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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12월호

한강에 건축적인 상상력을 더한다면 한강 ‘인프라텍처’ 상상
여름마다 한강공원 곳곳에서는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리고, 가을에는 불꽃축제가 아름다운 밤하늘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준다. 해가 갈수록 사람들이 한강 둔치를 활용하는 방식은 다양해지고 있다. 여기에 건축적인 상상력을 조금 더 보태보자. 한강과 그 주변 자원·공간이 사람과 더 유기적으로 호흡하고 존재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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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한강은 서울에 어떤 공간을 제공할까? 지금의 한강은 10년 전의 한강과는 전혀 다른 공간과 경험을 제공한다. 둔치의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는 잘 만들어져 연결되어 있다. 바깥 활동 하기 좋은 계절에 한강시민공원 여기저기 텐트를 치고 휴식을 즐기는 모습이나 공연을 하고 영화 상영을 할 때의 풍경에는 특유의 생 동감이 있고, 서울불꽃축제가 열릴 때면 여의도 일대의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시민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서울시는 2030 도시기본 계획에서 한강변을 6개 권역으로 나누어 활성화를 계획하고 있다.
6·25전쟁 이후 한강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88올림픽을 앞두고는 한강의 남쪽 면에 올림픽도로가 개통되는 한편 한강 수상스포츠의 활성화도 이루어졌다. 한강 둔치의 다양한 활동은 체육, 보행 활동 등에 의해 빈번해지고 요즘은 근처 학교의 생태학습장 등으로 그 활용도가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강은 여름의 홍수 한 번이면 둔치가 잠기고 1년 동안 가꾸어온 시설과 작업들이 쓸모없게 되며, 불꽃 축제에 몰려든 사람들에 의해 식물들이 밟히는 수난을 당한다. 한강 물은 물대로, 섬은 섬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둔치는 둔치대로, 공원은 공원대로, 강변의 도로는 도로대로 각각 그만의 논리대로 존재해 한강 근처에 모여 있는 형국이다. 그나마 성공적인 부분은 자전거길이 아닌가 한다. 한강을 자전거로 다녀보면 둔치와 다리들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고, 도심으로 들어오면 다양한 장치가 눈에 들어온다.

지금 한강과 주변 시설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을까

서울의 동쪽부터 한강 일대의 풍경을 살펴보자. 광진교는 찻길 옆에 보행교가 만들어져서 사람들이 한두 번은 재미로 지나갈 수 있지만, 자동차가 빠르게 지나가는 도로 옆에서 소음과 함께 걸어간다는 것이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한강을 건너는 보행교의 가능성은 열었지만 ‘갈 길이 멀다’는 느낌도 동시에 준다. 뚝섬유원지는 다양한 활동과 레크리에이션 시설로 이루어져 있고, 고가도로 하부의 뚝섬전망문화콤플렉스는 지하철역과 연계되어 고가도로 하부를 이용한 전망과 전시 시설로 꽤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반포대교 아래 잠수교는 예전의 빈번한 자동차 통행을 줄이고 둔치로 접근하게 하며 자전거와 보행 통행이 한강 남북을 가로질러 이루어지는 곳이다. 말 많던 세빛섬은 주변의 다양한 활동 및 식당과 공연장 사용으로 점점 그 정체성이 뚜렷해지고 있다. 노들섬은 ‘노들꿈섬’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음악복합문화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거창한 오페라극장과 콘서트홀이 아닌, 시민의 접근성이 높은 시설이 만들어지는 듯하다. 수도시설을 재활용한 선유도공원은 유일하게 보행교로 연결되어 있는 재생 공원이며, 밤섬은 사람이 가지 못하는 람사르늪지로 2020년 개관을 목표로 건설 중인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 쪽에서 강물 위로 전망데크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양화한강공원은 ‘머드-인프라스트럭처(Mud-Infrastructure)’라는 이름으로, 여름에 한강이 범람하면 둔치가 잠겨 퇴적물이 쌓이고 그것을 청소하는 비용 등 유지관리에 어려운 점에 착안해 친환경적으로 강변을 만들었다. 침수가 되고 나서도 물이 빠지면서 진흙도 쉽게 빠지도록 길을 디자인한 것. 유선형의 둔덕이나 길은 모두 배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다. 새로 만들되 자연의 작용을 모방하는 것이다.
한강은 수질도 좋지 않고 빈번한 홍수 때문에 매해 유지관리를 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에 있지만, 서울의 중앙을 동서로 가로질러 흐르며 도시의 발전 과정에서 더불어 끊임없이 상상되어야 하는 곳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한강의 환경에 건축적 상상력을 더하는 ‘인프라텍처’

