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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공연기획자 조하나, 나희경, 정하린 생존이 아닌, 살아 있는 기획을 위하여
무대에서는 배우를, 작품에서는 작가와 연출을 본다. 하지만 한 편의 공연이 관객과 만나기까지, 보이지 않는 모든 과정에는 기획자가 있다. 2016년 <뉴스테이지(NEWStage)>에 함께한 조하나, 나희경, 정하린 세 명의 기획자를 만나 이들의 삶과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과 사람 관련 이미지(왼쪽부터) 정하린, 조하나, 나희경.

2017년 1월 5~22일, 2016년 <뉴스테이지(NEWStage)>에 선정된 네 편의 작품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뉴스테이지는 신진 연출가의 작품 개발부터 공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3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연주, 김정, 이은서, 신명민 연출가는 낭독공연, 멘토링, 워크숍 등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첫 작품을 관객 앞에 선보였다.
이 모든 과정에 함께한 조하나, 나희경, 정하린은 대학로를 지키는 젊은 기획자들이다. 공연기획사 컬처버스의 프로듀서인 조하나(32)는 연극과 무용, 다원 등 장르를 불문하고 폭넓게 활동 중이며, 프리랜서 기획자 나희경(29)은 ‘Play for Life’라는 이름 아래 작은 연극 무대를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정하린(32)은 창작집단 LAS에 속해 활동하는 기획자다. 극단 구성원들과 함께 꿈을 꾸며, 그 꿈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중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2009년부터 기획자의 길을 걸어온 이 세 명의 젊은 기획자는 공연의 시작부터 끝까지 ‘길’을 제시하는 무대 뒤의 숨은 주인공이다. 이들은 공연기획자로서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던 기획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 한다. 먼저, 어떻게 공연 기획을 하게 되었는지로 시작하면 좋겠다.

조하나 인터넷 신문사에서 공연 기사, 리뷰 등 글 쓰는 일을 하다가 공연을 보는 것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있어 시작하게 됐다.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 함께하고 싶어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추진한 문화예술 기획경영 전문인력 양성 사업을 통해 기획사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무용 기획을 했지만 지금은 장르를 한정하지 않고 활동 중이다.
정하린 영화연출을 전공했는데, 여행 중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공연들을 보고 공연관이 확 넓어지면서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극단을 준비하고 있던 대학 동기인 이기쁨 연출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창작집단 LAS의 기획자로 함께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제작사 ‘프로덕션 LAS’도 운영하고 있다. 극단과 영화제작사를 합쳐 ‘The LAS’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나희경 대학 시절 연극 동아리를 하면서 연극과 관련된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그게 기획사였고, 2009년 파파프로덕션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공연기획을 하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기획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희곡공모전도 있었고,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이 가능했다. 그렇게 3년 정도 일을 배우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뉴스테이지는 연출가 지원사업으로 프로덕션 구성과 제작은 선정 연출가가 직접 진행한다. 뉴스테이지 작업은 어떻게 같이하게 되었는가. 또, 기획자로서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조하나 연출가 이연주, 김정 모두 이전부터 작업을 같이 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뉴스테이지까지 이어진 것 같다. 내가 좋은 기획을 하는 것이라기보다 좋은 공연과 좋은 연출가들이 나를 기획해주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기획자로서 나의 기획을 하고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정하린 극단에 속해 있는 기획자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되었다. 극단 외의 기획 작업은 맡고 있지 않다.
나희경 이은서 연출가가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진행한 신진예술가 지원사업 AYAF(현재는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로 통합)에 선정되어 진행한 <반야삼촌>이라는 작품을 같이 했다. 그래서 이번 뉴스테이지에도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보다 이은서 연출가가 이번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나는 예술가인가?’라는 질문이 나의 질문과 맞닿았기 때문에 함께하게 되었다.

사람과 사람 관련 이미지1 이연주 연출가의 <전화벨이 울린다>.

세 분 모두 2009년부터 기획자로 활동해왔다. 9년차에 접어들고 있는데, 기획자는 어떤 역할을 하는 존재인가.

