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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

AiE심화과정 연구 및 운영 교수 3인 예술, 그리고 예술교육의 의미
서울문화재단이 2007년부터 운영해온 <서울창의예술교육아카데미>는 국내 최초로 예술가교사(TA, Teaching Artist)를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미적체험통합예술교육’이라는 개념의 보편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얼핏 들어서는 이해하기 힘든 이 추상적인 개념을 알리기 위해 2012년부터 수강생(예술교육가)들과 꾸준히 만나온 곽덕주 교수(교육철학), 남인우 연출(연극 장르), 최우정 교수(음악 장르)와 함께 예술과 예술교육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다.

사람과 사람 관련 이미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으로 들썩인다. 과연 앞으로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가치와 범위는 어디까지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을 인간의 본질적 가치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 본질적 가치를 탐구하고 지키기 위해서 교육이 해야 할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이러한 고민에 대해 서울문화재단의 <서울창의예술교육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의 프로그램 연구와 강의를 맡고 있는 곽덕주 교수(서울대학교 교육학과), 남인우 연출(극단 북새통 예술감독), 최우정 교수(서울대학교 작곡과)와 함께 교육학적 측면, 예술교육의 측면, 그리고 예술가적 시점 등으로 이야기해보았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변화할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가 미처 언급하지 못하고 지나치고 있는 가치, 채우지 못한 부분은 무엇인지 짚어보았다. 과연 예술교육이 이 어려운걸 채울 수 있을까.

예술교육가들과의 만남 그리고 교감

2011년 서울문화재단에서 ‘미적체험통합예술교육’이라는 용어를 정의해서 사용하기 시작할 때부터 함께해온 곽덕주 교수는 “아카데미 수업은 매 기수가 단순히 학습을 한다는 개념에서 나아가 참가자들이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교감하고 있다는 것이 보이고, 참가자들의 성찰일지1를 읽을 때마다 ‘아 참가자들의 내면에서 뭔가가 일어났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정 운영에서 빚어지는 힘든 점에 대해 “교육과정에서 예술 장르별 강사들이 장르의 예술언어로 이야기한다면, 내가 맡은 역할은 새로운 예술교육 방법에 대한 이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가장 어렵게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현직 예술가, 예술가교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참가자 대부분은 가슴으로, 마음으로 와 닿는 이야기를 해주어야 교감이 되는데 나는 문자로 정리하고, 논리적인 사고로 풀어야 이해가 되는 사람이다 보니 ‘가슴을 터치하는 언어’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
남인우 연출은 “지속적으로 진행해오면서 커리큘럼과 강사진 스스로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느낀다. 과정을 통해 참가자들을 만나면서, 초창기에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교육연극)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예술 교육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으며, 과연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고 덧붙여 말했다.
과연 무엇이 이들을 아카데미 수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한 것일까. 그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최우정 교수는 “아카데미 수업에 참여하면서 수강생들이 수료 후 어떻게 수업하는지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 대표적인 아카데미 수료자, 재단의 예술가교사가 파견되는 <예술로플러스>2 수업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앞으로 내 작품 활동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에 참여해 예술가 교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느꼈고, 엄청난 동기부여가 됐다”며, “수업에서 예술가교사들이 아이들과 교감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이걸 하기 위해 이 아카데미 사업에 참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 관련 이미지1 음악 장르를 담당하는 최우정 교수의 수업 모습.
2 좌로부터 최우정, 곽덕주, 남인우.

예술을 한다는 것과 예술교육을 한다는 것

남 연출은 “이번에 우리 셋이 함께 진행하는 아카데미의 마지막 수업 제목은 ‘내 안의 창조적 에너지(Creative Energy) 회복을 위하여’다. ‘창조적 에너지’라는 말은 아카데미 초창기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할 수 없는 단어였다. 예술가교사들이 예술가로서의 에너지를 회복하는 길이 커리큘럼을 분석하고 만드는 것보다 더 우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과정과 예술가로서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은 주제를 정하고, 관찰과 리서치를 진행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형상화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과정이 완료된 후에 감상과 인지화를 통해 스스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곽 교수는 “남이 느끼는 감정과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교감하고 성찰하는 과정을 예술 작품을 통해서 하게된다. 그래서 예술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감정교육이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감정으로 상처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예술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이유다”라고 했다.
최 교수는 <장자의 예술정신>(한흥섭 저)에 언급된 바다거북과 우물 안 개구리 우화에 비유해, “말로 설득하려 하다 죽음을 맞이한 소크라테스와 다르게 개구리가 원할 때 단지 내가 경험해 아는 것을 이야기해준 장자의 거북처럼, 내가 예술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개인적으로 느낀 것들을 참가자들과 공유하는 것이, 이미 예술교육을 하고 있는 예술교육가(수강생)들이 스스로 느끼고, 자기만의 방법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수업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의 말처럼 서울문화재단이 지향하는 예술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교육자와 피교육자 간의 ‘교감’이다. 끊임없는 소통과 공유를 통해 교감하는 교육, 재단의 대표적인 어린이 창의예술교육사업인 <예술로플러스>는 그러한 방법을 잘 적용해 흔히 말하는 통합예술교육을 공 교육 시스템 안에서 교과 연계 예술교육 수업의 형태로 실현하고 있다. 이때까지 교육자의 입장에서 예술을 가르치려하는 것이 공교육의 예술교육이었다면, 재단의 예술교육은 “(예술을 규정짓지 않고, 예술이라는) 재료를 활용해 교과에서 제시한 주제를 가지고 옆의 친구와 같이 놀게끔 해주는 것”이다.
요즘 학생들은 학교 정규교육 시간이 끝나고 나면 교과를 보충하기 위한 각종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예술을 경험할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 아이들의 일상 속으로 예술이 들어가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이 없는 아이들을 찾아가서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첫걸음이 <예술로플러스>이다.

