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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3월호

남산예술센터 2016 시즌프로그램 소개 정통 연극부터 개념극,
여성국극까지 한국 연극의 현재가 한자리에
지난 1월 19일, 남산예술센터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6 시즌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창작 초연’이라는 방향을 유지하면서, 지난해보다 3편이 늘어난 총 10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내러티브 중심의 ‘희곡’ 기반 연극을 비롯해 그간 시도하지 못했던 ‘개념’ 기반 연극을 선보이고, 중극장 규모로 확대할 만한 젊은 창작자의 작품을 발굴하는 ‘주제기획전’을 마련했다. 더욱 알차고 다채롭게 짜인 남산예술센터의 2016 시즌프로그램을 자세히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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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현대식 공연장 남산예술센터, 2016년 문을 열다

건축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가장 오래된 근현대식 공연장. 아레나 형태의 객석은 무대를 중심으로 둘러싸여 다양한 연극 전개가 용이하다. 혹자는 이곳을 ‘동시대 공연의 숨결이 살아 있는 연극인들의 영혼’이라고도 한다. 바로 한국 현대연극의 심장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다. 지난 1962년 동랑 유치진(1905~1974) 선생이 연극 전용 극장을 세울 뜻을 품고 미국 록펠러 재단(Rockefeller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아 설립했다. 개관 이후 수많은 연극학과 학생들의 전용 무대로, 후진 양성 기관으로 운영됐다. 2009년에는 서울문화재단이 서울시와 함께 ‘창작 초연’을 중심에 내세운 ‘남산예술센터’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지난 6년간 남산예술센터는 희곡의 중심지로서 창작 초연 작품 제작을 병행했으며, 텍스트에 구애받지 않는 실험정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공연을 제작해왔다. 지난 1월 19일, 남산예술센터는 올해 무대에 오를 2016 시즌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올해 프로그램은 작년 라인업에 비해서 3편이 늘어난 총10편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희곡’을 기반으로 한 연극 4편을 비롯해 젊은 창작자들의 ‘주제기획전’ 3편과 ‘개념’ 기반의 연극 3편이 진행된다. 이 밖에도 ‘남산아고라’와 ‘서울희곡플랫폼’을 신설해 젊은 작가와 연출가의 출발에 힘을 실어주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내러티브 중심의 ‘희곡’에 기반을 둔 연극 4편

전통적인 연극 제작 기법으로 잘 알려진 내러티브 중심의 작품 4편이 무대에 오른다. 이는 기존의 연극 문법에 충실한 ‘희곡’에 기반을 둔 작품으로 3월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박근형 작·연출, 3. 10~27)를 시작으로 <햇빛샤워>(장우재 작·연출, 5. 17~6. 5), <곰의 아내>(고연옥 작·고선웅 연출, 7.1~17), <파란나라>(김수정 작·연출, 11. 16~27)가 이어진다.
우선 3월에 무대에 오르는 첫 번째 시즌 프로그램 <모든군인은 불쌍하다>는 1945년 일본 오키나와, 2004년 이라크 팔루자, 2010년 한국 서해 백령도, 2015년 한국 등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을 엮었다. 그러나 일제 말기 가미카제 특공대가 된 조선인, 이라크에서 미군 식품업체에 물건을 배달하다 납치된 선교사, 서해 선박 침몰로 죽은 사람, 그리고 젊은 탈영병 등 각 시공간에서 무대로 호출된 등장인물들은 “저 살고싶어요”라는 공통된 외침을 부르짖는다. 박근형 연출은 “단순히 군인과 이웃인 우리의 모습을 비춰보고 반복되는 죽음을 통해 오늘, 또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질문해보는 연극”이라고 설명했다.
공연뿐만 아니라 관객 참여 프로그램으로 ‘장정일의 연극읽기’를 공연 기간 주말 동안 진행한다. 함성호(시인, 건축가), 정희진(여성학자, 평화연구가), 조선희(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김규항(칼럼니스트,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안치운(연극평론가, 호서대 교수) 등이 출연해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해 남산예술센터의 시즌 프로그램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햇빛샤워>가 올해도 함께한다. 2014년 8월, 낭독공연 ‘남산희곡페스티벌, 네 번째’에서 처음 소개된 이 작품은 공동 제작 공모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아 시즌 프로그램으로 공연됐다. 특히 장우재 연출은 제9회 차범석희곡상, 월간 <한국연극> 2015 공연 베스트7, 제17회 김상열연극상, 제52회 동아연극상 연기상(김정민/광자 역)의 수상에 빛나는 성과를 올려 한국 연극계의 주목을 받았다. 장 연출은 “최근 몇 작품을 재공연하면서 공연을 다시 하는 것이 아니라 초연의 발상을 늘어놓고 재공연을 통해 비로소 거리를 두고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됐다”며, “이번 공연에서도 관객과 어느 정도 감정적 동화를 이루고, 어디서부터 감정과 상관없이 이화(異化)를 이루는지 짚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7월에는 지난 2009년 남산예술센터 개관작 <가정방문>으로 처음 인연을 맺은 고연옥 작가와 고선웅 연출이 7년만에 조우한다. 최근에 신화와 현실의 사건을 접목하는 작업을 해온 고 작가는 “이것이 답 없는 현실의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출구”라며, 삼국유사의 웅녀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이번 작품은 “단지 신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고통받는 수많은 곰의 아내를 말한다. 현대사회를 해석하고 인간성이 상실된 사회를 회복시키고자 한 작품으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으로 제52회 동아연극상 연출상,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 올해의 연출가상을 수상해 세간의 이목을 받은 극공작소 마방진의 고선웅이 연출을 맡았다.
지난해 서울연극센터 유망예술지원사업 뉴스테이지(NEWStage)에 선정돼, 현재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으로 활동 중인 김수정 연출은 현실 사회의 불편함을 그대로 드러낸, 파격과 실험성이 강한 작품 <파란나라>를 공연한다. 이작품은 1967년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고등학생들이 집단주의, 전체주의인 파시즘(fascism)을 겪으면서 벌어진 일을 다룬다. 김 연출은 “인간이 왜 자유와 동시에 통제를 갈망하는지, 우리가 이 사회를 통해 길들여진것들, 알고 배우고 믿고 있는 것이 진짜인지를 묻고 싶다”며, “우리가 꿈꾸는 파란나라인 유토피아가 이 세상에 실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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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극장으로 확대 가능한 젊은 창작자들의 ‘주제기획전’ 3편

