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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4월호

200/20, 300/20, 800/40 운영진 인터뷰 예술의 가치와 창작의 현실이 나아지도록
800/40, 300/20, 200/20은 세운청계상가와 대림상가에 자리한 공간들이다. 시각예술가의 작업실이자 레지던시인 800/40으로부터 다른 두 공간이 파생됐고, 이들은 현재 각각 작품 공개, 예술 작품의 판매 및 유통, 텍스트 판매라는 각각의 몫을 하면서 느슨하고 유기적으로 함께 움직인다. 예술의 가치로 하여금 창작자의 현실이 나아지는 일, 그래서 다음 그다음 활동이 활발하게 선순환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 이들 공간은 최근 다양한 공간의 출현과 큰 맥락을 같이한다. 세 공간의 운영자들로부터 공간과 그다음에 대해 이야기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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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공간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왕자은
(이하 ‘왕’)
300/20의 공동운영자 왕자은입니다. 300/20은 ‘예술품이 아닌 예술을 팔자’는 다소 거창한 목표로 시작한 공간인데요, 이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예술 작품의 판매와 유통을 담당하는 공간’ 정도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솔비
(이하 ‘전’)
800/40을 다른 운영진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전솔비입니다. 800/40은 저를 포함해 5명의 기획자와 작가가 공동 운영하고 있고, 연극이나 공연, 전시, 퍼포먼스 등 장르에 관계없이 작품을 소개하는 문화예술 오픈 플랫폼입니다. 이문동에서 작가 두 명이 개인 작업실을 오픈하면서 800/40이 시작됐고, 2015년 세운상가로 이전했습니다.
김진하
(이하 ‘김’)
200/20을 운영하는 김진하입니다. 세운청계상가에 800/40, 300/20에 이어 생긴 공간이죠. 서점의 형태를 가지면서 텍스트를 파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곳인데 지금은 ‘텍스트를 팔고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웃음)

이 세 공간은 어떻게 유기적으로 움직이나요.

일단 200/20과 300/20 모두 각자 프로그램을 기획해요. 800/40의 경우 기본 프로그램은 세 가지인데요, 24시간 레지던시(하루 동안 작가에게 창작 공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24시간 전시(하루만 전시 진행), 그리고 240시간 프로그램이 그것입니다. 240시간 프로그램은 열흘 동안 한 작가를 세 공간에서 집중 조명하는데요, 열흘간의 프로그램을 짤 때 만약 전시라면 800/40에서 하고, 작가의 작품에서 파생되는 것을 300/20에서 판매하며, 그 작가의 텍스트는 200/20에서 판매하는 식이지요.
처음에 800/40에서 작품을 발표한 작가들을 중심으로 창작 환경에 대해 고민하다가 300/20과 200/20이 나오게된 셈이에요. 모두 관계하는 활동가라고 볼 수 있죠.
모두 각 공간의 운영자이자 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시스템은 열려 있어서, 각 공간은 공동운영자들이 돌아가면서 운영하고, 외부에서 작가가 전시를 제안하는 것도 가능해요. ‘따로 또 같이’인 셈이죠.(웃음)

이른바 ‘신생 공간’이라 불리는 곳에 대해 이야기할 때 세 공간 모두 자주 언급된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배경에는 창작자들이 다른 방식의 자립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모순 등 불가피한 환경이 맞물려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각자 느끼는 점이 궁금합니다.

‘시장성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을까’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사실 그 부분에서는 젊은 창작자들이 창작물을 통해 금전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데 대해 작품이 상품처럼 될 수 있다는 점이 있어 경계하기도 합니다. 한데 창작을 지속하는 것은 금전적인 성과와 뗄 수 없는 일이에요. 계속 적자를 내면서 어떻게 작업을 할 수 있을까요. 창작 행위의 결과물이 유용하게 판매될 만큼 상품적인 가치를 갖는 작품도 물론 있겠지만, 대부분 상품으로서 무가치해 보일 수 있는 것이 많아요. 그래도 저는 작품이 판매되어 작가들의 창작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방세도 내고 밥도 먹어야 하고 작품을 만드는 데도 비용이 들고, 이 공간의 운영도 사실 저 개인에게는 적자의 한 요소가 될 수 있어요. 그러니 유통을 해야 작가들이 창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겠죠.
300/20은 판매와 유통에 관심이 많은 공간이고, 800/40은 전시나 공연을 많이 하는 공간이에요. 처음에는 작업실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고 내부 운영진은 이를 활용해서 창작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서로 ‘으 으 ’ 독려하며 작업해나가는 게 중요하죠. 외부에서 공간 요청이 있으면 좋은 작업의 에너지를 우리가 받을 수도 있고요. 그게 잘 순환되는 게 800/40이라는 공간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점도 있긴 하지만 그걸 비관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고 작업을 이어나가는 게 일차 목표이고요.