정하린 내부에 기획자가 있는 극단이 많지 않기도 하고, LAS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기획자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잘 몰랐다. 지금은 극단 운영 전반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극단 살림살이를 챙긴다고 보면 된다. 업무로 보면 주로 지원사업과 극단 SNS 등을 관리하고, 극단에서 하고자 하는 작품이 있을 때 그 의의를 찾는 걸 돕는 역할을 한다. 대본 작업에서부터 창작 과정까지 명확하게 길을 잡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극단 안에 기획자가 없다고 해도 작품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기획자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영역 또한 분명 존재한다.
나희경 극단에 기획자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기획자 없이 진행하는 공연도 많고 전문 기획자가 아닌 극단의 배우나 스태프들이 임시로 맡는 경우도 많다.
조하나 단기 프로젝트에서는 기획보다는 홍보마케팅 분야의 일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기획과 홍보마케팅은 다른 영역이지만 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획자가 홍보마케팅 업무까지 담당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홍보마케팅 전문가가 아닌데 그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있었다. 또, 지금의 젊은 연출가들은 기획과 연출, 행정 등 모든 일을 다 한다. 결국 지금의 연극 창작 환경에서 기획자의 역할은 본의 아니게 홍보마케팅에 집중되어있는 것 같다.
나희경 지난해 말 SNS를 통해 앞으로는 내가 관심 있는 작품만 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이런 선언을 한 것이 처음이었는데, 내가 고민하고 있는 지점과 맞닿아 있는 사람, 작품을 찾고 싶어서였다. 내가 좋아하고, 나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작품을 할 때가 당연히 더 즐겁다. 그런데 바쁘다 보니 이런 기회가 와도 놓치는 경우가 많더라. 그러다 보니 스스로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어떤 작품을 어떻게 할지는 극단 안에서 연출가를 중심으로 정해지고, 외부 기획자가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행정적인 역할이 많다 보니 ‘기획’에 대한 갈증이 생겨났다.
조하나 동감한다. 요즘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소모’인 것 같다. 많은 작업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축적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기획자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기획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관련 이미지2 김정 연출가의 <손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현장에서 전문 기획자의 영역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작품이 좋다’ ‘연출이 좋다’는 말은 많이 하지만, ‘기획이 좋다’는 말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좋은 기획이란 무엇일까.

조하나 어쩌면 대학로 기획자들의 핵심이고 한계일 수 있겠는데, 현장 기획자들이 기획을 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기획자로서 아이디어를 가지고 지원사업에 신청해도, 연출가나 극단 중심으로 지원이 되기 때문에 기 획자가 시작한 작품은 선정되기 어렵다.그래서 좋은 공연과 좋은 연출이 나를 기획해주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물론 ‘좋은 기획’인지를 먼저 살펴야 하겠지만, 지금의 창작지원제도가 기획사나 기획자에게 충분히 열려 있는지도 함께 점검해봤으면 좋겠다. 엄밀히 말해서 지금의 ‘기획’은 공공극장, 기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에서 가능하다. 예산과 제도를 만들고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희경 기획자가 홍보마케팅 업무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탈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획자는 연출가와 소통할 수 있고 일정 부분 드라마터그 역할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어느 정도 작품에 개입할 수 있는 신뢰와 소통의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조하나 지속적으로 작업을 같이하는 연출가들이 생겨나면서, 연출가들과 상의하면서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연출가와 극단의 방향과 정체성은 어느 한 작품으로 승부를 걸기보다 작품들이 쌓이면서 분명해지고 날카로워지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극단에 속하지 않은 외부 기획자로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극단 안에서 꾸준히 소통할 수 있는 내부 기획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하린 결국 제작비를 누가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 것 같다. 극단 활동 초반에는 기획자로서 제안을 했지만 현실화하긴 힘들었다.

기획자로서 소모되지 않고, 역할을 한정 짓지 않고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지 고민이 깊은 것 같다. 그동안 작업하면서 다른 기획자들과의 교류는 많은 편이었는가.

나희경 한 명의 기획자가 동시에 많은 공연을 진행하다 보니, 일에 치여 사람 만나는 것을 미루게 되는 것 같다.
조하나 예전에 비해 연출가들의 네트워크는 많이 활성화되고, 활동도 많아진 것 같다. 그에 비해 기획자들의 네트워크는 전혀 없다고 보면 된다. 대학로에 올라가는 공연이 이렇게 많은데 작품에 비해 기획자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끌어주는 선배 기획자도, 후배 기획자도 많지 않다. 9년째 대학로에 있지만 여전히 나는 막내 기획자인 것만 같다.
나희경 나는 그러한 연대를 연출가들과 쌓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동료 기획자들이 없어서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기획자로서 다음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연출가와 극단 중심의 지원 구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기획의 영역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연극창작 지원제도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기획자에게 필요한 지원사업은 무엇이 있을까. 또, 연극계가 상생하기 위한 창작지원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나희경 기획이 중심이 되는 지원사업이 있으면 좋겠다. 또,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대학로에 공유 사무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프리랜서나 극단에서 사무적인 업무를 보려면 공간이 필요한데, 공간 임차는 부담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정하린 기획자에 대한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선정 기준을 생각해보면 결국 작품성이 중요한 축이 되지않을까. 작품과 기획을 별개로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조하나 창작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사업은 다양한데, 기획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늘 ‘양성’ 지원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시작 단계의 기획자 양성지원 이후의 지원사업이 있으면 좋겠다. 현장 기획자들이 모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문화+서울

글 김지우 서울연극센터
사진 최영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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