남산예술센터는 올해 시즌 프로그램에서 중극장 규모로 확대 가능한 소극장 작품을 발굴하고 젊은 창작자들과 협업해 제작하는 ‘주제기획전’을 마련했다. 올해는 ‘귀.국.전(歸國展)’이라는 타이틀로 <불행>(김민정 연출, 4. 7~10), <그녀를 말해요>(이경성 작·구성·연출, 4. 14~17), <커머셜, 데피니틀리(commercial definitely)-마카다미아, 검열, 사과 그리고 맨스플레인>(구자혜 작·연출, 4. 21~24) 등 3편이 소개된다. ‘주제기획전’은 매년 특정 주제를 선정해 ‘창작 초연’과 ‘3주의 공연 기간’이라는 조건 때문에 제작 기회를 얻지 못한 젊은 창작자를 수용한다. 이들은 소극장, 작업실, 연습실에서 돌아와 바라보는 한국 사회가 불행하고 슬프고 폭력적이라 표현했다. 또한 과거의 한국 예술사에서 검열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귀국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에서 착안해, 이 세 작품을 모아 ‘귀.국.전(歸國展)’이라는 주제로 엮었다. 한국 사회에서 의미 있는 4월에 주제기획전이 공개된다.
그동안 다양한 예술 분야와 연대해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시대정신을 담보하는 무대언어를 생산해온 김민정연출의 <불행>은 제22회 베세토(BeSeTo) 페스티벌(2015)에서 남산예술센터의 공간 특성을 잘 살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새롭게 정의했다는 평을 받았다. 김 연출은 “관객은 객석이 아닌 도시의 뒷골목을 산책하듯, 그곳에서 벌어지는 불행한 장면을 목격하거나 사건의 주인공이 되어 주체적으로 자기 이야기로 만들어간다”며, “이전에는 이틀간의 공연으로 아쉬웠는데, 올해는 조금 더 많은 관객이 극장 구석구석을 살펴보면서 조금은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비포애프터>를 통해 거대한 사건과 삶의 관계를 살펴본 이경성 연출이 그 연장선상에서 삶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냈다. <비포애프터>가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를 거시적으로 포착해 시작한 작업이라면, 이번에 선보이는 <그녀를 말해요>는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한 엄마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작품은 어느 사건을 지칭하는 것이아니라 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라온 아이를 언급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하나의 세계가 얼마나 따뜻하고 생기넘치며 거대한 시간을 품었는지를 들려준다.
김수정 연출과 더불어 지난해 서울연극센터 유망예술지원사업 뉴스테이지(NEWStage)에 선정돼, 현재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인 구자혜 연출의 는 지난해 6기 동인 가을 페스티벌 ‘상업극’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초연 당시 ‘마카다미아, 표절, 메르스 그리고 맨스플레인*’이라는 부제를 단 작품이 올해는 ‘마카다미아, 검열, 사과 그리고 맨스플레인’이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이 시대를 다시금 폭로한다. 구 연출은 “올해에도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자신을 과시하는 인물을 통해서 국가의 뻔뻔한 폭력과 모순을 유머러스하게 폭로할 것”이라며, “이 공연이 예술이 될지, 상업이 될지, 공연예술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질문하는 공연이다.”라고 설명했다.
* ‘맨스플레인(mansplain)’은 man과 explain의 합성어로, 대체로 남자가 여자에게 잘난 체하며 아랫사람 대하듯 설명한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관련 이미지※ 공연 일정은 사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텍스트를 벗어나 실험정신 구현한 ‘개념’ 기반 연극 3편