회화처럼 판매를 염두에 둔 작업도 있지만 설치미술이나 영상 작업처럼 판매하기 어려운 작업을 하는 창작자들도 있죠. 작년에 열린 굿-즈가 그런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마련한 작은 돌파구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많은 창작자가 비슷한 맥락의 고민과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300/20이 판매와 유통을 기본으로 하는 곳이지만 사실 굿-즈와는 좀 다른 맥락이 있어요. 300/20의 전제는 ‘상품이 아닌 예술을 팔자’, 즉 비물질적인 것이라도 작품 자체를 팔거나 예술 자체를 팔자는 큰 목표가 있고, 행사 ‘굿-즈’는 작품에서 파생된 다른 생산품 즉 (말 그대로) ‘굿즈’를 판매하는 행사이거든요. 사실 구분하기 애매한 부분은 분명 있어요. 판매를 위해서는 가격이 책정되고, 자본 시스템을 차용해야 하니까요. ‘그럼 상업 갤러리와 300/20의 차이가 뭐냐’는 이야기도 듣는데, 이 공간에서 다른 형태로 작품의 가치를 조명하고 작품을 사는 사람(관객)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판매와 작품에 대한 경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운영진과 계속 고민합니다.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하죠.

200/20에서는 판매하는 텍스트에 독립출판물을 포함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텍스트를 판매하는 데 있어 기존 출판물과 독립출판물을 따로 구분하지는 않았어요. 독립출판물과 관련해 생각한 점이 있다면, 이미지나 디자인 중심의 출판물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건데, 제가 생각하는 책은 ‘책=텍스트’거든요.(웃음) 이미지 중심의 책에 비해 텍스트 중심의 책은 덜 주목받는 점이 있어서, 그런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리고 텍스트와 관련한 무언가가 계속 더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죠.

작가의 입장에서 느껴지는, 시각예술가들과 책을 만드는 이들의 공통점 같은 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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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을 내는 분들은 좋아서 하는 일이지 수익을 기대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그런 지점에서 공감이 되죠. 다만 ‘나만 좋으면 돼’라고 생각하는 듯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워요. 요즘 소비자들은 디자인에 민감해서, 책을 손에 쥐었을 때 표지 디자인과 그립감이 좋으면 내용을 한 번 더 보거든요. 내용은 흥미로운데 왜 디자인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좀 안타까워요. 그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의 양면인 것 같기도 하고요.

공간이 많이 생겨나는 현상과 관련해 ‘자립’과 ‘젠트리피케이션’이란 키워드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불과 1~2년 사이의 일인데 벌써 끝을 보이는 곳들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물론 그중에는 처음부터 운영 기간을 한정한 프로젝트들이 있기도 해요. 혹시 공간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시나요.

없어지지 않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게 되는 게, 이 공간이 없어지면 여기서 한 활동이 모두 없어질 테니 안타까운 거예요. 그건 800/40이나 200/20도 마찬가지죠. 각 공간은 많은 사람이 노력해 만들어진 공공의 자산이에요. 그래서 이걸 망치면 어쩌지 하는 책임감도, 계속 유지됐으면 하는 마음도 큽니다. 이 공간을 통해 생계와 바람직한 창작 환경을 도모할 수 있는 장치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죠.
800/40은 300/20이나 200/20과 달리 ‘판매’가 빠진 공간이에요. 완전히 수익이 없는 셈이죠. 그래서 운영진끼리 공간의 보증금과 월세를 충당하고, 추가로 필요한 부분은 기금을 지원받는 등의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외부 작가가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작가 피(fee)를 지불하면서 서포트하는 게 목표이고, 그렇다 보니 적자 폭이 조금 늘기도 하죠.
세운상가의 임차료가 오르면 우리 공간의 임차료도 오를 거고 그때마다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텐데, 그때 ‘내 물질과 에너지를 더 많이 투자해서라도 유지하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 들 거예요. 내 작업을 하고 작가 개인의 창의성을 발현하기 위해 만든 공간인데 그게 오히려 개인을 힘들게 한다면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은 아마 다들 생각할 것 같아요.

그런 변화의 조짐이 혹시 있나요?

세운상가도 부분적으로 정비하는 공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고 있어요. 내년 중순쯤 완공이라는데 그럼 눈에 띌 만큼 달라질 테고, 2년 3년 후엔 외적으로 더 많이 달라지겠죠.

이런 새로운 공간이 지속적으로 생길까요? 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현상이 전체 문화예술 신(scene)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각자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합니다.

300/20과 관련해 좁은 범위에서 말씀드리면, 어떻게든 창작자에겐 작업이 우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공간을 운영할 수 있는 역할이 주어졌다는 건, 사건이나 현상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 공간에서 재미있는 걸 많이 해봐야지 하고 생각해요.
1990~2000년대 새로운 공간들이 생길 때엔 이를 ‘대안 공간’이라 묶어 이야기할 만한 흐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현상은 그때처럼 하나의 단어나 흐름으로 압축해서 논하기에 분명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눈에 띄게 대단한 걸 만들지도 않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우리는 단지 이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작업에 활력을 주는 공간으로 꾸려가고 싶습니다. 다른 공간도 각자의 다른 목표가 있을 텐데 그 목표와 방향에 맞게 잘 간다면 좋겠고요.
요즘 플랫폼 공간이나 독립서점이 꽤 많이 늘어나는데 솔직히 과하게 많이 생기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시각예술가들의 공간은 800/40처럼 각자 창작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방법이 되고자 생겼는데, 이들을 위한 다른 방법도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독립서점도 마찬가지고요. 사실 200/20이 생겨날 당시에도 수요 초과 상태였던 것 같아요. 그렇다보니 ‘책만 팔 수 없다, 다른 걸 팔아야지’ 싶습니다.(웃음) 개인적으론 공간을 만드는 게 끝이 되진 않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문화+서울
글 이아림, 조아라
사진 김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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