갈등을 들여다보는 용기, 창조적 에너지의 회복이란

세 사람은 아카데미 프로그램 연구를 위해 사전에 수차례 만났다. 지속적인 만남에서 ‘갈등’이라는 주제는 예술의 미적 요소로서, 또 사회 공동체를 이해하는 주요 요소로서 자주 언급되었다. 최 교수는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예술은 갈등에서 나오더라,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갈등이 있기에 가능한 것 같다. 조화를 강요하는 과정이 아닌, 조화가 깨지는 순간을 경험하고 선택하는 과정이 예술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곽 교수에 따르면 “다원적 사회에서 갈등은 대부분의 사람이 필연적으로 경험하는 것이고, 종종 개인의 내면, 인격을 시험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은 인간 사회에서 제거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교육적 계기가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남 연출은 “‘갈등’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사회에서 갈등은 제거해야 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술에서는 ‘갈등’이라는 딜레마를 깊이 다루고 잘 경험해 극복할 수 있도록 성찰하고,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과 나눈다.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는 내면의 갈등, 타인과의 갈등, 사회와의 갈등을 들여다볼 용기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오는 것 같다. 내가 왜 화가 났고, 그 화가 어디서부터 왔고, 어떻게 누구와 이야기해야 하는지 제대로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예술이 다양한 언어로 갈등의 지점을 추구한다는 것은 예술교육이 이 시대에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이유다”라고 했다.
또한 “공교육은 사실 근대 이후로 ‘효율성의 극대화’라는 사회적 가치를 위해 시작된 것인데, 더 이상 효율성이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게 되었다. 그런 시점에서, 예술교육은 유일하게 효율성이 아닌 것을 이야기한다. 교육이 다음 세대를 준비하기 위해 하는 것인 만큼 이제는 공교육의 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시점이다”라며, “요즘 학생들은 지식과 정보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원하는 만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많은 사람이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타인과 공유하고 나누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데, 자신의 경험을 예술 작품에 투영하고 학습하는 예술교육이 앞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예술교육을 정의하는 과정에서 “외국(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국가)의 소위 예술교육 좀 한다는 기관은 그들의 역사적 배경과 경험의 바탕 위에 예술이라는 언어를 입히고 다듬어서 그들 나름의 방법론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창의력인 것 같다”며 “이들은 공통된 교육철학적 가치를 공유하지만, 그 위에 각 나라에 따라 방법론적 특색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남 연출은 “(유럽의 예술교육기관의 방법론은) 그들의 문제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시작했다. 우리의 예술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 한국 사회가 어떤지부터 다시 봐야 한다. 짧게 거슬러 올라가서는 일제강점기부터 시작해 왜 우리가 우리의 것을 통째로 잃어버리게 되었나, 우리 문화가 가지고 있는 것을 들여다보고 그것으로 알 수 있는 자신감, 자존감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우리 고유의 예술교육 방법론을 구성하는 과정에는 물론 예술가의 창작 활동에도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예술가로서 창조적 에너지를 회복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예술의 본질을 경험하게 해주는 탐구

인터뷰 말미에 처음 던진 질문에 대해 다시 고민하던 세 명의 강사진은 “예술이라는 것이 각각의 장르별로 다른 재료를 사용하는 것일 뿐, 그것을 구성하는 본질, 요소는 같다”며, “예술교육을 실행하는 예술가교사들이 각자 개발한 커리큘럼을 토대로 예술이 왜 필요하고 왜 알아야 하는지를 교육하는 역할보다는, 예술 자체의 본질을 경험하게 해주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미적체험통합예술교육’은 경험한 예술 작품의 미적 요소를 각자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게 하는 것에서 시작하고 발전하는 것이니 예술교육가들이 예술가로서 경험한 미적 요소에 대한 탐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길 바란다.문화+서울

  • 1 성찰일지: 창의예술교육과정 참가자들은 기수별로 모든 과정이 끝난 후에 본인들의 내면에서 일어난 변화에 대한 내용을 기록한 성찰일지를 제출한다.
  • 2 <예술로플러스>: 서울문화재단 어린이창의예술교육사업으로 초등 정규교육과정과 연계한 예술교육 수업이다. 서울문화재단TA와 교사가 초등교과의 내용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해 수업을 직접 개발하고 2명의 TA가 학교 정규교과시간에 수업을 진행한다. 2016년에는 4학년 국어교과로 진행하고 있다.
진행 서명구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
정리 김영지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팀
사진 최영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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