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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

페이퍼 아트 작가 이지희 한계를 뛰어넘는 종이의 변주
3D를 넘어 4D의 시대에, 페이퍼 아트 작가 이지희는 여전히 손으로 종이를 접고 오리고 붙여 작업을 한다. 작가의 정성스러운 손길과 애정으로 태어난 페이퍼 아트 작품에는 종이 고유의 색과 질감,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 느끼기 어려운 특유의 정서가 배어 있다.

예술가의 밥그릇 관련 이미지<도그살롱>

현장의 경험을 녹인 페이퍼 아트

첨단 기술이 나날이 업그레이드되고 있지만, 우리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감촉을 느끼고 싶은 본성이 남아 있는 것 같다. 3D로 제작해도 될 것을, 수고스럽게 종이를 손으로 접어 칼로 잘라내고 풀칠을 한다. 그렇게 둔탁하게 완성된 페이퍼 아트 작품을 보면, 작업을 하며 느낀 고된 마음이 금방 녹아내린다.
간혹 페이퍼 아트를 어디서 배우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페이퍼 아트는 누군가에게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오랜 시간의 연습을 거쳐 본인의 스타일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 역시 유년시절부터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고 졸업 후 광고 회사를 시작으로 IR 전략, 정책 홍보, 기업 PR 등의 분야에서 15년 남짓 직장 생활을 했다. 인쇄 매체를 다루는 디자이너였기에 종이에 대한 이해는 필수였고, 그런 면에서 페이퍼 아트는 늘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였다.
디자인 회사에 근무하면서 처음으로 ‘2006 수출보험공사 애뉴얼 리포트’에 페이퍼 아트 워크 작업을 선보였다. 성공적인 작업과 함께 종이 작업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그때부터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2010년에 독립하여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화장품 광고, 잡지 등의 매체, 캘린더 제작 등을 해오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왜 이제 시작했느냐고 묻기도 하지만, 그동안 현장에서 쌓은 경험은 비축한 에너지 같은 것이다. 직장에서는 디자인제작팀장으로 일을 하며 인쇄 가공 과정 등의 프로세스를 배웠다. 그러한 것들이 지금의 작업에 직접적이진 않더라도 도움이 되고 있다. 원래 인쇄 가공에 관심이 많아 새로운 기법이나 기계 등이 나오면 시험해보는 편이다. 요즘도 인쇄 가공이 발달한 일본 쪽의 자료들을 늘 확인하고 있다. 현재도 계속해서 진행 중인 디자인 관련 작업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작업들이다. 관련 프로세스뿐만 아니라 광고주들이 원하는 것을 빨리 알아차리는 것 또한 큰 장점이기도 하다.
페이퍼 아트는 수작업이라 도면을 만들고 재단해서 붙이기까지의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그러므로 작업 전 광고주와 협의해 최종 밑그림을 확정짓는 게 중요하다. 2D 작업물의 경우 부분적으로 데이터를 수정할 수 있지만, 페이퍼 작업은 상처가 많이 나기 때문에 수정이 힘들다.

예술가의 밥그릇 관련 이미지<Running shoes>, <퍼피루스>

종이에 생명을 담다

페이퍼 아트를 하기 위해서는 관찰력이 필요하다. 페이퍼 아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 혹은 갖고 싶은 것을 소재로 작업하기 시작했다. 페이퍼 아트로 다양한 사물을 만드는 데 주력했고, 생명이 있는 강아지를 소재로 한 <퍼피루스>(Pu-ppyrus) 시리즈를 시작했다.
강아지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키우던 강아지와의 추억과 따뜻한 교감의 순간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작업을 하면서 많이 행복했고, SNS를 통해 내 작업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촬영에 있어서는 단순한 구도나 연출보다 정서적인 교감을 담으려 노력했다.
그다음 좀 더 발전된 형태가 <페이퍼플레이 스톱모션>(Paperplay Stopmotion)이다. 예전에 <웰레스와 그로밋>이라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그런 작업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영상 쪽에 관심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업을 하게 됐고, 나의 역량을 시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2분짜리 <페이퍼플레이 스톱모션>을 완성하기까지 재촬영을 반복해, 대략 5,000컷을 촬영했다. 엄청난 작업량으로 체력 소모도 컸지만,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앞으로의 작업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영상 안에서는 평면에 지나지 않았던 종이들이 살아 움직인다.
이렇듯 페이퍼 아트에는 한계가 없다. 어느 곳이든, 어떤 콘셉트이든 구현만 한다면 멋진 오브제가 된다. 종이에 고유의 색과 공간과 질감을 담는 것을 넘어, 어떤 정서를 담는 작업은 한없는 동기를 유발한다. 페이퍼 아트로 지금껏 종이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을 완성할 수도 있고, 그것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도 있다.
국내의 페이퍼 아트 작업은 아직 외국에 비해 활발하지는 않지만, 활동 영역은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영상, 디스플레이에 관심이 많다. 하나의 오브제를 만들기보다는 주변 배경까지 연출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작업 분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작품 중 <도그살롱>의 경우도 그렇고, 촬영을 위해 거의 1톤 트럭의 소품을 스튜디오로 옮기곤 한다.
나는 오는 5월, 첫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기존 작품은 물론 새로운 작품들도 선보일 예정이다. 온라인으로만 보던 작품들을 직접 관람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글·사진 제공 이지희_ 페이퍼 아트 작가.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 중. 오랜 기간 디자인 회사에 근무하며 쌓은 노하우로 독립 후 페이퍼 아트를 선보이고 있다. 인쇄 매체를 포함한 광고나 화보 등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www.jihee-paperwo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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