하반기에는 그동안 남산예술센터에서 수용하지 못했던 동시대 연극의 새로운 추세인 ‘개념’ 기반의 작품들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이는 이전 시즌과 다른 2016 시즌프로그램의 특징이다. <아방가르드 신파극>(적극 작·연출, 9. 7~11), <변칙 판타지(가제)>(정은영 작·연출, 10. 5~9), <나는야 연기왕>(윤한솔 연출, 10. 26~11. 6) 이 세 편이 그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텍스트에 구애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실험정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개념’ 기반의 연극으로 첫 번째로 공연되는 작품은 적극 연출의 <아방가르드 신파극>이다. 다소 모순된 두 단어의 결합이 제목인 이 작품은 실제로도 연출가가 연극에 대한 원형을 존중하면서 스스로 극장을 거부하고 미술관과 거리 등다른 공간에서 작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희곡’을 담은 전통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철저하게 연극이라는 장르와 특성을 작업의 중요한 재료로 삼는다. ‘아방가르드’와 ‘신파극’을 병치해 구파에 대항해 나왔으되, 신극에 밀려 온전한 근대극이 되지 못한 신파를 오늘의 시각에서 새롭게 바라본다. 연출가 적극은 지난해 ‘남산희곡페스티벌’ <게으름뱅이의 천국>에서 극장 공간을 시각적으로 해석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13년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을 수상하고, 지난해 아시아퍼시픽 트리엔날레, 광저우 아시아 비엔날레에 초청된 시각예술가 정은영의 <변칙 판타지(가제)>도 무대에 오른다. 연극인이 아닌 시각예술가가 제작한 작품으로, 오직 여성들만 무대에 설 수 있는 한국 공연 예술사의 독특한 장르인 ‘여성국극’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여성국극 남역 배우가 되고자 입문했으나 현실적인 이유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인물을 통해 그녀가 꿈꿔온 여성국극의 진짜 이미지를 구현한다. 정 연출은 “한국의 여성국극과 일본의 다카라즈카 두 장르를 연구하면서 단지 여성이 남성을 연기했다는 특수성 외에도 완성품에 대한 환상을 완전히 깨면서 변칙적으로 등장하는 극”이라며, “이런 방법을 통해서 여태까지 한 번도 본적 없는 상상의 판타지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남산예술센터가 극단 그린피그와 공동 제작한 <누가 무하마드 알리의 관자놀이에 미사일펀치를 꽂았는가?>(2010), <사이코패스>(2012), <치정>(2015)과 달리, 이번에 공연되는 <나는야 연기왕>은 주제와 예술 형식의 진보를 고민하는 연출자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윤한솔 연출이 작업한 렉처 퍼포먼스 <나는야 스왕>의 두 번째 편으로, 연기를 잘하려고 열심히 했더니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도 실제 무대에서 연기를 잘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다. 그는 “10년째 하는 연기에 관한 질문과 답을 찾고 싶다”며, “오디션 형식에 자본과 연기, 자본과 예술에 대한 세 가지 질문을 통해서 연기를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오디션에 참가해 어떤 성적을 받을지 궁금한 연극”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창작 예술가들의 등용문과 국내외 협력 네트워크 강화

남산예술센터는 서울연극센터와 프로그램을 통합해 남산예술센터만의 특성을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서울희곡플랫폼’을 신설했다. 서울희곡플랫폼은 기존의 ‘남산희곡페스티벌’과 서울연극센터의 프로그램 등 극작과 텍스트 관련 자산을 포함한다. 젊은 창작 예술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프로그램으로는 ‘남산아고라’가 있다. 지난 2월 공모를 시작한 남산아고라는 주제와형식, 나이, 직업의 제한 없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는 실험적인 퍼포먼스의 장이다.
남산예술센터는 극작가 중심의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남산희곡페스티벌이라는 낭독 공연과 ‘초고를 부탁해’라는 극작가 공모를 진행해왔다. 올해는 희곡과 관련된 자산을 통합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선보인다. 우선 남산아고라는 6월과 12월에 열린다. 아고라 형태로는 유일한 극장인 남산예술센터는 200여 명의 관객을 모아서 관객들이 자기 수행적인 퍼포먼스를 진행할 수 있는 작품 2편을 선발할 예정이다. 극장성, 토론과 논쟁, 퍼포먼스가 가득한 극장 교류 시스템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내걸 예정이다.
또한 남산예술센터는 올해부터 제작과 유통을 연계해온 국내와 해외 협력 네트워크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우선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2016년 페스티벌 도쿄(Festival/Tokyo)에 공식 초청돼 오는 10월 도쿄 무대에 오른다. 제5회 벽산희곡상 수상작 <곰의 아내>(원제 ‘妻의 감각’)는 벽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남산예술센터와 공동제작에 들어가고, 남산예술센터와 구리아트홀에서 막이 오르게 된다. <변칙 판타지(가제)>는 2016년 요코하마 공연예술미팅(TPAM in Yokohama)에서 프리-프로덕션(Preproduction)단계를 지원받아 리서치를 하고 있으며,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을 마치고 내년부터 국제 네트워크를 이용해 해외 무대로 진출할 예정이다. 문화+서울

글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사진 제공 서울문화재단 및 각 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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