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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2월호

‘빛의 연금술사’ 신카이 마코토가 그려내는 그리움 <너의 이름은.>이 보여준 재패니메이션의 신세계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흥행 돌풍이 심상치 않다. 쟁쟁한 대작들을 제치고 개봉 직후 12일 연속(1월 1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국내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을 뿐 아니라, 열성 팬들을 중심으로 특이한 관람 문화마저 생겨나고 있다. <너의 이름은.>이 재패니메이션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강상준의 썰 관련 이미지

작년 일본 영화계는 한마디로 <너의 이름은.>의 해였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일본에서 1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어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2위, 영화 흥행 순위 4위를 기록하며 2016년 일본 영화계를 완전히 장악했다. 신카이 감독은 그동안에도 늘 주목받는 젊은 작가였지만 대단한 흥행작은 없었던 탓에 이 작품의 메가히트는 더더욱 이채로운 현상으로 보이기 충분했다. 더욱이 자신만의 서정적인 색채를 고수하며 마침내 이룬 성과였기에 일본 영화계는 젊은 감독의 대성공보다 그 성장에 더 많은 갈채를 보냈다.

누구나 품고 있을 인간 본연의 판타지를 담다

지난 1월 4일, 마침내 한국에서도 <너의 이름은.>이 선보였다. 일본뿐 아니라 대만, 태국, 홍콩, 중국에서도 연이어 성공한 화제작이었지만 국내 극장가에서는 꽤 오랜 기간 일본 애니메이션과 영화가 고전을 면치 못한 탓에 흥행을 예견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돌풍은 더더욱 놀랍다. 실제로 흥행 속도 또한 예상 범주를 훌쩍 뛰어넘어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개봉 11일째인 1월 14일에는 200만 관객마저 넘어섰다. 국내에서의 일본 영화 역대 최고 흥행작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이 개봉 3주차에 200만 관객을 달성하고 최종 스코어 260만 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을 기록한 것에 견주어본다면 최종적으로는 국내 일본 영화 흥행 1위의 이름마저 갈아치울 기세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그동안 <별의 목소리>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등 남녀의 섬세한 감정을 아름다운 풍광 안에 담아내는 작가로 명성을 쌓아왔다. 장소가 어디든 늘 인간의 원초적인 그리움과 외로움에 집중했기에 그의 작품은 유난히 인물의 독백이 많고 비교적 잔잔한 서사가 주를 이룬다. <너의 이름은.>의 정서도 전작과 동일하다. 다만 이번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판타지를 가미해 좀 더 색다른 지점을 만들어냈다. 도쿄에 사는 고등학생 다키와 시골에 사는 소녀 미쓰하는 어느 날부터 서로 몸이 바뀌는 신기한 경험을 반복한다. 타인이 되어 전혀 다른 공간에서 전혀 다른 사람들 사이에 섞여 전혀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가는 동안 이들은 점차 서로를 그리워하고 동경하게 된다.
작품 내에서 여러 차례 직접적으로 호명되는 ‘인연’ ‘이어짐’과 같은 단어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그리움의 감정을 좀 더 직관적으로 형상화한다. 거칠게 말해 남녀의 몸이 바뀐다는 흥미로운 설정은 신카이 감독에겐 순전히 부차적인 것으로, 그는 늘 이야기하던 주제를 이번에는 좀 더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당연히 시공간을 초월한 두 주인공의 관심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기현상의 원인을 찾아내거나 타인이 되면서 겪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평생의 연인을 기다리는 듯한 누구나의 그리움과 그 그리움에 기대면서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외로움에 집중함으로써 작품의 판타지적 요소는 모든 인간이 품고 있을 본연의 판타지와 멋지게 조우한다.

강상준의 썰 관련 이미지

오직 애니메이션만이 이룰 수 있는 경지

흔히 ‘빛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의 작화는 이를 더욱 우아하게 북돋는 주역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의 풍경과 이곳의 소박한 삶의 방식을 눈이 시리도록 그려내는 것은 물론 복잡하고 미려한 도시를 이와 대비시킴으로써 현실이 머금은 각각의 아름다움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때때로 사진이 담아내는 풍경이 진짜 풍경보다 훨씬 아름답듯이 신카이 감독이 담아내는 풍광은 그 자체로 현실이 담고 있는 극상의 판타지와 그대로 맞닿는다. 그리고 이 풍경은 두 주인공의 전혀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자연히 둘 모두에게 언제고 동경할 만큼 그리운 공간, 그리운 사람으로 존재한다.
인간 본연의 환상을 자극하는 <너의 이름은.>의 마술은 무척이나 매혹적이다. 전작보다 훨씬 쉽고 명료한 판타지를 도입하고 비교적 큰 사건과 위기를 통해 서사의 기복을 크게 만든 점 역시 주효했다. 누구나 이입 가능한 평범한 소년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을 두드린 <너의 이름은.>은 이성에 대한 누구나의 관심과 기대를 흥미롭게 담아냄으로써 오직 애니메이션만이 이룰 수 있는 경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만약 <너의 이름은.>이 국내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넘어 일본 영화 역대 최고 흥행작 자리에 오른다면 이는 무려 13년 만의 일이 된다. 그만큼 최근 몇 년간 국내 극장가에서 일본 영화의 인기는 시들했다. 한때 작은 영화가 연이어 화제가 되고 ‘재패니메이션’이란 이름으로 세계를 호령하던 영광의 순간을 떠올리자니 격세지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몇 번이나 은퇴를 번복하며 신작을 들고 나오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신예들이 꾸준히 관객의 마음을 두드렸다. 국내에서도 너른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호소다 마모루(<시간을 달리는 소녀> <늑대아이> 등)를 비롯해 오시이 마모루(<공각기동대>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와타나베 신이치로(<카우보이 비밥> <사무라이 참프루> 등)와 같은 중진 역시 일본 애니메이션의 다채롭고도 탄탄한 기반을 엿보게 한다. 이미 고인이 됐지만 곤 사토시(<퍼펙트 블루> <파프리카> 등)의 영향력 또한 여전하다. <너의 이름은.>의 흥행과 더불어 이미 오래전 애니메이션을 최고의 예술로 올려놓은 재패니메이션의 저력이 다시금 국내 극장가에서도 되살아날 수 있을지 무척 기대된다.문화+서울

글 강상준
<DVD2.0> <FILM2.0> <iMBC> <BRUT> 등의 매체에서 줄곧 기자로 활동하면서 영화, 만화, 장르소설, 방송 등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쓰며 먹고살았다. <위대한 망가>를 썼고, <매거진 컬처> <젊은 목수들>을 공저했으며, <공포영화 서바이벌 핸드북>을 번역했고, <좀비사전> <탐정사전>을 기획, 편집했다. 현재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겸 프리랜스 편집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사진 제공 <너의 이름은.> 공식 홈페이지 your-na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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