그들을 인정하지 않는 ‘후진’ 시대였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사회가 그들에게 행한 차별은 극심했다.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이 담당한 프로젝트의 브리핑 참석을 거부당했으며, 맡은 바 책임을 성실하게 다했음에도 승진에서 탈락했다. 능력과 상관없이 여자는 배제되어야 할 존재였다. 흑인이 들어갈 수 없는 백인 학교에 들어가야지만 엔지니어가 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는, 원천적으로 기회가 박탈되는 수모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 세 여성은 ‘남자만 지구를 돌라는 규정은 없다’, ‘누구의 도약이든, 우리 모두의 도약’이라는 마음을 먹고, 권위와 불의에 도전하고 항의해 자신의 역할을 해낸다. 다행히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서라면 인종과 성에 차별을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한 우주 임무 그룹의 수장 알 해리슨(케빈 코스트너)이 이들과 함께했다. 지지에 힘을 얻어, 세 여성은 전진한다. 아니, 역사가 그렇게 조금씩 전진했다.
데오도르 멜피 감독은 연출의 변을 통해 “흑백 분리법이 적용되던 나사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어떤 것이었는지 전혀 기록되지 않은 부분을 파헤치고 싶었다. 제목의 ‘피겨’(figure)라는 단어에 담긴 이중적인 의미도 마음에 든다. 당시 여성들은 위대한 ‘인물’이 아니라 인위적인 ‘숫자’로 대접받았기 때문이다. 이 여성들은 말 그대로 우주 개발 경쟁의 판도를 바꾼 숨어 있는 인물들(히든 피겨스)이었다”고 말한다. 바로 그가 이 여성들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현재의 우리가 이들을 돌아보아야 할 이유이다.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해 멜피 감독은 실존 인물 캐서린 존슨과 나사의 역사학자들의 고증, 경험담, 자료 등을 참고해 영화를 완성했다고 한다. 배우들이 연기한 캐릭터의 성격이나 스타일 역시 이들의 조언으로 구체화되었다.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나사라는 비밀스런 공간, 그곳에 존재하는 더 깊은 이야기, 숨은 영웅들의 이야기. <히든 피겨스>는 실화가 주는 힘이 더해져 한층 더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영화의 틈 관련 이미지3, 4 19세기 말 쇼콜라와 푸티트 두 예술가 콤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쇼콜라>.

예술가 콤비를 통해 인종 차별의 시대를 돌아보다, <쇼콜라>

인종 차별에 관해서라면, 영화로 만들 법한 실화 소재가 끝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기록되지 않은 차별의 역사는 넓고도 깊었다. <쇼콜라> 역시 19세기 프랑스 최초의 흑인 광대 쇼콜라(오마 사이)와 그의 콤비 푸티트(제임스 티에레)가 겪은 엄혹했던 시대를 조명한다. 영화의 배경인 19세기 말은 모든 것이 화려하고 아름답던 벨 에포크 시대였다. 하지만 흑인에게는 예외였다. ‘쇼콜라’(초콜릿)는 당시 프랑스인들이 식민지에서 가져온 이국적인 문물 중 하나였다. 이는 검은 피부의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이기도 했다.
쿠바에서 프랑스로 온 흑인 라파엘 파디야 역시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본명 대신 ‘쇼콜라’라는 예명으로 불리며, 시골 서커스 극단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 괴성을 지르며 생계를 유지하고 살아간다. 한때 유명한 광대였지만 퇴물 취급을 받는 조르주 푸티트는 그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자신과 함께 광대 연기를 하자고 제안한다. 왜소한 백인과 덩치 큰 흑인이 함께하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다. 두 콤비의 무대가 영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쇼콜라와 푸티트의 시소의자>란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결국 이 웃음 뒤에는 흑인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볼거리로 조롱하는 당시의 폄하된 시선이 존재했다. 노예로 태어나 무대에서 조명을 받았지만, 결국 그 차별의 시선 때문에 쇼콜라는 푸티트와 비극적 결별을 맞는다.
쇼콜라의 전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쓴 로쉬디 젬 감독은 “쇼콜라는 역사 속에서 잊힌 인물이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프랑스 국민들로 하여금 과거를 더 잘 알게 도와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이야기는 오늘날을 사는 데 더 나은 기반이 된다”라며 영화 속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반추해볼 기회를 마련하려는 뜻을 밝혔다. 영화에는 벨 에포크 시대의 화려한 무드가 잘 살아 있다. 특히 서커스 공연의 충실한 재연에 있어, 푸티트 역을 맡은 배우 제임스 티에레의 역할이 컸다. 찰리 채플린의 외손자이기도 한 티에레는, 어릴 적부터 서커스 무대에서 활동한 희극인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서커스 장면을 직접 창작하고 지휘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글 이화정_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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