서울 속 한강은 중심적, 역사적, 그리고 정신적 장소로 기억된다. 그러나 세계 대도시의 강과 달리 폭이 넓은 한강은 강북과 강남의 일체감을 주지 못한다. 강을 따라 난 자전거길이 동서 방향의 동선은 연결했지만, 도심으로부터 남북을 이으며 인프라스트럭처 주변으로 펼쳐지는 공간을 마련하지 못했다. 둔치에 가려면 굳이 빙빙 돌아가야 한다. 이것은 인프라가 단절된 상황에 의한 것인데, 지금 있는 한강의 다양한 시설을 엮어줄 수 있는 구조체 마련이 가능할까? 자벌레 형태의 뚝섬전망문화콤플렉스는 고가도로 하부에서 지하철역과 연결되는 구조로서 건축과 인프라가 결합된 형태다. 그렇다면 한강을 남북으로 잇는 구조는 처음부터 건축과 인프라가 결합된 형태라면 한결 인간적인 느낌으로 한강을 경험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가 아닌 건축(Architecture)과 인프라(Infra)가 합쳐진 ‘인프라텍처(Infratecture)’를 생각하는 방식으로 상상이 가능하다. 강의 주변을 결정하는 인프라와 강 주변에 놓일 건축이 일체화되어 도시와 자연의 경험과 상상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서울시가 주최해 3회째를 맞은 한강건축상상전은 1회의 ‘한강 주위 유휴공간의 활용에 대한 탐구’, 2회의 ‘한강이 만드는 감정과 그것을 증폭하는 장소에 대한 탐구’에 이어, 올해는 ‘한강의 인프라텍처 상상’에 대해 탐구했다. 상상전이니만큼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참여해 ‘앞으로 한강 주변의 인프라와 건축이 이랬으면…’ 하고 제안 작품을 내는 전시 형식이다. 전시에는 다양한 인프라텍처가 소개됐다. 4.5m의 육면체 형태의 모듈로 만들어진 보행교(사진 2)에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마포대교의 기울어진 구조의 교각은 둔치 위로 연속되어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틀이 되기도 한다. 한강에 아치교가 만들어 진다면 트램을 타고 올라가 한강을 높은 곳에서 바라볼 수 있다. 최근 영국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이 런던과 뉴욕에 각각 가든브리지와 피어55 등 녹음이 우거진 수상 위 구조물을 제안해 공사 중이기도 하다. 한강에도 벽면 녹화가 가능한 모듈로 녹색 다리(사진 3)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한강에서 도심과 같은 복잡한 인프라텍처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변의 인프라와 물에 지금보다 더 직접적으로 관계하는 장치나 구조가 필요하다. 정부에서도 한강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여의도에 새로운 시설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시설 위주의 관점과 더불어, 기존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건축적으로 접근·접목해 주어진 자연환경과 공간 환경이 어우러지는 인프라텍처를 선보일 창의성이 요구된다.문화+서울

글·사진 송하엽
중앙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미국건축사. 저서로 <랜드마크; 도시들 경쟁하다> <파빌리온, 도시에 감정을 채우다> <표면으로 읽는 건축>이 있으며, 서울건축문화제에서 ‘담박소쇄노들: 여름건축학교’ ‘한강감정: 한강건축상상전’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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